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ESG’, 20년 만에 자본주의 게임의 룰 바꿨다

서울 쏙 ESG ① 5월말 열리는 ‘P4G 서울 정상회의’ 전에 알아두면 좋을 ESG의 개념과 역사

등록 : 2021-05-06 16:28 수정 : 2021-05-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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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목표로 한 다자 정상회의

‘P4G 서울’에 ‘ESG’ 주요 이슈 등장

사회·윤리 측면 따지는 투자·소비자들

기업 비재무적 요소 평가 때 쓰는 개념


2004년 UNGC 발간 보고서 때 공식화

2006년 유엔이 ‘책임투자원칙’ 만들어



‘존재하지만 경제에서 무시됐던 것’이

이제는 시스템에 녹아 경제를 바꿔내

패러다임, ‘주주→이해관계자’로 전환

“이제 ESG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라는 단어를 매일 접하는 상황이 됐지만, 정작 ESG의 의미와 역사를 알려주는 기사는 거의 없다. <서울&>에서는 3회에 걸쳐 ESG 개념을 알아보고, 광역지자체 서울시가 이것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다짜고짜 퀴즈 하나. 오는 30~31일 이틀 동안 한국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는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의 이름은? 답은 ‘P4G 서울 정상회의’다.

P4G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를 줄인 말이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2017년 만들어진 협의체다. 한국 등 12개 국가, 세계지식포럼 등 국제기구와 여러 나라의 기업,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P4G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그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따로 있다. ‘ESG’다. P4G 참여 기업마다 보도자료에서 모두 ESG를 언급한다. 그러다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P4G 사전행사 발표자료를 요청하느라 한 공무원과 통화하던 중이었다. 그가 난데없이 물었다.

“근데, ESG가 뭐예요?”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다. 지속가능성이 큰 기업을 가려낼 필요가 있는 금융기관이나 투자자, 혹은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을 따지는 투자자나 소비자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할 때 주로 쓰인다. 무디스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때도 쓴다.

그래서 ESG는 사회책임투자(SRI),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함께 자주 언급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할 때 쓰이는 잣대가 ESG이고, 그 결과를 반영해 투자하는 것이 사회책임투자 혹은 책임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P4G 관련 기업들이 ESG를 언급할까? 첫째, 글로벌 목표 2030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유일한 국제회의가 P4G라서다. 글로벌 목표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7가지 중 시급한 5가지에 초점을 맞춘다. 기아 종식, 깨끗한 물과 위생, 깨끗한 에너지,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책임감 있는 소비와 생산이 그것이다.

둘째, 기업과 함께 이러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생한 게 ESG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용어가 처음 쓰인 곳은 유엔환경계획(UNEP)과 주요 금융기관의 논의 자리, 즉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였다. 이것이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와 스위스 정부가 발간한 한 보고서에서 공식화됐다. 이제는 전설이 된 보고서, ‘누가 승리를 신경 쓰나: 변화하는 세계로 금융 시장을 연결하기’(Who cares wins: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였다.

UNGC는 2000년, 당시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주도로 설립된 기업과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다.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관련 국제사회가 세운 원칙들을 기업의 운영과 경영 전략에 내재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법적 강제력은 없다. 기업과 투자기관들의 자발적인 ‘이니셔티브’ 즉 스스로 발안하고 논의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자본시장에서 좀더 중요한 요소로 부각할 필요가 생겼다. UNEP FI와 UNGC는 2년 동안 세계 기관투자자, 정부, 시민사회,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ESG 이슈의 기준이 설정된 것이다.

온갖 줄임말과 낯선 국제기구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만도 하다. ‘이게 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상관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련이 있다. ‘UNEP FI 코리아’ 대표이기도 한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2도씨’ 대표는 “자본주의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영향을 미치는 것, 그런데 경제활동에선 무시당하는 것, 이런 것들을 보자는 차원에서 ESG 논의가 처음 시작됐어요. 그 후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ESG는 이미 경제시스템 안에 녹아들고 있어요. 전세계 은행들이 따르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기후재무리스크 측정방법론을 발표했을 정도로요. 이젠 이렇게 물어야 해요. 이걸(ESG) 안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니?”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이종오 사무국장은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기후변화, 불평등을 초래했던 주주자본주의에 황혼이 오고 있어요.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쪽으로, 즉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바뀌고 있어요.”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리베카 헨더슨 미국 하버드대 특별교수는 <자본주의 대전환>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는 12조달러(약 1경3488조원) 가치의 시장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엄청난 수치이고 엄청난 경제적 기회”라고 표현했다.

기회 자체보다는 그걸로 무엇을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P4G에 참가한 정부, 기업, 시민단체들이 만들려는 미래는 프로그램 제목에서 엿보인다. ‘탄소중립사회, 지방정부의 실천, 녹색경제, 풀뿌리 시민사회 참여, 생물 다양성 회복, 녹색 회복을 위한 금융, 탄소 중립 물관리, 지속가능한 농업, 탈플라스틱.’ 국제사회와 지역사회가 ESG라는 지표를 길잡이별로 삼아 나아가려는 미래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경숙 객원기자/과학스토리텔러

그래픽 www.koreanlii.or.kr 사이트에서 인용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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