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구의회를 움직이다

청년이 바라 본 주민자치 2_구로구 여성들의 힘

등록 : 2016-10-20 20:55
2013년 12월 구로구 학교급식운동네트워크 회원들이 방사능안전급식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서명을 구의회에 제출하는 모습. 구로구는 여성들이 중심이 돼 보건과 안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바른 정치란 무엇일까? 어떤 힘이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가? 시민정치를 공부하면서 갖게 된 숙제를 풀기 위해 구로구를 찾았다. 구로구에서 만난 시민정치는 ‘생활을 지향하는 시민들의 결집된 힘’이 답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지난해 12월, 구로구 의회는 구의원 개인 집무실 예산 2억5000만 원을 전액 삭감하고, 주민자치위 운영비와 노인복지비, 복지예산 등에 6억여 원을 더 배정하기로 의결했다. 구의원 개인 집무실 설치 예산안 삭감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다.

구의원들이 개개 주민들과 소통하는 데 필요하다며 처음 구의원 개인 집무실 설치 예산을 상정한 건 2014년 11월 즈음이었다. 한 달 뒤인 12월2일 구로구 의회의 예산안을 최종 확정하는 본 회의가 열리는 날, 의회 앞에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주민들이 모였다. 대부분 주부인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꾸준히 구의원들에게 집무실보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뤘던 학교의 낡은 책걸상 교체와 방사능 안전 급식 예산 확대 등 복지사업이 먼저라는 의견을 전달해왔다. 주부들은 준비한 꽃송이를 본회의에 들어서는 구의원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꽃송이에는 ‘사무실 공사보다 교육, 안전, 복지를’이라는 글귀가 쓰인 리본이 달려 있었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지만 주민들은 구의회 시책 질의에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아이의 손을 잡거나 유모차를 끌고서 본회의에 온 여성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구의회는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결국 구의회는 개인 집무실 설치를 포기하고, 보육료·급식비 지원금 등 주민 복지에 쓰일 예산을 2억4000여 만 원 더 늘렸다.

2015년 11월 구의원 개인 집무실 예산안은 다시 구의회에 상정되었다. 그러나 몇몇 구의원들은 예산 부족과 2014년의 사례를 이유로 개인 집무실 설치에 반대 의견을 냈다. 개인 집무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의원들도 결국 ‘주민들의 뜻을 따르자’고 결정했다. 12월15일 본회의에서 2억8500만 원의 개인 집무실 예산은 만장일치로 전액 삭감되었다. 대신 주민자치위 운영비와 노인복지비 등 구민을 위한 사업과 복지예산 등에 6억여 원이 더 늘었다.

구로구의 여성들이 함께 모여 구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한 일은 200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성들은 위탁업체가 제공하는 학교급식의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며 주민발의로 학교급식 지원조례 제정을 요구해, 4년 뒤 구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013년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식자재가 학교급식에 쓰이지 않도록 하는 방사능안전급식 조례안을 구의회에 상정시켰고, 조례안은 2014년 7월 성공적으로 가결되었다.

구로구 여성들이 시민정치의 중요한 참여자로 활동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내 가족을 내가 지키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내 아이의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관심은 지역의 안전으로, 복지로 발전하고 있었다. 구로구 여성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구의회 참관, 서명운동 등을 하고 있다.


구로구 여성들은 거대한 목표보다는 내 생활을 바꾸는 소소한 목표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행동,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시민들이 어떻게 정치를 올바로 바꿔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김준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장요한 서울대 경제학부

사진 <구로타임즈>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