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예산·정책·프로그램 ‘3박자’로 교육도시 기틀 마련

교육경비 확대, 거점 지원센터 건립 등 ‘교육 최우선 지원’ 펼쳐온 류경기 중랑구청장

등록 : 2021-04-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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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제로 이사 고민하지 않도록

경비지원 내년엔 80억, 두 배 늘려

지원거점 ‘방정환센터’ 새달 문 열어

주민 교육환경 만족도 19→6위 ‘껑충’


교육의 기초 ‘책 읽기’ 지원정책 펴

도서관 5곳 완공, 8곳 추가할 계획

5~7살 천권 책 읽기 프로그램 진행


‘주민과 함께 쓰는 학교도서관’ 지원


시 행정부시장 출신 도시행정전문가

균형발전 위한 지원 예산 적극 활용

SH 본사 옮겨와 지역경제 활력 기대

주거 질 관점에서 재생과 개발 병행

지난 21일 중랑구 상봉동 방정환 교육지원센터에서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인터뷰에 앞서 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류 구청장은 예산, 정책, 프로그램 등으로 교육 최우선의 구정을 펼치고 있다.

상봉역·망우역 인근은 ‘중랑구의 코엑스’라 불리는 중심지다. 이곳에 교육지원 거점 구실을 할 방정환 교육지원센터가 들어선다. 망우리공원에 잠든 방정환 선생의 교육철학을 이어받기 위해 센터 이름을 지었다. 7층 건물에는 4차 산업 체험활동 공간, 직업진로체험·교육복지 센터, 평생학습관, 자기주도 학습실, 다목적실 등이 갖춰진다. 어린이날에 맞춰 오는 4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지난 21일 오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센터를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찾았다. 센터의 층마다 벽면엔 방정환 선생의 어록이 새겨졌다. 2층엔 방정환 선생의 주요 활동이 노란색 아크릴 벽면(월)에 담겨 있다. 방정환 선생이 즐겨 썼던 중절모를 색색깔로 구성한 조형물은 포토존으로 활용된다. 때마침 센터를 둘러보러 온 색동회 임원들은 류 구청장에게 “큰일 하셨다”며 고마워했다. 색동회는 방정환 선생이 주도해 1923년 만든 어린이 보호 단체다.

옥외 정원이 있는 6층에서 한 인터뷰에서 류 구청장은 중랑의 교육환경이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부터 피력했다. 서울시가 해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생활환경 만족도’의 교육환경 영역에서 자치구 가운데 19위(2017년)였던 중랑구민의 교육환경 만족도가 6위(2020년)로 껑충 뛰었다. 류 구청장은 이런 변화는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구정에 반영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교육환경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과 사업을 구정의 최우선에 뒀다”며 “적어도 주민들이 아이들 학교 문제로 이사를 고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민선 7기 들어 중랑구는 교육경비 지원 규모를 큰 폭으로 늘려왔다. 재정자립도는 자치구 가운데 20위권으로 낮지만, 교육경비 보조금 수준은 3위로 올라섰다. 류 구청장은 취임한 2018년 38억원이던 보조금을 올해에는 70억원으로 올렸고, 내년엔 8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는 “다른 부문 예산을 아껴 교육환경 개선에 올인한 셈”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지역의 47개 초중고(초 23곳, 중 14곳, 고 10곳)는 보조금으로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교육과정 수준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방정환 교육지원센터도 류 구청장의 ‘교육 우선 정책’을 상징하는 곳이다. 학교에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지원하기 위한 거점 공간 구실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치구 8번째로 문을 연 교육지원센터로 규모가 가장 크다. 센터 건립비 80억원과 연간 운영비 20억원도 전액 구 예산으로 충당해, 교육 투자에 대한 중랑구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류 구청장은 “진학·진로 프로그램, 학부모 교육, 자기주도학습 등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로 하는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 지역 교육 여건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며 “누구든 참여하는 교육 광장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가정과 지역사회에서의 구체적인 교육지원 정책으로 그는 ‘독서’에 집중했다. 류 구청장은 책 읽기가 교육의 기초라고 봤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책을 많이 읽었던 게 도시로 나와 공부할 때 큰 힘이 됐던 개인적인 경험도 있었다. 전 연령대 주민이 책을 손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을 확충했다. 5곳이 문을 열었고, 8곳이 추가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5~7살 취학 전 아동 대상으로 1천 권 책 읽기 프로그램도 3년간 이어왔다. 뇌 성장의 80%가 이뤄지는 시기에 책 읽는 습관과 즐거움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한 구립 도서관장의 의견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대상자 7500명 가운데 70%가량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류 구청장이 방정환 교육지원센터 2층 ‘방정환 월’에 적힌 글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내년엔 해당 연령 아동 모두를 대상으로 진행하자고 목표치를 높였다. 언어를 막 깨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류 구청장은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아이들 반응을 살펴가며 수준에 맞게 즐겁게 읽도록 해줘야 하기에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80여 명의 아이가 1천 권 읽기 목표를 달성했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성장에 놀라워한다고 했다.

류 구청장은 지역 도서관장들과 정기적인 독서모임을 한다. 돌아가며 책을 추천해 읽고 의견을 나눈다. 현재까지는 주로 국내외 도서관 운영 사례에 대한 책이었다. 올해는 도서관의 성인 대상 고전 아카데미 강좌가 열린다. 그도 수강생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라도 책 읽기는 장려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인근 학교의 리모델링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중랑구 예산 규모는 자치구 7위로 재정자립도에 견줘 살림 규모가 큰 편이다. 류 구청장 취임 뒤 외부 지원이 50% 이상 늘었다. 류 구청장은 “서울의 미래는 강남·북 균형발전에 있다”며 “강북 발전을 위한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도시행정 전문가인 그는 “1970년대 강남 개발 때 서울의 거의 모든 예산을 그쪽에 다 쏟아부었다”며 “이제는 많은 시 예산을 균형사업에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랑구에서 추진되는 대표적인 강남·북 균형사업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본사의 중랑구 신내동 이전 추진이다. 중랑구민이 2년 연속 가장 공감하는 사업으로 꼽을 정도로 주민 기대가 크다. 세수뿐만 아니라 유입인구, 관련 기관 이전 등이 크게 늘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이전 뒤 5년 동안 5천억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예상된다. 전문 공연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분관 수준(600석)이다. 앞으로 SH공사가 신축 사업비를 마련하도록 서울시가 출자 계획을 세워 시의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남아 있다. 예정대로 추진되면 SH공사 본사 이전은 2024년 이뤄진다.

노후 주거 지역의 주거 질 개선도 균형발전의 과제다. 중랑에는 20년 넘는 노후 건축물이 80%에 이른다. 저층 주거지의 30%가량은 예산을 확보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치구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 지역에 따라 주거환경 개선 효과가 다를 수 있어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는 도시재생과 개발 사업의 조화로운 추진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컨대 노후·불량 건축물이 집적된 곳은 주민이 원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도입하고, 신축·노후주택이 혼재돼 있으면서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은 도시재생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다.

‘구청장직은 어떤 자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주민 일상을 챙기는 동네 살림꾼’이라고 했다. 류 구청장은 매주 한 번씩 새벽 골목 청소를 한다. 인터뷰 날에도 상봉2동 골목 청소를 마치고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청소가 끝나 깨끗한 골목을 뒤돌아보면 무척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32년간 공직생활을 해온 그가 요즘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것이다. 그는 “이전에 온실 속에 있었다면 구청장이 되면서 이제 들판에 나와 선 느낌”이라고 말한다. 또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들으면 문제점을 확인하고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주민들이 작은 정성에도 고마워하고 동네가 활기차졌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방정환 선생의 중절모 조형물 아래서 류 구청장이 밝게 웃고 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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