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일구는 ‘고용·복지·성장 선순환’

연중 기고 l ‘사회적 경제를 다시 본다’
정현곤ㅣ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등록 : 2023-01-19 14:58
사회적기업에서는 기업방식의 공동선 추구도 이뤄진다. 사진은 조경기술 연계 벽면 녹화 설치 사업으로 자립준비청년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의 현장 작업 모습.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지난해 10월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의 일이다. 감사위원인 박대수 의원(국민의 힘)의 질의가 뼈아프다. 65살 이상 인구가 900만 명을 넘었고 서민들의 간병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간병, 돌봄 분야 사회적기업 증가 수치는 5년 누적 통계로 불과 4%이니, ‘도대체 사회적기업은 뭘 하고 있냐?’는 지적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부랴부랴 찾은 자료가 있었다.

경기도 안산은 사회적기업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활동하는 무대다. 지역주민들이 출자해 병원을 만들었고 과잉진료 없이 꼭 필요한 진료만 하자는 원칙을 세웠단다. 지역자원을 연계, 통합하는 새로운 돌봄 체계를 제공할 수 있어 복합적 돌봄이 필요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다. 유급근로자 333명에 서비스 수혜 인원이 17만3865명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지금 26개다. 만약 이런 규모의 사회적기업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한 개씩 설립된다면 박 의원의 우려도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사회적기업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한국형 신기업 모델’이다. 고용이나 사회서비스 제공 등 국가와 힘을 합쳐 풀어야 할 과제를 담당하기에 법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그렇게 만든 법이 사회적기업 육성법이다.

그간 사회적기업은 인증제로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됐고 현재는 3534개가 활동 중이다. 고용인원은 6만7천 명이다. 3천 개 안팎의 예비 사회적기업과 인증 사회적기업을 합쳐 6500개를 헤아리고 일자리는 10만여 개에 이른다. 사회적기업은 5년 생존율이 86% 이상이고 기업 수 기준으로도 지난 3년간 연평균 12.3% 정도 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5년 안에 1만 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사회적기업의 사회 기여 지표 중에는 고용 외에 사회서비스 제공이 있다. 처음 시작한 2007년 2만6천 명 수준이던 수혜 인원은 2022년에는 620만여 명까지 늘었다. 사회적기업, 이만하면 괜찮지 않은가.

다른 비판은 있다. 고용, 사회서비스 수치들이야 경제 일반에서도 살피는 지표들이고, 냉정히 따져 대한민국 경제 전체로 봐서 고용 수준은 1% 남짓이다. 유럽의 10% 수준까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사회적기업의 미래를 그리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 시사점을 경상북도에서 찾을 수 있다. 경북은 2010년 사회적기업 수가 전체 광역지자체 중 13위였지만, 2022년에 399개로 서울, 경기 다음으로 뛰어올랐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인증 종료 101개 기업을 전수조사해보니 실적 변화가 매우 컸다. 평균 7억원대였던 기업들이 21억원으로 매출을 끌어올렸고 전체 고용도 1200명이나 증가했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는 12명 추가고용했다. 경북의 주목도는 이 수치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전체 사회적기업 중 청년 사장이 20%에 이르고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청년 비율은 45%를 넘고 있다.

3년의 코로나 팬데믹이 모든 기업가의 생존을 흔들었고 사회적기업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사회적기업가는 임금을 낮춰서라도 해고 없이 위기를 넘기고자 했고 함께 고통을 인내할 수 있었기에 회복력 강한 기업 이미지를 심었다.

사회적기업은 단지 취약계층을 고용해 주는 선한 기업이 아니다.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는 전체 근로자 308명 중 245명의 발달장애인이 일하지만 장애인은 창업과 생산의 주체이기도 했다. 그렇게 모두가 힘을 모아 매출 100억원 기업을 만들었다. 고용과 복지, 성장의 선순환이란 이런 것이다.

사회적기업에는 또 다른 뭔가도 있다.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만든 회사로 조경기술을 결합한 벽면 녹화 설치로 돈을 번다. 여기에는 실내 미세먼지 대응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소셜 미션이 내재해 있다. 기업방식의 공동선 추구라 할 것인데, 사회적기업이란 이런 것이다.

정현곤ㅣ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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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공동 기획한 ‘연중 기고 사회적경제를 다시 본다’는 월 1회 연재합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