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환경 장터’ 여는 주민모임의 큰 발걸음

행안부 장관상 받은 성북구 동선동 주민자치회 기후위기 실천모임 ‘너머’

등록 : 2021-11-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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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0일 성북구 동선동 주민센터에 있는 동선동주민자치회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동선나눔점방' 앞에서 실천모임 ‘너머' 회원 김가희(왼쪽부터)·이양희씨와 유재승 주민자치회장, 이지민 너머 대표가 활동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주민자치박람회 특별 공모 최우수상

지난해 공론장, 실천선언 뒤 구성해

쓰레기줄이기에서 탄소중립으로 넓혀

“자발적 참여로 작은 변화 만들어가”

“앗! 용기가 있어야 하는군요.”

11월14일 일요일 오후 성북구 성북천 분수마루에서 ‘소문날 마-켓’ 행사가 열렸다. 쓰레기를 줄여가는 우리 동네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장터다. 광목천으로 만든 캘리그래피 펼침막 아래에 부스가 차려졌다. 에코마일리지 가입과 탄소중립 실천 서약 참여자는 사은품으로 소분 세제나 섬유유연제 500ℓ를 받는다. 설명은 들은 참가자는 잠시 뒤 어디선가 용기를 구해와 세제를 받아갔다.


11월14일 성북구 성북천 분수마루에서 열린 소문날 마-켓 모습. 동선동주민자치회 실천모임 ‘너머’ 제공

소문날 마-켓에선 개인 용기와 장바구니가 필수다. 취급하는 물건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수제품(수저집, 융 커피필터·화장솜, 소분 주머니 등), 쓰레기를 덜 생기게하는 소분 세제·섬유유연제, 윤리적 소비‘공정무역’의 커피와 설탕 등이다. 주민 모임(동선동 주민자치회의 ‘너머’, 종암동 ‘봄봄’)과 성북구 공정무역센터가 손잡고 4월부터 3차례 열었고, 이날이 올해 마지막 행사였다. 성북구도 5월부터 함께해, 성북절전소(에너지절약 주민 공동체) 길라잡이와 환경과 직원들도 참여했다.

최근 ‘너머’의 사례가 친환경 실천 확산을 위한 민민, 민관 협력을 끌어낸 자치활동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 10월 전국주민자치회 박람회 우수사례 공모전 특별공모 분야(기후위기, 코로나19 관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이지민 너머 대표는 “자발적으로 실천모임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실행하며 다른 단체나 주민 모임, 자치구와 협력해 실천의 폭을 넓혀간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너머는 지난해 11월 구성된 동선동 주민자치회의 기후위기 실천모임이다. 기후위기 세상을 넘어선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지난해 교육문화·마을활력분과가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업으로 기후위기,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공론장을 세 차례 열었다. 조회 수가 1800여 회로 반응이 꽤 좋았다. 공론장을 끝낸 뒤 주민자치회는 실천 약속을 선언했다. 첫 번째 약속인 실천모임 구성으로 너머가 만들어졌다. 공론장을 이끈 회원 8명이 중심이 됐다.

올해 1월 너머는 동선동 주민센터에 있는 주민자치회 사무실 한쪽에 제로웨이스트숍 ‘동선 나눔 점방’을 만들어 작은 실천의 첫걸음을 뗐다.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을 벤치마킹해 소분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원가에 판다. 플라스틱 뚜껑, 아이스팩, 폐건전지 등을 모으는 통도 마련했다.

초기엔 회원과 주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내가 버리는 하루 쓰레기 기록 일기’ 쓰기 활동도 했다. 박윤경 주민자치 공론장 코디네이터는 “주민들은 물론이고 주변 종교시설에 있는 분들이나 대학생들도 와서 나눔 점방을 이용하거나 재활용품을 두고 간다”며 “너머의 활동이 지역에 선한 영향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봄부터는 조금씩 걸음 폭을 넓혔다. 쓰레기 줄이기에서 탄소중립으로 활동을다양화했다. 소문날 마-켓을 기획해 운영하고, 성북구 환경과와 ‘탄소중립 활동가 양성 과정’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수강인원을 10명으로 제한했는데 두 배가 넘는 주민이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너머는 수료자가 주민교육 강사로 기후위기 대응 주민실천을 확산해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천연수세미 등 친환경 물품을 직접 만드는 주민 모임, 새마을부녀회와 동네 텃밭 가꾸기도 한다. 주민들의 환경실천 사례를 릴레이 지명으로 진행하는 ‘이별해 챌린지’도 운영하고 있다. 4년째 주민자치회장을 맡아 온 유재승 회장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며 작은 변화가 쌓여가고 있다”며 “너머 사례가 상을 받은 건 우연이 아니며 회원들이 공부하고, 토론·실천한 노력의 결실이다”라고 했다.

너머는 더 많은 주민의 참여로 넓혀가기 위해 앞으로 더 큰 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그러기 위해 근력과 지구력을 갖췄으면 한다. 우선 기후위기 대응 주민실천이 내년엔 주민자치회 전체의 계획과 활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가희 너머 전 대표는 “주민자치회 차원의 활동은 예산이나 협치 면에서 영향력이 크기에, 기후위기 대응 주민실천에 주민자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 성북구와 함께 실천해나갈 수 있게 상시적인 논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목표이다. 관련 조례도 갖추고 주민들이 원하는 탄소중립 정책이 나올 수 있었으면 한다. 이지민 너머 대표는 “기후위기는 삶터 등 생존의 기본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동네마다 기후위기 대응센터 같은 곳이 만들어져 주민, 기업, 정부가 다 함께 실천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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