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모 일상 주목’이 저출생 대책 첫걸음

기고 ㅣ 김선갑 광진구청장

등록 : 2021-04-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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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키움센터 광진1호점(자양동)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광진구의 가임 여성 한 명당 출산율은 0.652명(2019년 기준). 서울시 평균(0.717명)보다 더 낮다. 1인 가구가 많은 화양동에 있는 화양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날로 줄어 폐교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광진구는 저출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 가지를 우선 고민했다.

첫째,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 저출생 현상은 거시적, 총체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상의 과정에서 겪는 많은 미시적, 세부적 고충의 산물이기도 하다.

광진구가 올해 출산·육아 가구의 일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신규 정책에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는 3월부터 임산부에게 청소, 세탁 등 가사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하는 ‘임산부 가사돌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가사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위급할 때 병원까지 동반하며,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소독을 진행하는 등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또한 교통약자인 임산부와 영아가정 주민이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갈 때 편안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광진맘택시’ 사업을 시행한다. 광진맘택시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대형 택시로 운행하며, 운행 때마다 내부 소독을 한다. 빠른 이용을 위해 모바일 앱 서비스를 연계했으며, 이용 구민에게는 일정액의 이용권을 제공한다. 더불어 장애인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양육환경 조성을 위해 자녀가 만 7살이 되는 날의 전달까지 매달 10만원씩 지원한다.

두 번째는 안전에 초점을 맞춘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느 시대보다 안전이 중요시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재해부터 미세먼지에 이어 장기화한 코로나19까지 사회적 재난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는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생명·신체적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 상해·배상 보험’과 피해자의 과실 유무를 불문하고 사고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구민생활안전보험’을 가입해 일상 속 안전을 책임진다. 이와 더불어 준공 뒤 15년 이상 지난 노후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 건축자재와 기계 설비를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고, 코로나19와 미세먼지로 환기 필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환기시설 등을 설치해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한다.


세 번째는 삶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에게 결혼과 가족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 15~39살 청년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여성 57.4%, 남성 51.9%가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다’ ‘관계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가 남녀 모두에게 높게 나왔다. 어느새 젊은 세대에게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돼버린 것이다.

이에 광진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별도 예산을 투입해 ‘결혼·가족 긍정적 가치관 형성 교육’을 실시한다. 2019년에는 관내 공립초등학교 19곳을 대상으로 전문 강사를 학교에 파견해 놀이와 토론 방식의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기존 교재가 아닌 교육청과 초등학교 관계자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특화된 강의안을 개발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영상물을 제작해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저출생은 비단 광진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고, 인구는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저출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나아가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인 주거환경, 경쟁력 있는 공교육 같은 종합적 대책과 호혜와 상생의 문화가 필요하다. 그 속에서 광진구는 작은 변화부터 이끌어보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큰 행복이 일상의 수많은 고충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아이와 부모의 일상에 주목한다.

김선갑 광진구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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