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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맘 강동’ 오면, 아이 낳아서 대접받는다는 느낌 받아요”

등록 : 2021-09-16 15:22 수정 : 2021-09-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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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주씨가 8일 강동구의 영유아를 위한 복합커뮤니티 ‘아이맘 강동’ 길동점 열린놀이터에서 넷째 아이 정우를 안고 쉬고 있다.

강동구, 영유아 복합커뮤니티 ‘아이맘 강동’ 길동점 개소

2023년까지 10호점 계획…인기 높아 예약 경쟁도 치열

“예약하려고 ‘광클’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천호3동에 사는 원경희(43)씨는 딸 다온(2살)이와 함께 매월 4~5회 정도 ‘아이맘 강동’을 이용한다. 다온이가 생후 6개월 때부터 꾸준히 집과 가까운 아이맘 강동을 이용하는데 다온이가 책을 좋아해 책놀이 공간을자주 이용한다. 8일 다온이와 함께 강동구길동에 있는 아이맘 강동 길동점을 찾은 원씨는 “아이맘 강동을 이용하려면 예약해야하는데, 인기가 높아 남들보다 먼저 예약하려면 마우스 클릭을 무척 빨리 해야 한다”며 웃었다.

다온이는 이날 엄마와 함께 큐브와 블록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다온이는 차곡차곡쌓던 블록을 손으로 가리키며 “기린”이라고 짧게 말했다. 블록 높이가 낮을 때는 “아기 기린”이라고 하더니, 조금 높아지자 “엄마 기린”이라고 불렀다. 어느새 자기 가슴 높이까지 블록을 쌓아 올리고는 “기린 만들었다”며 좋아했다.

원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마음 놓고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지만, (아이맘 강동처럼) 아이가 안심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원경희씨가 딸 다온이와 함께 블록쌓기를 하고 있다.

강일동에 사는 정선주(40)씨는 아이가 네명이다. 넷째(황정우·6개월)를 낳은 지난 4월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아이맘 강동강일점이나 천호점을 월 2회 이상 이용한다.

“이전에는 아이 키우는 게 힘들었죠. 요즘에는 아기 엄마라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엄마가 행복하도록 지원을 많이 한다는 걸 느껴요. 넷째 낳아서 이런 대접 받아보고 너무 기쁩니다.”

정씨는 “남편도 아이맘 강동에서 빌린 다양한 장난감으로 아이와 놀아주니 육아를 힘들이지 않고 웃으면서 한다”며 “아이랑 함께 노는 게 이렇게 재밌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정씨는 “아이맘 강동에서 백일상도 빌렸다”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장난감뿐만 아니라 육아에 필요한 다양한 용품을 빌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1살과 6살 된 아이를 키우는 정득순(37)씨는 아이맘 강동 천호점을 자주 이용하다가 이제 집과 가까운 곳에 새로 생긴 길동점을 이용한다.

“둘째 낳고 제일 먼저 아이맘 강동이 생각났어요. 아기랑 무조건 함께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빌려야 해서 조리원에서 곧바로 회원가입했죠.” 정씨는 아이맘 강동이 늘어나는데 대해 “이렇게 동네마다 하나씩 늘어나는게 너무 좋다”며 반겼다.

영유아를 위한 복합커뮤니티 시설인 아이맘 강동은 이정훈 구청장이 관심을 갖고추진하는 주요 사업으로 북카페, 꿈미소, 행복학교, 어르신사랑방 등과 함께 강동구가 추구하는 공간복지 사업의 중요한 한 축이다. 강동구는 이 구청장 취임 이후 주민들이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서 편리하게 주민 복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각 시설을 권역별로1곳씩 강동구 전체에 10곳 이상씩 만들고있다.

장난감도서관 한쪽에 쓰인 글귀가 눈에 띈다.

강동구는 2019년 5월 아이맘 강동 성내점(1호)을 시작으로 천호점(2호), 강일점(3호), 천호공원점(4호), 암사점(5호), 고덕점(7호)을 차례로 개소했고 지난 1일 길동점(6호)을 열었다. 길동점은 고덕점보다 앞서 준비했지만, 개소 시점은 늦어졌다. 강동구는 오는 11월 암사시장점(8호), 2022년 9호점, 2023년 10호점을 열 계획이다. 강동구 여성가족과의 양영아 어린이회관팀 관장 겸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서울 자치구 중에서 영유아 복합커뮤니티 시설을 처음 만들 때부터 구가 직영으로 권역을 나눠 지점을 늘려가는 형태는 강동구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맘 강동’ 길동점 직원이 열린놀이터에 있는 의자와 인형을 깨끗이 소독하고 있다.

최근 길동 정남빌딩 6층에 개소한 길동점은 전용면적 264㎡ 공간에 장난감을 비롯해육아용품을 대여하는 ‘장난감도서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 수 있는 ‘열린놀이터’, 아이의 발달 촉진을 위한 ‘아이자람터’ 등을 갖췄다. 길동점은 레고블록, 보드게임, 퍼즐 종류의 다양한 장난감을 구비해 다른 지점과 차별화했다. 체험존도 마련해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이 빌리기 전 먼저 사용해볼 수 있다.

“남편도 아이와 장난감으로 노니까 웃으면서 육아해요”

구청장 관심 갖는 공간복지 중요한 축

구 직영 지점 확대는 강동구가 최초

“지속적으로 놀이환경 재구성해갈 것”

아쿠아리움을 주제로 한 열린놀이터는 아이들이 아늑한 공간에 숨어 있길 좋아하는 특성을 반영해 오두막과 다락방 등을 만들었다. 바닥은 쿠션감이 뛰어난 재질을 사용해 아이들이 맘껏 뛰놀아도 다치지 않도록 안전에 신경 썼다. 공간 전체를 블록으로 꾸민 아이자람터는 아이들이 상상력을 펼쳐 무엇이든 만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놀이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강동구 길동에 있는 ‘아이맘 강동’ 길동점 입구 모습.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강동구에 거주하는 취학 전 영유아와 보호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아이맘 강동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점심시간(오후 12시30분~1시30분)을 제외한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한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소수 인원만 시간대별로 나누어 이용할 수 있지만,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 이용 인원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장난감도서관은 회원 가입(연 2만원)을 하면 회당 장난감 2점과 도서 3권을 14일 동안 빌릴 수 있다.

아이맘 강동은 사랑방 구실도 한다.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와서 친구를 사귀고, 부모들은 서로 육아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맘 강동은 아이 키우는 데어려운 점 등을 직접 상담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좀 더 전문적인 상담을 받도록 연결해준다.

양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환경에 따라서 생각과 태도가 달라지듯 공간 환경이 상당히 중요한데, 아이들을 위한 환경은 지금까지 간과돼왔다”며 “아이맘 강동은 아이를 위한 최적의 공간 환경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도 좋아하지만 자신이 경험한 놀이를 반복하는 것을 즐기며 다른 놀이와 연계하면서 노는 것을 즐기죠. 아이들이 이곳에서 갖고 놀았던 장난감을 단절 없이 집에서도 가족과 함께 놀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맘 강동은 애초부터 장난감도서관과 놀이공간을 함께 만들지는 않았다. 1호점을 만든 뒤 시범운영을 거쳐 비로소 장난감도서관과 놀이공간이 합쳐진 복합커뮤니티 시설로 만들었다. 양 센터장은 “장난감도서관과 놀이터를 같이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참여를 좀 더 높여갈 계획입니다.

손님처럼 오는 게 아니라 주인처럼 와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양 센터장은 “‘아이맘’이라는 말 속에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즐거운 놀이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아이맘 강동은 아이 혼자 노는 키즈카페와 달리 아이와 엄마가 함께 놀이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맘 강동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파악해 놀이 환경 주제를 재구성하고 노후 장난감을 교체해갈 계획이다. 9월 말부터는 이동이 어려운 대형 장난감을 집 앞까지 보내주는 배달 서비스도 무료로 시작한다. 코로나19로 올해 운영이 중단된 키즈필라테스, 감각놀이, 미술놀이 등 아이자람터 놀이프로그램도 상황이 나아지면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다. 또한 각 가정 내 장난감을 서로 교환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 마켓도 준비하고 있다.

강동구는 코로나19 거리두기 등으로 대면 활동이 줄고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 아이맘 강동을 마음껏 이용할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 양 센터장은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상호작용 콘텐츠를 만들어 아이맘 강동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 아이맘 강동을 이용하는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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