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더 어려워진 노숙인, ‘주거 우선’으로 정책 개편 필요”

서울시, 유튜브 등으로 노숙인 정책 다룬 ‘서울시 인권 포럼’ 개최

등록 : 2021-04-22 16:40

크게 작게

노숙인 실태 조사…월 총소득 67만원

하루 식사 2.4회, 76%가 “식비 어려워”

절반이 거리에서 금품갈취·절도 경험


‘적정 수준 거처 확보’ 위한 개선 제안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거론돼

“노숙인 급식의 공공급식 전환도 필요”

지난 14일 서울시 인권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19 시대, 주거 취약계층이 안전하려면?’ 인권 포럼 현장.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재난 상황에 취약한 노숙인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시가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시 유튜브(youtube.com/seoullive)와 라이브서울누리집(tv.seoul.go.kr)에서 ‘코로나19 시대, 주거 취약계층이 안전하려면?’ 주제(서울시 인권위원회 주관)로 인권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 시는 ‘2020년도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거 취약계층이 겪는 코로나19 전후 일상생활 변화와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 방안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 1월 서울역 등을 중심으로 발생한 노숙인 집단감염이 반복되지 않도록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방안을 강구했다.

이번 포럼은 시민단체·학계·사회복지기관·지방정부 등 전문가들이 모여 인권 현안을 논의하고 공론화를 모색했다. 최현숙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을 좌장으로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 김진미 열린복지디딤센터 시설장, 홈리스 당사자, 서울특별시 자활지원과 담당자가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서 인권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구체화해나갔다.

시가 발표한 ‘2020년도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는 사단법인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서울시 내 노숙인(거리 노숙인과 시설 노숙인 등) 101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동안 대면설문조사를 수행해 분석한 결과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노숙인 등 생활과 인권 실태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시 노숙인은 남성(85.4%)이 여성(14.6%)보다 많고, 주로 60대(32.8%)와 50대(32.4%)가 3분의 2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형태는 1인가구(99.1%)가 대부분이다. 주거를 목적으로 연속 3일 이상 이용한 ‘비적정 주거’ 비율은 고시원(45.6%), 거리(39.9%), 일시보호시설(35.2%), 쪽방(32.6%) 순으로 높았으며, 대체로 노숙인들은 비적정 주거를 순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 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비율은 66.9%, 월평균 총소득은 67만원이며, 소득을 바탕으로 필요한 지출을 충당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55.4%로 절반 이상이었다. 특히 식비(76%)와 주거비(59.4%)에 대한 지출을 어렵게 느낀다고 응답했다.

하루 평균 식사는 2.4회였지만, 두 끼 이하인 비율도 52.7%로 절반가량이었다. 특히 거리 노숙인은 하루 평균 식사 횟수가 1.8회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향후 희망에 대한 조사에선 일자리를 희망한다는 응답(77.7%)이 가장 높았고,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이유로는 장애나 건강(27.8%), 연령(19.8%), 일자리 감소(19.4%) 등을 차례로 답했다.

노숙인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는 주거지원(88.9%), 의료 지원(85.6%), 소득 보조(81.2%) 순이었다. 거리·일시보호시설, 노숙인 생활시설 외에 경제적 이유로 비주택(쪽방·고시원·여관·여인숙 등)이나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피시방·만화방·사우나 등)에 거처하기도 했다.

노숙인이 비적정 주거에서 경험한 범죄 피해는 ‘금품갈취·절도’(18.1%), ‘폭행 등 신체적 폭력’(12.7%), ‘명의도용(대여)·사기’(10.7%) 순으로 높았다. 비적정 주거 중 거리의 경우는 모든 범죄 유형에서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이 가운데 특히 ‘금품갈취·절도’(49.1%) 비율은 절반에 가까웠다. 여성은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10.1%)을 경험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 감염병 관련 정보와 예방 측면에서, 노숙인들은 코로나19 감염병 정보(예방법, 증상, 검사 장소, 상담기관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감염병 예방조치 중 △손 자주 씻기 △매일 마스크 착용 △자주 만지는 표면 소독 순으로 어려움을 보였다. 특히 밀집 쪽방에서 위생 등 예방수칙 준수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 소지품 미소지 비율도 높았다. 미소지 비율은 신용카드(50.2%), 스마트폰(31.3%), 통장(20.8%), 신분증(6.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전과 후의 일상생활 변화는 일하거나 일자리 구하기, 복지시설 이용, 규칙적인 식사 순으로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벌어진 위기상황에서 필요한 지원은 일자리(53.1%), 주거(51.7%), 급식(27.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노숙인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으로 △주거 우선으로 노숙인 정책 개편 △지속가능한 공공일자리 제공 △의료지원 강화 △급식 지원 강화 △재난 상황에서 보호 체계 구축 방안 등이 거론됐다.

무엇보다 ‘주거 우선’으로 노숙인 정책을 개편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소 기반의 사회보장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이는 현행 제도상 주소가 없는 노숙인들은 수급 신청을 할 수 없고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급여 신청 때 절차의 복잡함이나 소요시간이 길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지원 중인 임시주거지원사업은 주거 범위가 쪽방이나 고시원이기 때문에 감염병 예방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거처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지원액, 지원 기간, 사업 홍보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지원대상자가 기존 노숙인 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아동 가구, 지하 가구, 가정폭력 피해자 등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수요에 맞는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가운데, 향후 노숙인이 부담 가능한 보증금과 임대료 책정 필요성 역시 제기됐다. 현재는 보증금을 민간에서 후원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의료지원이 기존보다 체계화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의료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병원을 확대하고, 노숙인 무료 진료소의 적정 인력 배치와 치료 뒤 회복을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이 제시됐다. 지정병원 확대를 위해 자치구와 협의를 거쳐 알코올이나 정신질환 등의 비율이 높은 노숙인의 질환 특성과 재활·요양병원의 필요를 고려해, 자치구별로 병원급 1곳 이상의 노숙인 진료시설을 지정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이 밖에도 포럼은 민간단체에 의한 외부급식을 공공급식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노숙인을 포함한 지역 내 급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양한 방식(미국의 영양보충지원 프로그램, 영국의 식료품 상자나 사회적 슈퍼마켓 모델 등)으로 급식 지원이 이뤄지도록 ‘먹거리 복지 강화’를 위해 서울시 관련 각 부처 간의 적극적 협의를 제안했다.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