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민원 소통의 나비효과

등록 : 2022-09-15 16:20 수정 : 2022-09-15 19:39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설치한 선별진료소 대기인원 실시간 안내 시스템 모습.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선별진료소 대기가 너무 힘들다는 문자 민원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성동구 제공

010-9103-8388. 자칭 서울 성동구의 제일가는 엄지족 정원오, 내 휴대전화 번호다. 2015년부터 주민들과 문자를 주고받다 2018년 재선 뒤 본격적으로 주민 소통 창구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많은 날은 200건이 훌쩍 넘는데 보통 하루 평균 30여건 온다.

거의 모든 문자는 단문 기준인 40자를 훌쩍 넘는다. 원고지 1장인 200자가 넘는 문자도 수두룩하다. 문자의 길이와 해결의 시간은 대부분 비례한다. 길수록 여러 문제가 얽힌 복합 민원이다.

당장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는 문제를 담은 문자가 훨씬 많다. 몇 년이 걸려서야 속 시원한 답을 드릴 때도 있고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사이 문자를 보낸 주민과 계속 연락한다. 상담하고, 토론하고, 필요하면 설득도 한다.

구청장 휴대전화로 직접 주민들과 소통한다고 하면 자주 받는 오해가 있다. 정말로 읽는지, 홍보성은 아닌지, 요식적 행위는 아닌지.

이런 얘기는 다른 것 같지만 결국 가리키는 것은 하나다. 정치 불신이다. 또 문자 소통 오해만큼 민원에 대한 오해도 있다. 불평등 같은 거대 담론과 관련된 의제와 대비돼 민원을 상대적으로 사소하거나, 일회적이거나, 개별적인 문제로 이해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민원은 불편·불만이나 해소하고 없애는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민원(民願)의 한자를 풀어쓰면 ‘주민의 바람’이다. 즉, 주민이 원하는 모든 것이 곧 민원이니 민원은 해소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지역사회가 함께 이루는 바람이자 추구하는 목표’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원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니 빼곡히 적힌 문자에 서린 주민의 일상과 애환이 읽힌다. 문자를 직접 보낸 그 한 명의 주민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또는 있을 주민들이 생각난다. 자연스레 지역사회 모두를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8년 가까이 문자 민원 소통을 하며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행정과 주민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그래서 더 많은 문자 또는 더 어려운 문제를 맞이해도 해결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고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줄었다. 그 덕분인지 2020년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성동구는 신뢰도 1위를 기록했다.

행정에 대한 신뢰는 주민들의 지역사회 관심과 참여를 늘린다. 성동구는 17개 동 중 6개 동은 평지지만, 11개 동은 언덕이 많은 경사지다. 겨울철 눈이 올 때면 제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스마트시티통합관제센터를 통해 실시간 제설 현황을 파악하지만, 주민들이 보내는 문자도 신속한 작업에 큰 도움이 된다. “염화칼슘이 곧 떨어질 것 같아요” “골목 안 그늘진 곳이 있어 빙판이에요”라는 문자는 폐회로텔레비전(CCTV)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을 알려준다.

문자 민원 소통은 좋은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고, 삼표레미콘 철거, 금호역 앞 장터길 확장, 교육청과 교육 여건 개선 협약을 통해 이루어낸 중학교 신설 등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을 직원, 주민과 함께 달성했다.

8년 넘게 엄지족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지역사회는 부족한 것이 많다. 이뤄야 할 목표도 많다. 하지만 이제 주민들은 “내가 힘든 점이 있으면 구청장한테 문자 보내면 돼”라는 믿음이 생겨났다고 한다. 주민들은 기다리고 참여하고, 함께 힘을 모을 준비가 되어 있다.

민원이 제안이 되고 다시 참여로 확장된다. 그리고 마침내 협치로 그 의미가 넓어지는 것이다. 신뢰와 참여의 마음을 기꺼이 내주는 성동구 엄지척 주민들께 성동구의 제일가는 엄지족은 오늘도 답장을 쓴다.

정원오ㅣ성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