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55%가 사는 도시의 미래가 ‘지구 지속가능성’ 열쇠

서울 쏙 ESG ② ‘더 나은 도시화’와 서울의 지속가능발전 계획

등록 : 2021-05-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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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탄소 가스의 80% 도시가 배출 등

지구의 문제 대부분이 도시에서 발생

도시들, 15년 유엔 총회서 함께 만든

‘지속가능발전목표’ 통해 개선 노력


서울도 ‘2030 지속가능도시’ 목표 개발

지난해 “평균 77.9% 달성했다” 보고

녹색교통수단 분담률 등은 90% 달성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절반 못미쳐

인류의 55%가 산다. 세계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에너지의 75%를 소비한다. 탄소가스의 80%를 배출한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를 뒤집어쓴 채 사막 같은 열기를 뿜어낸다. 이곳은 어딜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 도시다.

마우로 기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국제경영학 교수의 분석과 예측을 조금만 더 보자. 일주일마다 전세계 도시 인구는 150만 명씩 늘고 있다. 2025년엔 인구 75%가 도시나 바닷가에 살게 된다. 2030년엔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가 43곳으로 는다. 메가시티는 2017년엔 29곳이었고 1969년엔 미국 뉴욕, 일본 도쿄와 오사카 세 곳뿐이었다. 1920년대엔 한 곳도 없었다.

도시가 몸집을 늘리면 문제도 늘어난다. 교통혼잡부터 대기오염, 쌓이는 쓰레기, 빈곤과 불평등까지.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인구도 늘어난다. 타이 방콕, 중국 상하이, 오사카 등 전세계 도시 지역의 90% 이상이 해안선을 따라 형성됐다.

지구와 인류가 겪는 문제 대부분이 도시에서 발생하고 도시로 집중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즉 살아남기 위해 도시는 뭘 해야 할까.

기업에 이에스지(ESG, 환경·사회·거버넌스)가 있다면 도시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있다. SDGs는 2015년 9월 열린 유엔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이 함께 세운 17가지 목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 지방정부 협의회’(ICLEI,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의 강정묵 정책정보팀장은 “ESG와 SDGs는 용어가 다를 뿐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고 설명한다. 바로 지속가능발전이다. 유엔이 후원하는 이클레이는 125개국 2500여 도시가 참여한 지방정부 네트워크다.

“기업은 ESG라는 툴을 써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그것처럼 도시는 SDGs라는 툴을 씁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방정부들은 그에 따른 지역의 지속가능개발목표, 즉 L-SDGs를 추구합니다. SDGs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함께 추구하는 목표거든요.”

한국에도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평가지표가 있다.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세운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와 국토교통부의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생활인프라 평가’가 그것이다. 이 두 지표는 각각 국가와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평가한다.

K-SDGs는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포용사회 구현 △모든 세대가 누리는 깨끗한 환경 보전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경제성장 △인권보호와 남북 평화 구축 △지구촌 협력 등 5대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17개 목표와 236개 지표를 설정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생활인프라 지표는 매년 기초지자체들을 평가하는 데 쓰인다. 높은 점수를 얻은 곳은 ‘대한민국 도시대상’을 받는다. 지난해엔 국비와 시비를 전년 대비 13배 늘리고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활성화한 공로로 부산시 수영구가 대통령상을 받았다. 서울시에선 성동구가 도시재생 분야, 은평구가 녹색도시 분야 장관상을 받았다.

서울시는 어떨까. 광역지자체인 서울은 ‘2030 지속가능도시 서울’이라 불리는 서울형 SDGs를 따로 개발했다. 서울형 SDGs는 △함께 누리는 행복한 도시 △활력 찬 경제 정의도시 △쾌적한 기후환경도시 함께 만드는 서울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유엔의 SDGs와 K-SDGs에 대응하는 17대 과제, 109개 성과지표를 세웠다.

지난해엔 2015년 시작한 ‘서울의 지속가능발전 1차 기본계획’의 평가가 이뤄졌다. 환경·경제·사회문화 분야별로 10개씩 30대 지표가 있는데, 서울시는 “평균 77.9%를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그중 녹색교통수단 분담률, 생활폐기물 재활용률, 공유단체 기업 수, 건강기대여명 등 14개 지표는 목표치를 90% 이상 달성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비율, 교통사고 사망자, 사회적경제기업, 도시농업 실천 공간 등 4개는 목표치를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적정 소득기준 보장률, 마을형 문화공간 등 2개는 데이터가 없어 평가가 불가능했다.

서울시는 “달성한 목표는 새로운 도전적인 지표로 대체하거나 더욱 도전적인 목표치를 재설정하고, 달성하지 못한 목표는 역점과제로 설정해 중점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가 없으나 중요성이 인정되는 지표는 통계 구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런 자체 평가와 전문가 진단, 시민 의견에 기반해 지난해 12월 2차 기본계획이 나왔다. 이에 맞춰 17대 SDGs 중 시민이 체감하기 쉬운 ‘시민지표’의 목표치도 수정됐다. 예를 들어, 서울형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목표치는 2019년 1만2947명에서 2024년 5만 명으로 높여 잡았다. 소득 양극화, 고령화 추세를 고려했다.

서울시 기획조정실의 정형석 평가4팀장은 “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지만 이행계획은 실무부서 의견을 반영해 계속 수정·보완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같은 돌발 상황부터 새로 취임한 시장의 정책 방향, 일자리, 산업 발전 등 변화하는 현실도 고려한다. 그는 “전체 내용을 내실화해 하반기에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에도 경기도 등 36개 광역지자체가 자체적으로 L-SDGs를 개발해 지표로 삼고 있다. 지방정부들의 이러한 노력이 과연 도시화가 일으키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희망은 두 가지다. 2030년까지 생길 것으로 예상하는 도시의 60%는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브라질 쿠리치바, 독일 프라이부르크 등 많은 도시가 폐기물 관리, 에너지 자립 정책 등 대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

‘더 나은 도시화’의 씨앗은 이제 막 성장하는 다른 도시들로 퍼지고 있다. 녹색교통, 스마트도시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낸 서울시 역시 우수정책의 노하우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필리핀 케손시티, 우크라이나 키예프 등 다른 도시와 공유하고 있다.

과연 이 씨앗이 싹틀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부패, 불평등, 환경 파괴 비용의 외부화…. 기업 안팎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가 세계 곳곳의 지방정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구도, 세상도 달라지고 있다. 결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움직이는 수밖에.

“도시가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지구의 미래는 도시가 어떻게 성장하고, 작동하고, 성장 압력에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이클레이, ‘도시 그리고 SDGs’ 브리핑)

이경숙 객원기자/과학스토리텔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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