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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어린이집에서는 올해 3월부터 학부모 부담 비용 ‘0’

등록 : 2021-04-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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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최초 ‘어린이집 100% 무상보육’ 실시

1인당 연 200만원까지 들던 ‘보육비 외 비용’ 지원

중구 청구동 청구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아들이 22일 어린이집 뒤뜰에서 선생님과 함께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즐겁게 뛰놀고 있다.

“아이 5명인 우리 집, 부담 컸는데 큰 도움 돼요”

모든 국공립어린이집 구 직영화 추진

1식4찬 중구 친환경 식단 ‘전국 최고’

“살 만한 곳 인식 심어 인구 늘려갈 것”

1식4찬 식판에 담긴 친환경 급식


“아이가 많은 저희 집에는 아이 키우는 데 큰 힘이 돼요.”

이윤희(37)씨는 “어린이집에 매월 비용을 냈는데 이제 한 푼도 내지 않아 너무 좋다”며 기뻐했다. 이씨는 5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다. 인천에 살다가 2014년 남편 직장과 가까운 서울 중구 황학동으로 이사했다. 셋째부터 황학동에서 낳아 키우고 있는데, 올해는 넷째와 다섯째가 황학동 단우물어린이집에 함께 다니고 있다.

이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보육비 외 비용(학부모 부담 필요경비)’으로 아이 한 명당 1년에 150만원에서 200만원 가까운 금액을 부담했다. 세 아이를 한꺼번에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했던 이씨는 1년에 많게는 600만원까지 어린이집 비용으로 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부담액이 점점 줄어들었고, 올해 3월부터는 보육비 외 비용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중구는 구내 어린이집 영유아가 다양한 활동을 할 때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보육비 외 놀이·체험·배움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없앴다. 구내 국공립, 법인단체, 민간, 가정 어린이집이 모두 포함된다.

구는 2020년부터 현장활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고, 올해 3월부터는 특별활동비도 전액 지원하면서 ‘어린이집 100% 무상보육’을 실현했다. 보육비 외 비용을 구가 지원하는 것은 국내 지자체 중에서 중구가 처음이다. 국내 모든 어린이집은 무상보육으로 보육비를 받지 않지만, 현장학습비와 특별활동비 등 보육비 외 다양한 보육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받는다.

중구는 2019년부터 해마다 현장학습비와 특별활동비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왔다. 2019년 현장학습비 50% 지원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100% 지원하고 있다. 특별활동비는 2020년 50%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부터 100% 지원한다. 현장학습비는 어린이집 외부에서 이뤄지는 영유아 활동(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각종 입장료, 이동에 필요한 교통비, 식음료비 등이 포함된다. 특별활동비는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특별활동에 필요한 교재와 교구 구매비, 외부강사료, 운영비 등이다.

중구는 여기에 더해 특성화비용, 차량운행비, 행사비, 아침·저녁 급식비, 가정 연계 프로그램 지원비도 올해부터 전액 지원한다. 특성화비용은 통상적인 보육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프로그램을 보육교사가 진행할 경우 필요한 개인용 교재 구매비다. 차량운행비는 매월 이동 차량을 이용하면 들어가는 비용이고, 아침·저녁 급식비는 아이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 필요한 아침과 저녁 식사 비용이다. 행사비는 졸업, 생일 등 행사와 앨범 제작에 드는 비용 등이다. 가정 연계 프로그램 지원비는 코로나19로 등원이 어려워져 시작한 프로그램에 부모와 아동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정 놀이키트를 지원하는 비용이다.

올해 중구가 지원하는 어린이집 보육비 외 비용은 현장학습비(분기당 7만원), 특별활동비(월 6만~9만원), 특성화비용(월 2만1천원~2만7천원), 차량운행비(월 4만원), 행사비(연 8만원), 가정 연계 프로그램 지원(총 4회 8만원), 아침·저녁 급식비(1식 2100원) 등이다.

김영란 청구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나 원생의 사정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구청 지원 이전에는 대략 평균 1년에 180만원가량을 학부모가 비용을 냈다”며 “하지만 올해부터 학부모들에게 받는 비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중구는 어린이집 전면 무상보육에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중구형 친환경 식단’을 구내 모든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집 등 아이들 급식 문제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불거질 때마다 학부모들은 항상 자신의 아이가 먹는 식단을 걱정한다. 이뿐만 아니라 아토피 등 먹거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어 부모들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중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 관계자, 조리사, 보육교사와 중구어린이급식지원센터 전문영양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한 중구형 친환경 식단을 개발했다. 김미혜 여성보육과 보육지원1팀 주무관은 “1식 4천원짜리 식단으로, 보건복지부 기준 1900원보다 2100원이나 높다”며 “어린이집 급식은 중구가 전국 최고”라고 했다.

중구 청구동 청구어린이집 원아들이 21일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

“서양호 중구청장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점심을 먹은 아이들에게 ‘맛있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맛있지만 배가 고프다’고 답했어요. 또 아이들은 좋아하는 반찬이 뭔지 묻는 말에 고기반찬이라고 말했죠.”

김영란 원장은 “그래서 기존 밥, 국, 반찬 3가지를 담던 1식3찬 식판을 밥, 국, 반찬 4가지를 담을 수 있는 1식4찬 식판으로 바꾸고 아이들에게 단백질과 유제품류를 더 제공했다”며 “그렇게 탄생한 중구형 1식4찬 친환경 식단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에게도 호응이 좋다”고 했다.

“급식실 가면 우리 집 부엌보다 깨끗해요. 점심과 간식도 학부모들이 시식하도록 해 믿음이 가죠.”

김민선(40·신당동)씨는 쌍둥이 남매를 지난해부터 청구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김씨는 어린이집 급식 식단 학부모 모니터단을 맡고 있는데, 소소한 듯하지만 엄마들이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아이가 먹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아이가 잘 놀고 잘 먹고 왔는지가 중요하다”며 “식단 관리도 매우 꼼꼼하게 하는 걸 느낄 수 있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중구는 2019년부터 서울 자치구 최초로 국공립 어린이집 직영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23개 국공립 어린이집 중 지난해까지 8곳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올해 5곳에 이어 내년 6곳, 2023년 4곳 등 순차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어린이집이 국공립이라도 위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중구에서는 모두 직접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중구가 직영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믿음이 크다. 장인주(38·신당동)씨는 아이를 2019년부터 청구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장씨는 “어린이집 영유아 학대 사건이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지만 중구청에서 직영하면서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며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세심하게 아이들을 돌봐줘서 그런 의심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가 세 돌이 될 때까지는 집에서 키우려고 했죠. 중구 청구어린이집이 직영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 보내지 않으면 못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작 보낼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민선씨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더 빨리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며 “지인들에게 ‘중구로 오라,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오라’고 많이 얘기한다”고 했다. 또한 김씨는 아무래도 직영이라서 그런지 소통 속도가 빨라서 좋다고 했다. 그는 “학부모가 의견을 내면 반영되는 속도가 빠르다”며 “내가 의견을 내면 어린이집 운영에 반영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동네가 좀 더 아이 친화적으로 변했으면 좋겠어요. 놀이터나 키즈카페를 많이 만들기보다는 자연 안에서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학부모들은 중구가 ‘살기 좋은 곳’이라며 계속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쯤이면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많이 이사를 간다고 했다. 실제로 중구에는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학생이 18%가 준다. 학부모들은 “중학교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나는 부모가 많다”며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중구민은 12만6천 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인구가 가장 적다. 중구의 교육과 보육 정책은 저출산 대책의 연장선에 있다. 민선 7기 출범 이후 교육과 보육 환경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서 구청장이 추진한 ‘국공립 어린이집 구 직영화’와 ‘중구형 초등 돌봄’은 전국 표준이 됐다. 김미혜 주무관은 “중구는 아이를 데리고 살 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낮아 아이가 클수록 외부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많다”며 “무상보육 등 양질의 교육과 보육 정책으로 중구민을 늘려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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