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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세계, 무한확장 중

박선은씨 사무실 40명과 공유, 개인의 지식 공유 플랫폼도 생겨

등록 : 2016-07-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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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곰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한 커플도 있어요. 감동이었지요. 밤새 유로 축구를 보고 간 회사원들도 기억에 남네요. 아! 베이비 샤워를 하신 분도 있는데, 이야기를 듣고 저 역시 축하하는 마음에 이용료를 할인해 드리기도 했어요.”

강남구 논현동에 디자인 사무실 ‘모루초’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박선은(33) 씨의 사무실 공유 경험담이다.

“작년 12월 지금 사무실로 이사하면서 공간 공유를 염두에 두고 인테리어를 했어요. 화장실과 탕비실을 포함해 약 36.4㎡(11평) 공간에 방음벽을 세우고 가구는 이동이 편하게 바퀴를 달았어요.” 공간을 함께 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은 공간 공유를 중계해 주는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https://spacecloud.kr)의 도움을 받았다. “막상 공간 공유를 마음먹었지만 누구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마침 지인이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소개해 줘 고민이 쉽게 해결됐지요.”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박 씨의 사무실을 함께 쓴 이들은 40명 정도다. 박 씨는 스페이스클라우드 누리집에 사무실 공간을 보여 주는 사진과 이용상 주의사항을 포함한 정보, 요금 등을 올렸다. 이용 시간이나 요금 등 세부 조건은 공유자가 정한다. 이용자는 ‘마음껏 뛸 수 있는 곳, 음악을 크게 틀어도 되는 곳, 조용한 모임을 할 수 있는 곳, 요리를 할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열쇳말과 가격 조건으로 공간을 검색한 뒤 예약하면 된다. “디자인 업무 특성상 사무실 공간이 자주 비어요. 그 시간에 공유하자는 의도였어요. 저를 포함한 3명의 직원들이 사무실을 써야 할 때는 공유하지 않아요.” 박 씨는 공유를 통해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가치를 얻고 있다. 사무실 이용자와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는 소소한 일상이 본연의 디자인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한다.

서울시가 공유 도시를 선언한 후 옷이나 장난감 등 소용을 다 한 물건의 재활용에서 시작한 공유경제는 공간과 지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사만 해도 부족한 주차 공간을 이웃한 아파트의 주차장을 공유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주차장 공유는 이용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제공자에게는 부대 수입을 가져다준다. 뿐만 아니라 도로변 노상주차장 사용을 줄여 교통을 원활하게 해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갑자기 인생이 꽉 막힌 느낌이었어요. 그때 2년 동안 여행만 다닌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기력증을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고 나니 답이 보이더라고요.”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된다’는 슬로건으로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 위즈돔(www.wisdo.me)을 사용해 본 박연정(29) 씨의 경험담이다. 위즈돔 공동대표 김종석 씨는 위즈돔 설립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경험과 지혜와 같은 무형의 사회적 자본을 가치 있게 공유해서, 사회적 자본 편차를 줄이고 싶었습니다.”

위즈돔이 2012년부터 올 6월까지 진행한 만남만 7161건이다. 4만5332명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물건을 넘어 공간과 지식까지 공유가 확대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에게는 경제적 가치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고, 공유가 그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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