(위)1970년 당시 서울 난지도 지역은 상습 수해지역이어서 이곳 주민들은 매년 인근 지역으로 물난리를 피해 긴급피난했다. (아래)상습 수해지역에서 서울시민들의 쓰레기매립장으로 변신했던 난지도는 2002년 다시 풀냄새 가득한 월드컵공원으로 조성됐다.
서울시 마포구 난지대 일대
1970년, 난지도에서 미용실을 하는 서른 살의 은하씨는 비가 자주 오는 여름이 되면 늘 무서움에 떨곤 했다. 지난해엔 하룻밤 사이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로 가게의 파마 기계들이 망가져 보름이 넘도록 벌이를 못했다. 길 건너에 모여 살던 보육원 아이들도 애써 가꾼 수수와 채소들이 매번 물에 잠기는 데에 신물이 났는지 10년 넘게 지켜오던 보금자리를 떠나 상암동 산으로 갔다고 했다. 새로 제방을 쌓았어도 금세 물에 잠기는 마을 때문에 은하씨를 비롯한 난지도 사람들은 매년 수해에 대비한 대피 연습을 하며 지냈다. 건넛마을 상암동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4천명 가까이 되는 난지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날이면, 동네 부녀회원부터 동사무소 직원까지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잦은 수해에 은하씨도 상암동으로 이사를 나왔지만 몇 년 뒤 그가 떠난 난지도는 쓰레기매립장이 되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쓰레기매립장도 풀내음 가득한 공원으로 바뀌었다. 가끔 공원을 산책하는 은하씨는 풀밭을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난지도 시절 무릎까지 물이 찬 골목을 철벅이며 누비던 그때 그 아이들을 생각하곤 한다.
사진. 서울시, 기억발전소
글. 박소진 기억발전소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