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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 ‘여성 국장’, 2년9개월 만에 두 배 늘었다

등록 : 2021-04-01 15:58 수정 : 2021-04-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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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 25곳 여성 국장, 현시점과 민선 6기 말 비교

2021년 3월 198명 중 52명 vs 2018년 7월 190명 중 25명

금천·노원·영등포구, 여성 국장 4명으로 가장 많아

2~3명인 자치구가 15곳으로 절반 이상

한 명도 없는 자치구도 3곳이나 있어

“앞으로 여성 국장 계속 늘어날 것 기대”

서울 자치구 25곳의 여성 국장급 간부 공무원 수가 민선 7기 출범 초기인 2018년 7월에 견줘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서울 자치구 25곳의 여성 국장급 간부 공무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해 3월25일 기준 서울 자치구 전체 국장급 간부 공무원은 198명으로 이 중에서 여성 국장급 간부 공무원은 모두 52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장급 간부 공무원 중 여성 국장급 간부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6%로, 4명 중 1명꼴이다. 2018년 7월 기준 서울 자치구 25곳의 전체 국장급 간부 공무원은 모두 190명으로 이 중에서 여성은 25명(13%)이었다.

서울 자치구 공무원은 지방공무원으로 정무직인 구청장을 비롯해, 2급(이사관)~3급(부이사관) 부구청장, 4급(서기관) 국장, 5급(사무관) 과장, 6급(주사) 팀장, 그리고 6급 이하 실무를 맡는 공무원으로 나뉜다. 국장급인 서울 자치구 4급 공무원은 대부분 본청 소속 국(실)장과 의회사무국장, 보건소장 등의 보직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자치구 국장은 구청장과 부구청장을 제외하면 최고위직으로 공무원들이 공직 생활 말미에 한번쯤 꿈꿔보는 ‘꿈의 보직’이다. 군대로 치면 ‘별’인 셈이다.

전반적으로 늘었지만 자치구별로 차이 커

전체 여성 국장 수는 두 배나 늘어났지만,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서울 자치구는 조직 구성에 따라 6~9명의 국장을 두고 있다. 8명의 국장을 둔 자치구가 20곳으로 가장 많고, 9명과 7명을 둔 자치구가 각각 2곳, 6명을 둔 자치구가 1곳이다.

이 중 여성 국장이 4명 있는 자치구는 3곳, 3명은 6곳, 2명은 9곳, 1명은 4곳, 그리고 1명도 없는 자치구가 3곳이었다. 여성 국장이 2~3명인 자치구가 15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자치구 25곳 중 여성 국장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금천구와 노원구로 나타났다.

금천구는 전체 8명의 국장 중에서 복지가족국장, 기획재정국장, 의회사무국장, 보건소장 등 4명이 여성이다. 2018년 7월 민선 7기 초기에는 여성 국장이 보건소장 1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초 1명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월 정기 인사에서 2명이 더 늘었다.

금천구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직원이 공감하는 합리적인 인사를 기본 원칙과 기조로 삼고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구민 눈높이에 맞는 현장 중심의 적극 행정을 실천하는 직원에게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사 철학을 지니고 있다. 김미숙 금천구 인사팀장은 “여성 고위직 인사 발탁은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중심으로 공정하게 평가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천구에 여성 국장이 많은 이유가 “능력이 되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리지 않는 구청장의 인사 철학 때문”이라고 했다.

노원구는 2018년 7월 2명이던 여성 국장이 올해 4명으로 늘었다. 전체 8명의 국장급 간부 중에서 행정지원국장, 도시계획국장, 의회사무국장, 보건소장이 여성이다. 노원구는 몇 년 전부터 여성 국장이 2~3명 사이를 유지해오다, 올해 1월에 도시계획국장을 여성이 맡으며 4명이 됐다.

노원구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객관적 평가를 토대로 한 성과 반영을 주요한 인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최용안 노원구 인사팀장은 “정년 1~2년을 남겨두고 4급으로 진급하는 여성 사무관이 꾸준히 나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남녀 구분 없이 공평하게 능력 위주로 발탁하는 구청장의 인사 철학 영향도 크다”고 했다.

영등포구도 2018년 7월 1명이던 여성 국장이 현재 4명으로 늘었다. 전체 국장급 간부 9명 중에서 기획재정국장, 복지국장, 구의회사무국장, 보건소장이 여성이다. 송희남 영등포구 인사팀 주무관은 “남녀 차별 없이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 보직을 부여하는 구청장의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이와 달리 여성 국장이 한 명도 없는 자치구도 3곳이나 됐다. 강남구, 서대문구, 송파구는 민선 7기가 시작된 2018년 7월에도 여성 국장이 한 명도 없었다. 송파구는 남녀 구분 없이 경력이나 성과를 고려해 승진 심사를 하지만, 4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5급 여성 간부 공무원 수가 적었던 게 현재 여성 국장이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은주 송파구 인사팀장은 “민선 7기 출범 이후부터 5급과 6급에서 여성 공무원 비율을 많이 늘려가고 있다”며 “이들이 근무 경력을 쌓아 성과를 내면 앞으로 여성 국장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직급 낮아질수록 여성 비율 높아 여성 간부 증가 추세

서울 자치구 25곳 전체 공무원(3월25일 기준)은 3만5224명으로 남성 1만6016명, 여성 1만9208명이다. 전체 공무원 중 절반 넘는 54.5%가 여성이다. 이 중 5급 이상 공무원은 전체 1872명이며 남성 1319명, 여성 553명으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9.5%다. 전체 공무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적은 수치지만, 여성 공무원 수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성 간부 비율도 점차 늘고 있다.

자치구별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을 살펴보면 20~29%가 13곳, 30~39%가 10곳, 40~49%가 2곳이다. 자치구 25곳에서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이 30% 미만인 자치구가 절반 이상이다.

서울 자치구의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영등포구(43.8%)이고, 다음으로 서초구(42.7%), 중구(39.1%), 강북구(35.8%) 차례로 나타났다. 앞으로 이들 자치구에서 여성 국장이 나올 확률은 그만큼 높다.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이 낮은 곳은 용산구(20.5%), 동대문구(20.5%), 도봉구(21.7%) 순으로 20% 초반대였다.

영등포구는 전체 5급 이상 공무원 73명 중 32명이 여성이다. 송희남 영등포구 인사팀 주무관은 “4급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은 것은 5급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초구도 전체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75명 중에서 32명이 여성이다. 서초구는 전체 여성 직원 비율이 59%로 업무 추진 역량이 우수한 여성 직원들의 발탁 승진을 통해 고위직 여성 공무원 비율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자치구 전체의 5급 공무원을 살펴보면, 전체 1626명에서 여성은 497명으로 30%를 차지하고 있다.

강동구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5급 여성 간부가 2018년 6월 10명에서 2021년 3월 25명으로 250%나 증가했다. 강동구는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리더십에 관심을 갖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직위에 여성 간부를 적극 등용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하위 직급 여성 직원이 상위 직급 인사에 대해 자연스럽게 기대감을 보인다고 한다.

공무원 직급이 낮아질수록 여성 비율은 더 증가한다. 6급 이하 공무원은 전체 3만3352명 중 남성 1만4697명, 여성 1만8655명으로 여성 비율이 56%로 나타났다. 구청 관계자들은 “6급 이하 승진 예정자 중에서 여성 공무원 비율이 남성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됐다”며 “6급 이하는 여성이 더 많이 승진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했다.

대다수 자치구는 투명성과 공정성,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과거에는 여성 공무원이 주요 보직에 못 가는 데에 불만도 있었는데, 이런 관행이 바뀐 지도 오래됐다. 요즘은 굳이 남녀를 구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남녀 모두 맡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게다가 공직에 진출하는 남녀 비율이 7 대 3 정도로 바뀐 지도 꽤 됐다. 김미숙 금천구 인사팀장은 “이런 추세라면 전체 국장 중에서 여성 국장이 절반을 훨씬 넘는 자치구가 나올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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