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와 쓰레기 소각장 설치 논란

박강수ㅣ마포구청장

등록 : 2023-03-30 15:04
마포구민이 지난 27일 문을 연 재활용 중간처리장 ‘소각 제로 가게’에서 캔·페트병 압착 등 재활용품 중간처리 작업을 시연해 보였다. 마포구 제공

영국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저서 <6도의 악몽>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오를 때 벌어질 재앙을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1도가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고 곳곳에 사막화가 심화한다. 2도가 상승하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고, 3도가 오르면 뉴욕시 같은 해안 주변 도시들이 침수 피해를 겪으면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리라고 경고했다. 평균기온 4도가 오르면 남극 빙하는 모두 사라지고, 5도 상승부터는 지구가 지옥처럼 변할 거라고 주장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식량과 물을 확보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강탈하고 살인을 저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6도까지 오르면, 모든 동식물이 지구상에서 멸종될 것으로 경고했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요인 중 플라스틱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제조, 운반, 처리 등의 과정에서 상당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2015년에는 17억t이던 것이, 2050년에는 65억t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플라스틱 등 자원 재활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에 마포구는 서울시의 쓰레기 소각장 추가 설치 문제에 맞서 근본적인 쓰레기 감량과 플라스틱 등 자원 재활용 정책을 제시했다. 소각장에 대한 주민 반발과 사회적 갈등에 앞서, 우리 현실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지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고민 없이 당장 쓰레기 처리 문제에 급급해 소각 또는 매립으로만 대응한 서울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라는 큰 틀에서 어떻게 하면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고 순환 생태계를 구성할지에 관한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까지 선별 없이 소각장에서 태우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적인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마포구는 ‘소각장 없는 도시’를 목표로, 근본 문제인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이미 발생한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자원은 최대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정책을 제시해왔다. 구청장이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주민을 설득해 홍보만으로 56%의 감량 효과를 증명해냈다. 전처리 시설 실증만으로도 87%의 자원 재활용률을 입증해냈다. 현재 추진 중인 재활용자원 중간처리장인 ‘소각 제로 가게’의 목표는 주민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재활용 촉진 플랫폼으로, 서울 시내 전역으로 확대해 최소 서울 시내 전체 30% 이상의 쓰레기를 감량해 소각장이 불필요한 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 기존 마포구 실증 사례와 여러 성공 사례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성공하리라 본다.

최근 서울시장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를 방문해 마포구에도 유사한 소각장 도입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마포구에 지금 필요한 것은 좋은 외관으로 치장한 소각장이 아니라 자원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전처리시설, 재활용 촉진 플랫폼 중간처리장, 자원순환 교육 박물관, 기후변화 대응 연구소, 재활용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창업 지원센터 같은 것이다. 서울시가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소극적 인식에서 벗어나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거나 발생한 쓰레기는 최대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다음 세대에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줘야 하는 우리의 책무를 다하는 일이다.

2019년, 16살 나이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지구, 생존이 가능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생각을 바꾸고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박강수ㅣ마포구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