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로 만든 가면 ‘인기’…숏폼 영상엔 ‘신세대 개성 만발’

인스타그램 릴스 서비스 제공 뒤 ‘자기만의 디지털 가면’ 활용 MZ세대 크게 늘어

등록 : 2021-05-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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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시대 동물 사냥 위해 사용한 가면

‘연극·영화용’으로 제한되고 있지만

AR 기술로 손쉽게 제작하는 시대 맞아

젊은층 개성 표현 수단으로 부각돼


인스타그램 15~30초 숏폼 영상 ‘릴스’

지난 2월 한국 서비스 제공 뒤 바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릴스’ 서비스에 적용된 ‘증강현실(AR) 필터 가면’들 모습. 인류 역사에서 가면은 원시시대 동물 사냥 때부터 사용됐고, 최근까지도 연극이나 영화 등에서 특정한 성격을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는 용도로 쓰였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과는 거리가 있는 개성 표출 방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숏폼 영상 서비스인 릴스 등에 일반인이 ‘AR 필터 가면’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가면이 일상생활 속 개개인의 개성 표현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해 개성 있는 나만의 가면을 쓴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증강현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제트세대)의 개성 표현 방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경우 24시간 뒤 사라져 부담 없이 일상의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이나 최근 국내 출시한 숏폼 영상(짧은 영상) 서비스인 ‘릴스’에서 증강현실 필터를 이용해 개성 있는 자신만의 가면을 만들거나 얼굴을 장식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지난 2월 초부터 한국의 인스타그램 사용자에게 서비스되는 ‘릴스’는 15~30초 정도의 짧은 영상에 속도 조절 기능과 배경음악 추가 기능 등이 있어 20~30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릴스를 더욱 독특하게 하는 것이 바로 증강현실 서비스다. 증강현실은 실제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해 여러 가지 정보가치를 높이는 첨단 기술이다.

인스타그램 릴스에 증강현실 필터를 적용하는 흐름은 사실 세계적으로는 이미 상당히 활성화돼 있다. 인스타그램의 본사 격인 페이스북이 AR 필터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인 ‘스파크 AR’(sparkar.facebook.com)를 공개한 2019년 8월부터 바람이 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릴스에 적용 가능한 증강현실 필터를 직접 제작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공유해 일반 이용자들도 쉽게 활용하게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2017년 크게 유행한 게임 ‘포켓몬고’ 같은 효과를 숏폼 영상에 적용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지난해까지 세계 190개국에서 40만 명 이상이 스파크 AR를 이용해 증강현실 필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릴스에 적용되는 여러 AR 필터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얼굴에 적용하는 필터다. 이미 조안나(instagram.com/johwska)나 아이네스 알파(instagram.com/ines.alpha) 등 수준급의 ‘AR 필터 가면’으로 인기를 얻은 사용자도 다수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릴스의 지난 2월 출시에 앞서 지난해 11~12월 페이스북이 스파크 AR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서서히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서영씨(instagram.com/sy_artfactory)는 릴스 서비스가 개시된 지난 2월 이후 20여 개의 AR 필터를 자신의 숏폼 영상에 적용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얼굴에 적용한 것이다. 박씨가 만든 필터들은 얼굴에 꽃무늬가 그려지게 하는 것에서부터, 얼굴을 이리저리 돌릴 때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색 빛의 강도가 달라지게 하는 것 등 다양하다. 하지만 얼굴을 부분적으로 감추고, 얼굴에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이들도 일종의 ‘AR 가면’으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사실 가면은 인류 역사에서 오랜 연원을 가지고 있다. 인류학자들은 가면의 시작을 원시시대 사냥 생활에서 찾는다. 사냥감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위장용으로 썼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그 뒤 가면은 점차 ‘위장’의 기능과 함께 ‘특별한 캐릭터나 개성을 나타내는 도구’로 변화해왔다. 그리스 배우들이 사용했던 가면 ‘페르소나’(Persona)가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된 것도 그 한 예이다. 배트맨 등 영화 속 영웅들의 경우 그를 상징하는 가장 눈에 띄는 도구도 바로 가면이다.

하지만 가면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연극과 영화를 먼저 떠올린다. 가면은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과는 거리가 있는 개성 표출 방법인 셈이다.

인스타그램 릴스 서비스 등에 적용되는 증강현실 필터는 이런 인식을 바꾸어놓고 있다. ‘AR 필터 가면’을 통해 누구나 개성 넘치는 독특한 존재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박서영씨도 ‘증강현실 필터 가면’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도 나만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서 증강현실 효과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박씨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인스타그램 릴스 계정에서 개성 넘치는 AR 필터 가면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주얼 아티스트 ‘을지로’(instagram.com/uljiro)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몸 전체를 금속물질 전환하는 필터나, 얼굴에 여러 개의 문어 아이콘이 붙도록 하는 필터를 올려놓았다.

‘K-뷰티 크리에이터’로서 한국의 메이크업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레오제이(instagram.com/leojmakeup)도 눈 주변과 볼 등에 구름 메이크업을 한 듯한 ‘레오제이 핑크 클라우드’ AR 필터를 공개했다. 이 필터는 내면의 밝은 기분 등을 드러내기에 좋은 ‘AR 가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파크AR크리에이터’ 계정(instagram.com/sparkarcreators)에 가면 더 다양한 ‘AR 필터 가면’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눈가에 꽃을 피우거나, 볼에 색다른 무늬를 새겨주거나, 분홍빛 안경을 씌워주는 것 등 증강현실을 활용한 다양한 얼굴 장식 필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증강현실 필터를 보려면 ‘스파크 AR 커뮤니티’(facebook.com/groups/SparkARcommunity)를 찾으면 된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자기표현 방식으로서의 ‘AR 가면 만들기’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에는 AR가 이미 친숙한 도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소비자 리서치 등을 하는 기업 ‘PFIN’의 2020년 4월 조사에 따르면, ‘SNS의 AR 필터를 써본 경험이 있다’는 1519세대 비율이 49.5%로 나타났다. 이런 AR 필터 사용 경험은 AR 적용 프로그램이 좀더 쉬워지는 데 따라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페이스북에서도 이런 추세에 맞춰 지난해 1차 교육에 이어 올해도 스파크 AR 교육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AR 필터 가면은 이에 따라 앞으로 자연스럽게 MZ세대의 개성을 드러내는 툴로 점점 더 확산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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