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자연에 휴식 더해 ‘주민 행복’ 피부로 느끼는 힐링도시 완성”

구청장의 ‘엄지 척’ 산책로·정원·휴양림·하천 재정비 등 ‘쉼과 치유의 공간’ 넓혀온 오승록 노원구청장

등록 : 2021-04-15 16:40 수정 : 2021-04-16 14:21

크게 작게

천혜의 자연환경 적극적으로 활용

4개 권역 힐링타운 단계별 조성해

‘잘해놓았다’ 주민 반응에 보람 느껴


무장애 숲길, 엘리베이터 전망대 조성

장애인, 노약자 등도 편안하게 이용

코로나19로 힐링 공간 이용 크게 늘어



주차 불편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아파트 재건축·태릉골프장 개발 등

민감 현안, 서울시와 협의해 풀어가

숙원사업 추진 차질 없게 집중 점검

“참 잘해놨어요, 수고했어요.”

지난 7일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힐링타운 순환산책로에서 한 어르신이 오승록(52) 노원구청장을 보자 “구청장이 일복을 타고났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옆에 지나가던 노부부도 “당현천 산책로도 자주 가는데 잘 꾸며놓아 걷기 좋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마친 뒤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오 구청장은 “이곳에 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오 구청장은 이날 인터뷰에 앞서 불암산 전망대 승강기 개장일(10일)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찾았다. 불암산 전망대에서 보는 경관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등 서울 명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전망대 디자인은 주변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기존 전망대보다 2m 이상 높인 꼭대기 전망층은 날갯짓하는 나비 모습으로 꾸며졌다. 15인승 엘리베이터와 양쪽의 완만한 곡선형 계단까지 세 방향에서 오르내릴 수 있다.

10m 높이의 승강기 전망대는 10개월여 동안 리모델링했다. 1.8㎞에 이르는 산책로는 장애인 등 보행 약자도 전동휠체어와 유모차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기존 전망대엔 계단이 많아 오르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전망대 완공으로 불암산은 구민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쉼과 치유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오 구청장은 기대했다.

불암산 엘리베이터 전망대

평일 낮인데도 불암산 힐링타운을 찾은 주민이 많았다. 아이들부터 중장년층, 노년층 등 연령대도 다양했다. 지난 2월 문을 연 정원지원센터 야외 카페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오 구청장은 “코로나19로 답답해하는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며 “주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방역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불암산 힐링타운은 오 구청장이 주민에게 알리고 싶은 대표적인 정책인 ‘힐링도시 조성’의 하나다. 2019년부터 단계별로 조성해온 불암산 힐링타운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나비정원과 생태학습관에선 365일 살아 있는 나비를 볼 수 있다. 4~5월엔 10만 주의 철쭉으로 붉게 물드는 ‘철쭉동산’ 속 데크길을 걸을 수 있다. 정원지원센터는 온실카페, 반려식물 병원을 갖췄다. 산림치유센터에선 족욕과 차 테라피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유아숲 체험장에선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안전하게 뛰어놀게 했다.

지난 3년 동안의 여러 정책 중 힐링도시 정책을 ‘엄지 척 정책’으로 꼽은 데엔 그의 소신이 있다. 오 구청장은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정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기적으로 봐야 하기에, 당장 주민들이 일상의 행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정책을 동시에 비중 있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이 자신이 낸 세금의 혜택을 누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그는 ‘자연에 휴식을 더하는 힐링도시’를 구정 핵심 목표로 삼았다.

민선 7기 들어 노원구는 4개 권역에 힐링 공간을 만들고 있다. 중계동 불암산 힐링타운, 월계동 영축산 숲길, 공릉동 경춘선 철도공원, 상계동 수락산 동막골 자연휴양림이다. 산과 하천 등 지역의 우수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했다. 영축산 숲길(3.4㎞)은 장애인 등 보행 약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로 만들었다. 철도공원 주변엔 서울 최초의 야간 불빛정원을 조성했다. 수락산 동막골 자연휴양림은 서울시 최초의 자연휴양림이다. 올해 착공해 64만㎡ 규모의 거대한 산림욕장, 28개 객실과 부대시설을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한다. 이 밖에 당현천과 중랑천을 재정비하고 27개 근린공원도 새 단장을 했다.

영축산 순환산책로

큰 예산이 드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열악한 노원구로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다행히 권역별 힐링타운은 조성비 대부분이 중앙정부와 서울시 교부금으로 충당돼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 “지역 국회의원 3명, 시의원 6명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이라며 스스로 복이 많은 편이라고 오 구청장은 웃으며 말했다.

힐링도시 정책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민 만족도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민 걷기 실천율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노원 구민의 걷기 실천율은 68.4%로 나타났다. 걷기 실천율이란 최근 일주일 동안 1일 30분 이상 걷기를 주 5일 이상 실천한 비율을 말한다. 4년 만에 20%포인트 이상 껑충 뛰어 서울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섰다. 오 구청장은 “조사 결과를 보고 너무 뿌듯했다”며 “구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고 말했다.

애로점도 있다. 힐링타운 주차장 마련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경춘선 산책길엔 180면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불암산의 경우 초입의 자동차학원 사유지 매입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였지만, 동네 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우선이라 시설 조성부터 추진했다”며 “어린아이들과 부모, 노약자 등을 위한 주차장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했다.

공사 과정의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조성 뒤 모습을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봄 당현천 음악분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 반대가 있었다. 다행히 주민들이 나서서 동의서를 받아줘 진행할 수 있었다. 경춘선 철도공원에 만들어진 불빛정원은 밤에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시설물이 많아 낮엔 조악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구는 주민 의견을 들어 조성 사업 추진에 반영할 예정이다.

오 구청장은 생활환경과 더불어 주거환경 개선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노원구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 아파트가 서울에서 가장 많다. 39개 단지 5만9천여 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23개 단지가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주차난과 설비 노후로 주민 불편이 적잖은데, 2018년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구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서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국토교통부에 두 차례 건의했다.

태릉골프장 개발도 중요한 현안이다. 지난해 8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태릉골프장을 개발해 1만 가구를 공급하는 안이 포함됐다. 인근 주민들은 고밀도 주거단지 조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 구청장은 “(아파트 재건축과 태릉골프장 개발은) 워낙 민감한 문제들이라 서울시와 협의하면서 풀어갈 계획”이라며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오 구청장은 청와대 행정관, 8·9대 서울시의원(2010~2018년)을 거쳐 민선 7기 노원구청장에 당선됐다. 행정과 정치 경험을 살려 지난 3년 동안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아 서울시나 전국으로 퍼진 사례도 적잖다. 어르신을 위한 ‘야간 무더위 쉼터’를 시작으로 맞벌이 가정의 초등 저학년 아이를 위한 ‘아이휴 센터’는 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아픈 아이 병원동행 서비스’도 2019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그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자치구의 역할”이라며 “아이디어를 얻을 만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현장을 자주 다닌다”고 했다.

1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 오 구청장은 지역의 해묵은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려 한다. 경전철 착공,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지난 3월 사업인가가 난 백사마을 재개발, 광운대역사 안 시멘트 공장 연내 철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내년 상반기 착공 등이다. 그는 “‘구청장이 잘해놨다’는 주민 말이 가장 큰 칭찬이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며 “주민들이 낸 세금을 아까워하지 않게 해주는 ‘디테일한’ 행정을 이어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