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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나눠도 편안한 도서관 ‘다독다독’ 덕에 삶의 질 높아져”

등록 : 2021-12-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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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주민 복지 공간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 5호점 암사종합시장점에서 24일 이벤트가 열렸다. 마침 크리스마스이브라 다독다독을 운영하는 강동구 작은도서관 협의회 관계자가 나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다. 2019년 다독다독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5호점을 만든 강동구는 앞으로 권역을 나눠 모두 10곳에 다독다독을 만들 계획이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강동구, 주민 복지 공간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 암사종합시장점 개관

지난해 1호점 이어 다섯 번째…주민 여가 활동과 소통 공간 자리매김

‘수채화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엽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열심히 엽서를 만들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첫째는 책을 좋아하고 둘째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데, 마침 이곳에는 책과 보드게임모두 있어 안성맞춤이죠.”

도태엽(39)씨는 24일 9살과 5살 된 아이를 데리고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다독다독) 암사종합시장점을 찾았다. 도씨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는 애들한테 미안해서 나왔다”며 “멀리 가지는 못하더라도 여기 오면 아이들이 책을 읽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했다. 도씨는 “매주 아이들 데리고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몇 번 왔더니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북카페 가자고 얘기한다”며 “무엇보다 멀지 않은 곳에 아이들과 함께 갈 곳이 생겨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3. 다독다독 1호점 길동사거리점. 4. 2호점 고분다리시장점. 강동구 제공
5. 3호점 구천면로점. 6. 4호점 고덕점 모습. 강동구 제공

강동구는 지난 11월30일 암사동 암사종합시장에 다독다독 5호점을 열었다. 2020년 9월 길동사거리 1호점(길동사거리점)을 시작으로 다섯 번째로 만든 다독다독이다. 강동구는 올해 상반기 2호점(고분다리시장점)과 3호점(구천면로점)을 개관했고, 11월에는 4호점(고덕점)과 5호점(암사종합시장점)을 잇따라 문 열었다. 2022년 3월에는 6호점(길동점)을 비롯해 권역을 나눠 모두 10곳에 북카페 다독다독을 만들 계획이다.


이번에 문을 연 다독다독 암사종합시장점은 주민 이동이 많은 시장에 있다. 독서공간을 북라운지와 개인룸으로 나눠 편한 곳에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주방(다목적실)도 조성해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건물 최고층 7층에 있는 테라스는 탁 트인 전망이 좋아 도심 생활에 지친 주민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다른 동네에 다독다독이 있는 게 부러웠는데, 이번에 암사시장점이 생긴 것을 알고 무척 기뻤죠.”

14년째 암사동에 살고 있는 이진염(43)씨는 이날 다독다독 암사시장점에 왔다. 이씨는 마트보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인 암사종합시장을 자주 이용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한 바퀴 돌다보면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이씨는 “일반 카페에 가면 음료를 사 먹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음료를 사지 않아도 돼 부담도 없다”며 “장을 보다가 힘들면 잠깐 들러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생겨 너무 좋다”고 했다.

강동구는 주민들의 문화 수요 충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역 밀착형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도서관을 만들어달라’는 주민 요구와 새로운 공간 복지를 지향하는 강동구의 비전이 맞물려 다독다독을 만들었다. 다독다독은 책과 차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강동형 복합문화공간이다. 다독다독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다독’, 차를 뜻하는 ‘다’와 서로 어루만져 감싸고 달래는 ‘독’의 합성어다.

다독다독은 단순히 책을 읽거나 빌리는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의 여가 활동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독다독은 조용한 도서관 이미지에서 탈피해 사람들 간의 소통이 있고 자유로운 휴식이 가능한 것이 일반 도서관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이웃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마을 공동체모임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경주 강동구 문화예술과 북카페 도서관 총괄담당은 “도서관의 정숙, 음료 반입 금지,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 이미지를 벗어났다”며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지향한다”고 했다.

책·차 매개로 공간 복지 실현한 대표적 주민 복합문화공간

‘정숙’ 강조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도서관정책 사례 최우수상 받아

“권역 나눠 모두 10곳 만들 계획”

24일 강동구 주민 복지 공간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 5호점에서 한 주민이 칸막이로 분리된 개인 공간에서 쉬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다독다독은 개인이 혼자 사용할 수 있는 개인실, 이웃과 소통을 위한 모임을 할 수 있는 세미나실 등 공간 대여도 한다. 세미나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토론장 구실도 함께 한다. 또한 주민 맞춤형 도서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월별 주제를 정해 도서를 선정해 독자에게 제안한다. 조세현 강동구 문화예술과 도서관팀장은 “기존 도서관 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서가를 배치해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며 “이용자가 책을 통해 관심 분야를 확장할 수 있도록 다가가는 형식을 취한다”고 했다.

“도서관은 경직된 분위기에 공부만 해야 될 것 같은데, 이곳은 시끄럽게 해도 눈치 안봐도 되고 언제든 차를 마실 수도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아요.”

암사동 토박이인 이수정(50)씨는 이날 다독다독에서 ‘수채화로 그리는 크리스마스엽서’ 프로그램을 들었다. 이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면서 재충전을 위해 집과 가까운 다독다독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만족감도 높아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북카페 다독다독은 각 공간이 특색 있다. 주택가 밀집 지역, 도시재생 지역, 시장 상권지역 등 이용 주민의 특성을 살렸다.

영어 원서를 가장 많이 보유한 1호점은 원서 읽기, 영어 보드게임 등으로 영어 학습에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여준다. 2호점은 고분다리시장 안에 있어 건강과 요리 관련 서적을 다양하게 갖췄다. 시장을 찾는 주민들이 고령층인 만큼 큰 글자 도서와 아이들을 위한 팝업북도 구비했다. 시장 상품과 연계한 북 큐레이션과 문화 프로그램 등으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준다.

3호점은 구 역점 사업인 ‘구천면로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의 6개 거점 공간 중 하나다. 사회적 경제, 지역, 출판 등과 관련된 도서가 많다. 감각적인 소품을 전시·판매하는 편집숍도 함께 운영한다. 카페가 입점해 있어 음료도 판다. 4호점은 도서관 기능이 더 크다.

유아를 위한 공간부터 조용하게 책을 읽는 주민들을 위해 아이부터 노인까지 독서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공간이 바뀌면 사람이 행복해진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의 지론이다. 강동구는 심리적 위안과 편안함이 도시 전체에 흐르는 도시 경관을 만들기 위해 모든 정책에 디자인 요소를 더하고 있다. 강동구는 ‘공간의 색채·조명·소리 등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신경건축학 개념을 행정에 도입해 ‘공간 복지’로 주민 행복 지수를 높여가고 있다.

강동구는 그 가운데서도 ‘책의 도시 강동’을 표어로 내세워 책과 차를 매개로 한 내 집앞 복합문화공간으로 다독다독을 만들었다. 강동형 공간 복지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서울시 최초로 도서관 총괄기획가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가의 시각을 더해 다독다독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다독다독은 지난 11월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책위원회가 주관하는 2021년 대한민국 도서관정책 사례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다독다독은 적당히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책 한 권을 읽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조 팀장은 “휴식·문화·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 중심의 도서관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 출발점에 다독다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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