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방접종센터 ‘현장봉사자’가 남긴 것

기고 ㅣ 김의욱 서울시자원봉사센터장

등록 : 2021-07-22 15:17

크게 작게

중랑구예방접종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거동이 불편한 시민의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소 중에 ‘○○센터’라는 이름의 기관이 많이 있다. 센터라는 말을 번역하면 ‘한가운데’ ‘복판’ ‘중심’이라는 의미이다. 올해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 있는 센터는 당연히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일 것이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백신에 집중돼 있고 접종센터를 방문하는 날이 올해 매우 중요한 날이 되었으니, 현재 우리 삶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장소가 있을까?

예방접종센터는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으로 운영된다. 의료진뿐 아니라 군인, 경찰, 공무원 등이 함께 백신 이동부터 접종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자원봉사자이다. 접종 현장 곳곳에서 안내, 이동 지원, 예진표 작성 등의 역할을 담당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예방접종센터가 운영을 시작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서울 전역에서 1만6800여 명의 시민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서울시와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어려운 봉사활동을 결심한 봉사자들에게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모색해왔다. 25개 자치구자원봉사센터에서 각 예방접종센터와 협력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자원봉사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현장 관리는 물론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서로가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뒤로 모든 시민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조심스러워 한다. 특히 낯선 사람과 대화하고 접촉하는 일에 예민해졌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물리적인 거리두기가 꼭 필요했지만 타인과의 마음의 거리까지도 멀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 1천 명 이상의 시민이 찾는 예방접종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용기와 마음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이 기꺼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모두가 피하고 싶고 망설여지는 그 현장에 선뜻 마음을 내는 봉사심은 어디서 왔을까?

접종센터에서 만난 한 청년의 답변이 참 인상적이었다. 외국에서 귀국한 뒤 격리시설에서 지내며 자신이 경험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친절함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이 청년을 봉사활동으로 이끌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어르신이 고맙다며 자신의 손에 꼭 쥐여준 사탕 한 알에 무한한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것이 사람 사는 맛이다. 이런 느낌이 우리에게 살아가는 힘이 된다. 서로가 주고받는 이 따스한 온기가 사실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기운이라는 걸 이 봉사자들은 몸으로 익힌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예방접종센터 자원봉사는 서로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경험하는 현장이자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생존 방식을 배우는 경험 학습이다. 그동안 우리 생활 현장 곳곳에서 서로를 이어주던 수많은 자원봉사활동이 중단되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생활문화조차 낯설어진 지금, 좋은 이웃들이 만드는 사회의 안전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코로나19로 달라진 사회에서 필요한 삶의 방식을 함께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세 가지 질문’에서 왕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현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답한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어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 말한다.

예방접종센터는 2021년의 시간에 가장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중심’이다. 그 중심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생활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그 봉사자들을 만나는 사람들은 잊고 있었던 사람의 온기와 친절과 환대를 경험하고 있다. 이곳에 더 많은 시민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원리를 공유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의욱 서울시자원봉사센터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