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주변 지역과 연결하면 유동인구 5배 증가”

도시재생 소식지 ‘지역과 나 -서울의 도시재생 이야기’ 창간한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등록 : 2016-07-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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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도시개발을 재개발·재건축 방식에서 도시재생의 방식에 중점을 둔다. 21일 오후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이 용산구 해방촌의 건물 옥상에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에 도시재생본부라는 기구가 생긴 것은 지난해 초이다. 서울시의 부지런한 소통 노력으로 도시재생이란 말은 더는 낯설지 않다. “지우고 새로 쓰는” 재개발·재건축에서 “고쳐 쓰고, 다시 쓰는” 재생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은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도시재생 전담 기구 출범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6개월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사실상 첫 도시재생본부장에 취임한 진희선(52·지방관리관) 본부장은 서울시 공무원으로 도시계획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공무원이다. 그를 만나 최근 서울 도시재생 분야 현안들을 점검해 봤다.

서울은 강남과 강북, 사대문 안과 밖의 특징이 뚜렷하다. 전체적인 틀에서 도시재생 정책 방향은?

“서울은 천년의 역사, 강과 산을 품은 지리,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인문적 요소 등이 어우러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메트로폴리탄이다. 이 같은 서울만의 특징을 생활 속에서 얼마나 잘 살리는가가 관건이다. 강남은 신생의 관점에서, 강북은 재생의 관점에서, 도심은 역사문화의 관점에서 그야말로 도전적인 과제들이 쌓여 있다.”

서울시는 현재 강북 창동상계 일대 등 5개 저이용·저개발 지역, 세운상가 등 3개 쇠퇴·낙후 산(상)업 지역, 노들섬 등 7개 역사문화자원 특화 지역, 창신숭인 지역 등 12개 노후 주거지역별로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다.

세운상가 재생사업인 ‘다시 세운 프로젝트’가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던데.

“세운상가는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남북으로 1㎞나 된다. 기능이 약화된 양쪽 보행로를 공중 보행교,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으로 주변 지역과 연결하려고 한다. 혈로를 뚫어 죽은 세포들에게 새 피를 공급하는 방식인데, 계획대로 되면 유동인구가 5배 이상 늘 것으로 본다. 내년 봄 함께 개통되는 서울역 고가 보행로와 함께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확신한다.”


세운상가는 강남 개발에 밀려 쇠퇴하기 전까지는 “미사일과 대포도 만들어 준다”고 할 정도로 도심 제조업의 메카였다. 따라서 세운상가 재생 프로젝트는 도심제조업의 활성화라는 성격도 띨 수밖에 없다.

“공해 문제로 제조업을 도심에서 추방했던 선진국들이 다시 도심 제조업 비중을 20%대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무공해 하이테크 첨단산업 시대의 도래가 도심제조업을 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비중이 7%대에 불과한 서울의 경우, 세운상가의 잠재력을 극대화시켜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한강 북단 이촌동과 남단 노량진을 잇는 한강대교 중간의 노들섬이 새로운 문화복합단지로 탄생한다고 들었다. 잘되면 서울의 멋진 문화 명소가 될 것도 같은데.

“내년 착공, 2018년 개장을 목표로 일하고 있다. 노들섬은 애초 대규모 오페라하우스 건설이 추진되다가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생태 자원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유연하고 가변적인 공간을 만들어 용도에 따라 공간을 변화시켜 사용하는 방식이다. 공사 규모도 작아져 이전보다 훨씬 적은 사업비로도 가능하게 되었다.”

노들섬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음악 공연 중심의 복합문화 공간이 될 것이다. 공연장, 장터, 카페, 생태교육 시설 등이 다양한 골목길과 숲 속 산책로로 연결되는 ‘노들 마을’이 생긴다. 마을을 찾은 시민들이 이용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요구가 나올 것이고, 마을은 거기에 맞게 변용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강 가운데 있는 섬마을에 어떻게 사람들이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올 수 있느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초점이 될 것 같다.”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저항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주민들의 물질적, 경제적 욕망을 결코 무시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개별적인 이기심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늘 어려운 과제이다. 재생사업은 결국 ‘주민에서 시민으로’라는 시민의식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도시재생본부에서는 최근 <지역과 나서울의 도시재생 이야기>라는 제목의 주민 대상 소식지를 창간했다. 자기 동네에 애착을 느끼고 그 안에서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는 각종 마을 정보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진 본부장은 공동체와 개인의 행복이 상호 귀결되는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도시재생은 결국 도시뿐만 아니라 사람의 ‘인문적 재생’이라고 말한다.

“도시재생은 세계적 대세이다. 현 시장의 철학으로 이 분야에 대한 배려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시장이 바뀌고 정부가 바뀌어도 재생사업은 여전히 도시 정책의 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희선 본부장은 기술고시 23회 출신으로 서울시 도시관리과장, 주택정책실장, 주택건축국장을 거쳐 지난해 7월 지방관리관(건축) 자리인 도시재생본부장에 취임했다.

<서울&> 콘텐츠 디렉터 iwlee21@hani.co.kr

사진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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