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의 성장동력은 역사문화관광

박겸수 강북구청장 “근현대 유적에 바탕을 둔 학습 도시 지향, 도시재생 통해 살기 좋은 동네, 강북 유지”

등록 : 2016-10-14 17:42
수유리 근현대사기념관 앞 조형물 앞에 선 박겸수 강북구청장. 박 구청장은 근현대사기념관이 강북구를 역사문화관광 도시로 발전시켜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겸수(57) 강북구청장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것도 사회 선생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청년 박겸수의 꿈을 앗아간 건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 “1980년 5월, 나는 땅끝마을 해남에서 해안 초소를 지키는 전투경찰로 국방의 의무를 하고 있었죠.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는 버스기사에게 처음 들었어요. 친구에게 전화하니 난리가 났다는 거예요. 죽고, 다치고….”

이후 청년 박겸수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재야 정치인들의 민주화운동 조직체인 ‘민주화추진협의회’에 들어갔다. 1986년이었다. 서울에 머물 곳이 딱히 없던 박 구청장이 수유리 고모집 방 한 칸에서 서울 살림을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까지 강북구를 떠나지 않았다. “딱히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민주화가 이뤄지면 다시 고향에 내려가 교사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지요. 그게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근현대사기념관 아버지세대 삶 기록한 공간

박 구청장을 만난 곳은 지난 5월17일 문을 연 근현대사기념관 2층 전시실이었다. “왕조사를 비롯해 지배권력을 기념하는 곳은 많아요. 고대사 역시 마찬가지지요. 근데 우리 아버지 세대의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공간은 없습니다. 아픔의 역사이기도 한 근현대사를 놓치면 아픔은 계속될 거예요. 난 우리 근현대사기념관이 현재와 미래, 이웃과 통일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근현대사기념관은 북한산 4.19 아카데미 등산로가 시작되는 비탈 소나무밭에 자리 잡고 있다. 대지 면적 2049㎡(620평)에 연면적 951.33㎡(290여 평)의 규모는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담기에 비좁아 보였다. 이나마도 강북구가 2011년 ‘북한산 역사문화 관광벨트’ (이하 역사문화관광벨트) 계획을 세우고 수년을 공들인 결과다. 건립 예산 39억 원은 모두 서울시가 지원했다. “근현대사기념관은 강북구가 만들려는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의 시금석입니다. 국가적으로는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교육 장소이기도 하고요.”

박 구청장은 민선 5기로 구청장에 당선됐다. 박 구청장이 취임하자마자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 계획을 세우고, 민선 6기 중반을 넘은 현재까지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3.1운동이 시작된 봉황각, 임시정부 광복군 16위를 모신 합동묘역, 국립 4.19 민주묘지, 손병희 선생·이시영 초대 부통령 묘역 등 강북구에는 근현대 역사유적이 많습니다. 청자 가마터도 20기나 있습니다.”


박 구청장은 수유리 일대가, 가진 것 없는 백성들이 지켜낸 근현대사의 뿌리가 깃든 곳이라 말한다. 이 역사 자원을 교육과 관광의 자원으로 활용해 강북구를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만든다는 게 박 구청장의 생각이다. 박 구청장의 생각에는 자신의 꿈이었던 “아이들에게 좋은 사회가 어떠한 모습인지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꿈과 역사를 후퇴시켰던 5.16군사 쿠데타나 1980년 5월의 광주와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는 나라를 이루고 싶다는 꿈이 담겨 있다.

“강북구의 근현대사 유적지는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나라’, ‘사월혁명의 투사들이 소원했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그분들이 꿈꾸던 나라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박 구청장은 꿈을 이루기 위해 우선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유치할 생각이다. “기념관 앞에 통일연수원이 있으니 조건은 나쁘지 않습니다. 청소년수련원도 건립 중이고요. 조희연 교육감도 곧 만나볼 생각입니다. 필요하다면 각급 학교의 교장선생님도 만나서 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할 생각입니다.”

박 구청장은 역사문화관광벨트가 학생들뿐 아니라 가족 단위 여행과 일본인, 중국인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족들의 1박2일 나들이에도 강북구가 적지입니다. 역사와 문화에 취하고, 다음 날은 북한산 둘레길 1, 2구간을 가족이 함께 걷는 거죠.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해 우이동에 가족 캠핑장을 세우려 합니다.” 관광 코스별로 스탬프를 찍도록 하고, 스탬프를 다 찍으면 캠핑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 구청장의 말에는 관광자원이 가져다줄 이익을 강북구 전체로 확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있었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에게도 역사문화관광벨트는 중요합니다. 진짜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보여주자는 겁니다. 그러려면 궁궐에서 왕의 문화 한번 보고 가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민족이 어떻게 이 땅을 지켜왔는지 보여줘야죠. 자기들 과거도 알고, 오늘의 관계도 알아야 동북아의 미래도 협력과 우호를 바탕으로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정주율 가장 높은 살기 좋은 동네

강북은 과거부터 관광지였다. <동아일보> 1920년 4월11자 ‘사쿠라 피는 동안 관앵열차 요금 할인’ 제목의 기사는 당시 지금의 창동까지 벚꽃 열차와 비슷한 관광 기차를 운행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유리 일대는 학생들의 소풍 장소이자 가족 단위 여행지로 유명했다. 그때 강북은 소비와 향락 중심이었다면, 역사문화관광 도시 강북은 역사와 미래를 지향한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강북구는 내년이면 ‘우이~신설 경전철’이 생긴다. 경전철은 내년 7월 개통을 목표로 시운전을 비롯한 보완과 편의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경전철이 ‘관앵열차'처럼 관광객의 발이 되어준다면 박 구청장이 꿈꾸는 역사문화도시 강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수도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진원지가 될 위험도 안고 있다.

강북구는 경전철 구간 8개 역사 주변을 권역별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용도 지역 조정과 북한산 최고 고도지구 완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순히 빌딩을 올리는 개발은 안 됩니다. 사람들이 모여 여러 가지를 공유할 수 있는,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공간을 지향해야 합니다.” 지역 개발에 대해 박 구청장의 생각은 경제적 부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쪽을 지향하고 있었다.

강북구는 자연녹지지역이 60%가 넘는다. 남은 공간도 대부분 일반 주거지역이다. 북한산국립공원과 가까워 자연경관구역으로 제한받아온 탓에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중도 30% 내외에 머무른다. 상권이 약하고 개발할 터도 거의 없다. 박 구청장은 도시재생으로 생활에 편의를 더하는 방법을 찾는 듯했다. 송중동과 수유동이 2017년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으로 선정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서 노력하고 있다.

“강북구는 시범사업 정도로 안 되고 구 전체에 도시재생을 해야 해요. 서울시가 근본적으로 미래의 도시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지으면 그 동네에 쾌적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주차장, 커뮤니티 공간 등 주민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아파트는 용적률을 더 주는 대신에 그런 공간을 많이 만들잖아요. 그런 공간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 보면, 집만 올라가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는 거죠. 아파트 재건축, 재개발이 안 되는 일반 주거지역도 아파트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공공투자를 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이동의 ‘우이’는 ‘소귀’를 뜻한다. 옛날에는 풍수적으로 전쟁이나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그래서 살기 좋은 땅에 소귀라는 뜻이 담긴 이름을 붙였다. 강북구는 정주율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살기 좋은 동네라는 뜻이다.

글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