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 농사짓자

김장밭을 벌레들의 잔칫상으로 주지 말자

목초액, 커피 찌꺼기 등이면 천연 살균제… 쌀뜨물, 달걀 껍데기는 훌륭한 비료

등록 : 2016-09-29 14:06 수정 : 2016-09-29 14:10

찬 이슬 머금은 국화꽃의 향기가 그윽한 한로가 다가오면, 벼 이삭은 서걱거리고 들판은 황금물결로 출렁인다.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계절이다. 그러나 서리 내리는 상강이 다가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서리 내리기 전에 곡식들을 거둬야 하는 까닭이다.

도시농부들은 김장농사로 마음이 바쁘다. 제때 물과 웃거름을 줘야 하고, 벌레들의 공격을 막아 줘야 한다. 물과 웃거름을 주지 않으면 잎이 늘지 않고, 결구(배추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일) 시기를 놓친다. 아침저녁 으스스 춥지만, 여전히 뜨거운 낮 햇살에 극성한 벌레들을 놔두면, 김장밭은 벌레들 잔칫상이 되어 버린다. 벌써 망사 스타킹처럼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조금 있으면 진딧물 공격이 시작된다.

비료와 농약에 의지하는 이웃의 김장밭을 보노라면 한숨부터 나온다. 벌레가 슬지 않아 뚫린 구멍 하나 없이 잎이 무성하고, 무 뿌리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레 잡자고 나와 가족의 건강까지 잡을 순 없는 일. 둘러보면 작물에나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천연 방제재가 있다. 비료 대신 웃거름으로 쓸 수 있는 액비도 만들 수 있다.

천연 방제약

자연에는 벌레가 기피하는 것들도 많다. 이런 기피 재료를 이용하면 배추벌레, 응애, 진딧물, 나방 등 다양한 벌레는 물론 바이러스 따위도 막을 수 있다. 이런 천연 방제재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뿌려 주면, 적당히 벌레를 물리칠 수 있다.


목초액: 나무를 땔 때 나온 연기가 액화된 것. 강산성이라서 식초처럼 살균·살충 효과가 크다. 특유의 독한 냄새로 말미암아 벌레나 새들의 접근을 막는다. 100~200배로 희석해 작물에 뿌린다.

커피 찌꺼기: 카페인, 타닌을 구성하는 식물성 페놀은 선충이나 도둑벌레를 쫓아낸다. 흙 위에 뿌리면 된다.

우유: 진딧물,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 맑은 날 오전 우유를 스프레이로 진딧물에 뿌려 준다. 진딧물 전체가 우유로 덮여야 효과가 있다.

마늘즙: 마늘을 갈아서 물에 희석해 만든다.

현미 식초액: 식초는 살균 효과가 있다. 단맛이 없는 현미식초가 좋다. 벌레 퇴치와 흰가루병 같은 바이러스나 곰팡이 방제에 효과가 있다. 100배 희석해 쓴다. 막걸리나 소주를 조금 섞어도 좋다.

마요네즈 희석액: 마요네즈를 물에 타서 쓴다. 마요네즈 10g에 물 2ℓ를 섞어 잘 흔든다. 진딧물, 응애, 흰가루병에 효과가 있다.

이엠(EM) 발효액과 천연 액비

농사는 미생물이 함께 짓는다. 효모균, 유산균, 누룩균, 방선균(세균과 곰팡이의 중간 성질을 가진 미생물. 균사 같은 것을 퍼뜨린다), 광합성 세균 등 80여 가지가 있다. 그런 미생물을 모아 배양한 것이 이엠(유용 미생물) 발효액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이엠 발효액을 그대로 쓰면 된다. 액비는 일종의 물거름이다. 웃거름으로 좋다.

쌀뜨물 발효액 만들기

쌀뜨물에는 단백질, 녹말, 무기질, 비타민 등 유익한 성분이 많다. 특히 인 성분이 많아 작물 성장을 돕고 탄수화물 대사를 촉진한다. 인 성분이 부족하면 열매가 튼실히 맺지 않는다. 쌀뜨물에 당분을 넣어 뜨물 속 유용한 미생물들을 배양하고 발효시킨 것이 쌀뜨물 발효액이다.

쌀뜨물을 2ℓ짜리 페트병에 담고 설탕을 2수저 이상 넉넉히 넣는다. 소금을 반 티스푼쯤 넣어 미네랄을 보충한다. 이엠 발효액을 20㎖쯤 넣어 발효를 촉진하면 좋다. 마개를 닫고 2주쯤 지나면 향긋한 냄새가 나며 발효가 된다. 일단 개봉하면 빨리 쓰는 것이 좋다. 술이나 식초 또는 마늘을 조금 섞으면 병충해 방제에도 좋다. 5배 이상 희석해서 쓴다.

오줌 액비

사람의 오줌에는 요소 성분이 많아 작물 성장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오줌을 바로 주면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 때문에 작물이 손상을 입으므로 반드시 발효시켜야 한다. 오줌을 페트병에 담고 마개로 막은 뒤 2주쯤 상온에 두면 발효된다. 5배쯤 희석해서 쓴다.

칼슘 액비 만들기

달걀 껍데기와 식초를 이용해 쉽게 만들 수 있는 영양제다. 칼슘은 뿌리를 튼튼하게 해 주고 병충해에도 강하게 해 준다. 달걀 껍데기 안쪽 흰 막을 벗기고 잘 말려 잘게 빻은 뒤 현미식초를 5배 넣는다. 산성인 식초와 알칼리성인 달걀 껍데기가 반응하면서 칼슘이 추출된다. 2주쯤 지나면 100배 희석해 작물에 뿌려 준다.

글·사진 김희수 도시농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