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극복한 서울 80년 역사’ 사진으로 되돌아본다

6월26일까지 당산동 ‘서울하우징랩’에서 열리는 ‘안녕! 오늘 서울’전

등록 : 2021-04-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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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80년 동안 서울 모습 기록해온

청암아카이브의 사진 150여 점 전시

‘서울&’ 2018년 기획시리즈가 바탕 돼


한국전쟁 뒤 복구 현장과 일상생활 등

고난 극복에서 현 서울 모습까지 조명

‘코로나 고통’ 시민에 희망 메시지 전달

1953. 임인식 ‘서울역 앞에서 전쟁 피해 복구 중인 시민들’.


‘코로나19는 서울 시민을 이길 수 없다.’

오는 6월26일까지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서울하우징랩’에서 열리는 ‘안녕! 오늘 서울’전에 가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을 덮친 전쟁이나 전염병 등 여러 재난의 모습과 그 재난을 극복하려는 서울 시민의 노력이 담긴 150여 점의 전시 사진을 보노라면, 현재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코로나19 사태 또한 시민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주거와 관련한 의제를 다루는 거점공간’을 자부하는 서울하우징랩의 카페와 커뮤니티 공간을 포함한 1층 전체와 지하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서울&> 전유안 기자가 2018년 지면에 연재한 ‘3대 사진가의 서울’을 뼈대로 구성됐다. 당시 ‘3대 사진가의 서울’은 1950년 6·25전쟁 전후 난민촌에서 산업화 도시를 거쳐 민주주의 광장을 품은 서울까지, 냉전의 대립에서 평화의 시간에 다다른 서울 역사 80년을 담았다. 기획연재물은 한국 사진 전문 연구소이자 민간 수장고인 청암아카이브 사진과 증언을 바탕으로 5개월 동안 10회 분량으로 보도됐다.

청암아카이브는 국방부 정훈국 사진대 대장이었던 1대 고 임인식(1920~1998) 작가로부터 건축사진 1세대로 꼽히는 임정의(76) 작가, 순수와 상업사진을 경계 없이 다루는 임준영(44) 작가로 이어지는 아버지, 아들, 손자 3대 사진가의 작품을 소장한 곳이다.

1대 임인식 작가가 전쟁 전후 ‘서울의 시작’을 기록했다면, 2대 임정의 작가는 1970년대 ‘서울 달동네’부터 1990년대까지 서울의 명암을 기록하고 증언했다. 또 3대 임준영 작가는 선대의 기억 너머, 오늘날 인구 1천만의 도시 서울을 새롭게 해석해나가며 시간의 결을 쌓았다. 청암아카이브는 이번 전시를 위해 미공개 서울 현대사 사진 30여 점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1층에서 열리는 ‘재난을 이긴 서울’이다. 벽면은 물론 카페의 테이블 등까지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30여 점의 사진이 해방 이후 서울에 닥친 재난과 그 재난을 극복한 서울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1950년대 초 한국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역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삽질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임인식 작, 1953)이 대표적이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시민들은, 지금은 복개돼 사라진 경복궁 동편 시냇가에서 빨래를 말리고(임인식 작, 1954), 역시 지금은 사라진 뚝섬 근처 한강 백사장에서 냉차를 파는 등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갔다(임인식 작, 1957). 아픔을 이겨내고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 앞에 영원히 남을 재난은 없다는 것을 사진 속 시민들은 웅변하듯 보여준다.

1957. 임인식 ‘한강 백사장 더위 속에서 냉차를 파는 여인’.

지하 1층 랩3에서 진행되는 ‘청암아카이브 소장 사진으로 보는 한국 역사 80년’ 전시에서는 빈 벽 3개 면을 활용해 3대 사진가의 사진을 연대기순으로 나열해 정보를 전달한다. 100여 점의 다양한 사진으로 도시 개발사가 함축된 1960~70년대 토건 시절 현장, 2000년대 생기 가득한 서울의 모습 등 시대를 달리하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1982. 임정의 ‘종합운동장 건설 장면’.

지하 1층 실험공간 ‘갤러리 홈’에서는 3대 임준영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이 전시된다. 임 작가는 한 장의 사진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다른 장면이 보이도록 하는 랜티큘러(lenticular) 사진, 줄로 엮은 사진 등 다양한 전시 방식으로 서울의 이미지를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관람객이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임준영 작가는 이런 실험에 대해 “사진전이란 미적·시각적 즐거움과 더불어 감정적 즐거움도 선사하는 문화 체험”이라며 “전시를 풀어가는 방법에 따라 공감의 차이도 달라진다”고 답했다. 임준영 작가는 이에 따라 “이번에 소개할 작품들은 무엇보다 ‘관람객과의 상호 소통 활동’을 추구했다”며 “작품이 단지 작가만의 소유가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원소스로서,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 개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경험적 가치를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2018. 임준영 ‘서울로의 낮과 밤’.

이번 전시에 기획자로 참여하기도 한 전유안 기자는 신문 기획연재물을 전시로까지 발전시킨 데 대해 “금호동 달동네와 북촌 골목길을 다룬 회차나 뚝섬의 여름휴가 등을 다룬 기사가 나가자 ‘반가운 풍경이다’ ‘내가 가진 서울의 기억은 이러하다’ ‘청암아카이브를 소개해달라’ 등 독자 문의가 유독 많았다”며 “이런 독자들이 사진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를 찾게 됐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 전시”라고 말했다.

전유안 기자는 오는 5월13일 목요일 오후 7시 ‘안녕! 오늘 서울’을 함께 기획한 임준영 작가와 ‘작가와의 대화’와 ‘질의응답 시간’에도 참여한다. 자세한 전시 내용은 서울하우징랩 누리집(www.seoulhousinglab.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문의 0507-1313-5699.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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