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말라버렸던 개화산, ‘친수 공원’ 거듭나”

강서구, 4년간 노력 끝에 개화산에 맑은 시냇물 흐르게 만들어

등록 : 2021-09-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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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회 강서구 공원녹지과 공원기획팀장(왼쪽부터), 전미숙 개화산물순환생태보존위원회 부위원장, 양승춘 개화산물순환생태보존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지난 7월 만든 개화산 연못 앞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주민들, ‘물순환생태보존위’ 구성 노력

강서구, 총 61억원 들여 결실 얻어내

지하철 유출수 산 정상까지 끌어올려

생태 수로·연못 만들고 소화전도 설치

“산이 다시 살아났어요. ‘쏴~’ 하고 시원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은지 몰라요.”

강서구에 사는 임미자(62)씨와 최현숙(62)씨는 친구 사이로 매일 근처 개화산에 올라 산책과 휴식을 한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생태 연못 아래 시냇가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10일 “개화산이 명산이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개화산에는 1990년대 이후 물이 줄어들었다. 약사사를 비롯해 개화산에 있는 2개의 절에 있는 약수터도 물이 말랐다. 개화산은 약수터 물과 흐르는 물이 고갈되면서 생물의 서식환경이 파괴되고 나무가 고사할 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도 커졌다. 임씨와 최씨는 “건조할 때는 산길을 걸어도 먼지가 날려 불편할 정도였다”며 “이제라도 이렇게 물이 흐르는 곳에서 휴식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물이 고갈된 개화산을 주민들은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2017년부터 개화산 인근 주민들은 물이 흐르는 개화산을 만들기 위해 ‘개화산물순환생태보존위원회’를 만들었고, 강서구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강서구는 개화산 생태공원 조성에 4년 동안 총 61억여원을 들여 지난 7월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개화산 생태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최광회 강서구 공원녹지과 공원기획팀장은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친수 생태공원을 만들어 무더운 여름철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개화산 곳곳에 소화전을 설치해 산불이 났을 때 제때 진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강서구는 개화산을 물이 흐르는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김포도시철도 제5공구에서 발생한 유출 지하수 2만2464t을 3146m가량 끌어와 활용한다. 구는 중계펌프장(가압장) 2곳을 만들어 유출 지하수를 128m 높이의 개화산 정상 부근까지 끌어올렸다. 먼저 김포 수원지에서 개화천 1가압장까지 물을 끌어온 뒤, 다시 개화산 미타사 앞 2가압장까지 유입관로를 통해 끌어올린다. 미타사 2가압장에서 다시 산 정상 부근까지 끌어올린 물은 생태수로 7곳, 생태연못 3곳, 인공폭포, 소화전 8곳으로 흘러간다.

개화산 폭포 모습.

최광회 팀장은 “이렇게 끌어올린 물은 산책로 옆 수로와 자연 계곡을 타고 흘러 다시 아래쪽으로 흘러간다”고 설명했다.

강서구는 개화산 정상 부근에 힐링 숲,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찰인 약사사 진입로에 생태 숲도 조성했다. 수생 동식물이 사는 생태 연못, 인공폭포 등도 만들었다. 생태 연못과 폭포를 거쳐 흘러나온 물은 산불 방지 용수와 가뭄에 대비한 수목 급수용으로 다시 사용된다. 강서구는 생태공원을 만들기 위해 소나무 5종 4345그루, 꽃창포 등 11종 3만5600포기를 심었다. 최 팀장은 “개화산 수림대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팥배나무, 산수국, 꽃창포 등 나무와 초화류를 새로 심어 산림의 기능도 높였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숲을 천천히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정자, 벤치, 조망대 등 열린 쉼터도 만들었다.

주민 임미자씨와 최현숙씨가 개화산 연못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개화산 생태수로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가동되는데, 시간당 10㎜ 이상 비가 내리면 가압장 운행이 자동 정지되고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설계했다.

“처음에 물을 끌어오자고 하니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개화산을 물이 흐르는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데는 양승춘(79) 개화산물순환생태보존위원회 위원장의 노력이 컸다. 방화2동에서 12대째 살아온 양 위원장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각종 개발로 지하의 물이 모두 빠져나가 1990년대부터 개화산에 물이 흐르지 않는 것을 알고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7년 전 개화산에 물이 흐르게 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양 위원장은 “개화산에 물이 흐르지 않으면 20년 정도 뒤면 나무가 모두 고사한다”며 “노현송 강서구청장에게 ‘개화산으로 물을 끌어와 산을 살리자’는 정책 제안을 한 것이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의 개화산 사랑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개화산보존위원회를 만들어 일제가 민족정기를 끊는다며 개화산 중턱에 있는 암벽을 깎아낸 것을 구청의 도움을 받아 복원한 바 있다. 양 위원장은 “기성세대는 좋은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 계속 개화산 지킴이를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강서구는 개화산이 주민들을 위한 대표적인 휴식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생물 서식처 등 산림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면서 시민들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힐링 명소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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