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에서 레드카펫 주인공이 돼보세요
325편 응모한 관악구 주최 제2회 고시촌단편영화제 허경진 집행위원장
등록 : 2016-10-14 18:04
불안한 젊음에 말을 거는 ‘고시촌단편영화제’가 열린다, 올해로 두 번째다. 영화제 기획을 맡은 허경진 집행위원장이 개막식 날 누구라도 레드 카펫 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코스프레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필이면 왜 ‘비(B)급 영화제’를 자처하나? “일종의 틈새시장 전략이다. 주류가 아닌, 대안을 모색하자는 뜻도 있고. 따지고보면 고시촌은 책과 노트 몇 권, 볼펜 몇 자루로 고시라는 관문을 통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관문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이들의 인생 역시 ‘비급'이 아닐까?” -지난해 주제는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였는데. “고시촌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주제가 ‘시험'이라 생각했다. 첫해인데도 100편이 넘는 작품들이 몰렸다. 고시촌영화제를 마이너 영화들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라고 인정해준 것 같다.” 1회 대상 작품인 이승주 감독의 <죽부인의 뜨거운 밤>은 독창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뜨거운 어느 여름날, 혼자 사는 총각 소설가 ‘성재'가 집 앞에 놓인 죽부인을 우연히 발견한 뒤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코미디와 멜로, 호러, 에로 등이 30분이 채 되지 않는 영화 속에 잘 섞였다는 호평을 받았고, 다른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주제는? “‘아 유 오케이?'(Are You OK?)다.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살기 힘든 세상인데, 어려울수록 관심 어린 시선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 그래서 ‘괜찮지?’ 하고 물어봐주자는 취지로 정했다.” -영화제는 어떻게 진행되나? “지난해의 3배 이상인 325편이 응모됐다. 30분에서 35분을 넘지 않는 단편작들이다. 짧은 것은 2~3분짜리도 있다. 10명의 심사위원이 이 가운데서 본선 진출작으로 고른 20~25편을 상영할 계획이다. 고시촌 어귀에 있는 관악청소년회관 소극장이 주상영관이고, 고시촌 학원 강의실과 카페 등도 상영 공간이 된다. 본선 진출작 중에서 대상 500만 원을 비롯해 모두 9개 작품에 1400여 만 원의 상금과 상품을 준다.” - 어떤 작품에 주목하는가? “심사위원회가 크게 3가지 기준을 정했다. 뚜렷하게 자기 색깔이 있는 영화, 거칠어도 똘기(에너지)가 넘치는 영화, 청년 문제를 주제로 표현한 영화다. 물론 웰메이드 영화를 거부한다는 건 결코 아니다.” -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경쟁 부문은 아니지만, 아시아 섹션이라는 이름의 비경쟁 부문에서 외국 작품들을 상영한다. 대만 롄젠훙 감독의 <가랑비>(毛毛雨) 등이다. 또 이들 아시아 감독과 청년 문제 등을 주제로 한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포럼 주제는 ‘헬로 아시아, 아 유 오케이!’(Hello Asia, Are You OK?)다.” - 규모가 커진 셈인데. “올해 외국 작품을 경쟁 부문에 참여시키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내년부터는 외국 작품 상영이 크게 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꿈꾸는 모델은 (미국의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니까. 하하.” -시민들은 어떻게 즐기면 되나? “고시촌 곳곳에 프로그램북을 비치할 예정이다. 맘에 드는 영화를 골라 공짜로 편하게…. 관악청소년회관에서 열리는 개막식(11월4일 저녁 7시)에 조금 일찍 오면 ‘레드 카펫’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레드 카펫이라니? “레드 카펫을 깔아놓고 ‘영화 주인공 코스프레 사진전'을 개최한다. 누구든 영화 주인공처럼 레드 카펫을 밟고, 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사진전을 연다. 재밌는 사진에 상도 준다. 상상해보라, 송강호나 마릴린 먼로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허 위원장은 젊은 시절부터 시나리오 집필, 각색 등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했다. 2011년 예비 사회적기업인 ‘사람과 이야기'를 설립했고, 고시촌 스토리텔링 작가하우스의 운영자가 되면서 고시촌과 인연이 깊어졌다고 한다. 그는 “이젠 꼼짝없는 영화제 기획자가 됐다”며 고시촌단편영화제에 애정을 표시했다. 글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