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는 시민을 키우는 학교자치

등록 : 2022-10-20 14:46
지난 17일 서울 성서중학교에서 교사들이 모여 교무업무 운영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최근 미래학교 담론은 탈근대학교의 염원과 청소년이 책임 있고 역량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터전이 될 학교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구성원이 함께 기획하고 책임 있게 수행하는 학교자치를 미래학교와 교육자치의 핵심 요소로 보고, 그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적 학교자치 이전부터 유구한 교육자치 역사를 지녔다. 고려시대에 지방관이 학문적 배경이 없을 경우에는 학예 담당 지방관을 별도로 파견했고, 조선시대에는 관학과 다른 사학인 서원과 서당의 독립성과 자치를 조선 말까지 보장했다. 일제강점기에 총독부에 의한 학교 통제, 그리고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교육자치의 역사는 잠시 끊겼지만,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로 교육자치가 부활했다.

학교자치는 학교운영위원회와 학교회계 제도를 통해 법적 기반을 확보했다. 현재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예결산, 교육과정 운영, 학교장 공모와 초빙교사 추천 등 학교운영의 주요 사항을 심의한다. 또한 학교자치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학교 단위 회계 제도를 두어 자체 세입과 세출로 구성하고 발전기금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적·제도적으로 교육자치와 학교자치가 보장됐지만, 실제 학교운영에서는 행정적 통제가 여전히 작용해 교육과정과 교육사업 운영, 시설환경 개선 등에 자율적·자치적 결정보다는 시도교육청에서 기획하고 실행하는 다양한 정책사업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은 다양한 교육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고 학교와 교사는 교내의 부족한 재정 상황 속에서 학내 구성원을 설득해 자체 사업비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출구로 교육청이 기획한 목적사업에 응모하는 경향이 상호 악순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와 같은 목적사업체계를 혁신하기 위해 정책 총량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지난 3년간 관리 대상 목적사업의 35.7%를 감축했고, 향후 2024년까지 15%를 추가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동시에 목적사업비를 줄인 몫 이상으로 학교 기본운영비를 증액해 학교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학교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운영하며 그 결과를 성찰하는 선순환적 학교자치를 강화해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4년 동안 학교 기본운영비를 학교당 평균 5300만원(11%) 증액했고, 향후 4년 동안 해마다 10% 이상씩 증액할 계획이다.

또한 교육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교육공동체의 협력과 나눔을 통한 수업 혁신으로 우리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교원이 수업과 학생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지속적으로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노력해왔고 새로 시작하는 교육감 3기에는 행정업무가 분리된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그 성과를 확산해, 학교자치가 교원의 교육역량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학습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동안 학교시설의 노후 속도에 비해 교육청의 학교시설 개선사업 속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 지속됐는데, 서울시교육청 시설 담당 공무원 수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지만 학교시설 노후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 4년간 시설사업비는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가 구성원들과 함께 자율적으로 교육환경 개선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도록 하여, 교육청 중심 시설사업 확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교자치 확대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


예산과 관련된 교육청 정책은 시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확정될 수 있으므로 향후 의회와 적극 협력하고 소통해 교육청의 학교자치 강화를 위한 학교회계 자율성 확대, 학교별 교육환경 자율개선 사업 등이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래학교의 핵심 요소로서 학교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서울교육청의 여정은 가속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최승복ㅣ서울특별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