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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로고송·영상 만들어 홍보 도와요”

‘우리동네 로고송라이터’ 기획·운영하는 무궁무진스튜디오의 정연재 대표

등록 : 2021-08-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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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뮤지션·대학생 한 팀 되어

7주 동안 온·오프 소통해 콘텐츠 창작

1분짜리 노래·영상, 매장·SNS에 활용

“이야기·재능 만나는 플랫폼 개발 중”

8월11일 영등포구 양평동 사회적기업성장지원센터 ‘소셜캠퍼스온’ 서울2센터의 공유사무실에서 정연재 무궁무진스튜디오 대표가 사진 취재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평동 어느 골목길/ 고소한 호두과자 냄새/ 은은한 커피 향이 짙은/ 사그락 책 넘기는 소리/ 골목 속의 오아시스/ 선유서가의 낮과 밤/ 선유서가 음~ 음~’

영등포구 양평동 한 카페의 로고송이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읊조리듯 진행되면서 잔잔한 목소리가 함께 흘러나온다. ‘책과 커피, 그리고 호두과자’라는 카페의 특색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서정적이면서도 담백한 이 멜로디는 ‘우리동네 로고송라이터’ 사업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공세영씨가 가게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만들었다. 사업 기획과 운영은 무궁무진스튜디오(무궁무진)가 맡고 있다.

8월11일 오후 영등포구 양평동 소셜캠퍼스온에서 무궁무진의 정연재(35) 대표를 만났다. 무궁무진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예술가의 재능을 이어 콘텐츠를 창작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이 독립예술가와 만나 스마트폰, 태블릿피시 등을 활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미디어 콘텐츠로 창작하는 교육을 한다. 독립예술가에게는 다양한 활동 기회를 준다.


정 대표는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노리단’에서 5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대학 때 지역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함께했던 친구와 2018년 무궁무진을 창업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사회적기업성장지원센터 ‘소셜캠퍼스온’ 서울2센터에 입주해 ‘창업 초기 기업’ 성장 지원을 받고 있다. 무궁무진의 우리동네 로고송라이터 사업은 서울문화재단의 공모 사업에서 선정된 프로젝트다. 서울문화재단은 음악, 연극 등 예술단체의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마다 진행한다.

무궁무진은 조사와 기획, 선발 등 준비 과정을 거쳐 7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기가 이달까지 활동하고 다음달엔 2기가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동네(영등포 문래동, 양평동 일대) 소상공인들의 영업과 홍보에 도움을 주고, 공연예술행사 축소로 어려운 예술가의 창작 재능을 새롭게 활용해보는 시도로 기획했다”고 했다.

1기에선 독립뮤지션과 광고에 관심 있는 대학생 3명이 한 팀이 되어 지역 소상공인 가게의 로고송과 1분짜리 짧은 광고 영상을 만들고 있다. 소상공인도 가게 이야기를 온·오프라인으로 이들에게 들려주며 창작 과정에 참여한다. 카페, 음식점, 공방, 문방구 네 팀이 7주 동안의 창작활동을 하는 중이다. 이달 말쯤 완성된 결과물이 나온다. 정 대표는 “매장과 SNS 등에서 사장님들이 손쉽게 쓸 수 있게 활용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프로젝트 진행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참여 의향을 보였던 가게들이 휴업하거나 아예 장사를 그만둔 경우도 있어 섭외가 힘들었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뮤지션과 대학생들이 가게를 직접 찾아가 이용하고, 점주들과 얘기를 나누며 추진하려 했던 방식도 어려워졌다. 대신 비대면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협업 툴 ‘노션’을 활용해 참여자가 업데이트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활동 아카이브 페이지를 발행했다.

2기 땐 주민들이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가게를 대상으로 해 볼 계획이다. 활동 영역도 시각 예술로 넓혀 추진한다. 비대면 레크리에이션 게임 등을 활용해 참여자가 재밌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소통도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 정 대표는 “문래 예술창작촌에 입주해 있는 시각예술가들도 참여해 메뉴판 등 시각물도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4년 동안 무궁무진은 이야기와 재능을 연결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왔다. 첫 시작은 어린이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사춘기뮤직스튜디오)이었다. 아이들은 뮤지션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로 가사를 쓰고 곡을 붙여 앨범, 영상을 만드는 창작의 경험을 했다. 1500여 명을 만나 150여 곡을 만들었다. 예비부부들이 자신들의 사연으로 작사, 작곡해 만든 웨딩송을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리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중소기업 브랜드 로고송 등 맞춤형 로고송 사업도 진행했다.

‘화성학을 몰라도, 악기 하나 다루지 못해도, 누구든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지론이다. 음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음악을 좋아해 취미로 밴드 활동을 하고 음악 관련 창업을 하면서 가진 생각이다. 비싼 장비와 스튜디오가 없어도 누구든 음원을 만드는 과정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단다. 최근엔 사람들의 이야기와 예술가의 재능이 온라인에서 매칭될 수 있는 플랫폼 ‘무무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하반기 베타 서비스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즐겁게 협업하면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기쁨을 누구나 느껴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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