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생활 속 시민사회 활동

등록 : 2021-03-11 16:52 수정 : 2021-03-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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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만든 변화 사례들 모아

그림과 의태어·의성어로 오감 ‘터치’

서울 공립어린이집 등에 온라인 배포

“시민 공감 넓히는 민주주의 교재 활용”


1권 ‘버스를 타고’

버스 탄 아이 시각에서 교통 편의 다뤄

2권 ‘재봉틀 할머니’


시민사회의 면마스크 제작 사례 담아

3일 중구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활동가들과 유일영 변화지원실 팀장이 ‘변화의 씨앗 그림책‘ 2권을 펼쳐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림책은 전자책으로 제작했고, 보관용으로 소량 인쇄했다. (왼쪽부터) 유일영 서울시엔피오지원센터 팀장, 김재우 민주주의기술학교 연구원, 이계정 참여연대 국장.

‘높낮이가 다른 버스 손잡이, 버스 혼잡도 안내, 노선별 대기 사인 블록.’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편리함이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적잖다. 시민사회단체 ‘녹색교통’은 공모전을 열어 버스 서비스 개선을 위한 시민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 결과로 버스 정류장이나 버스 안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많은 서비스가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이뤄졌다.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가 최근 생활 불편 개선을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알리는 그림책 ‘너를 위해서’ 시리즈 두 권을 전자책으로 펴냈다. 정란아 센터장은 “어릴 때부터 공공성에 대한 인지 교육이 중요하기에 4~7살 아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했다. 그는 “시민사회의 노력과 참여로 일상에서 누리는 변화가 만들어진 것을 재밌게 알릴 수 있게 그림책으로 만들었다”며 “어른들에게도 쉽고 편하게 읽히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권 <버스를 타고>는 아이가 엄마와 버스를 타고 할머니 집에 가는 과정을 그렸다. 교통 편의와 보행자 중심의 교통을 위한 사례를 다뤘다. ‘사인 블록’을 보고 기다리는 버스를 타는 줄을 쉽게 알아내고, 버스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주는 현황판에서 기다리는 버스가 얼마나 복잡한지도 미리 알게 된다. 휠체어와 유아차가 버스 안에서 어떻게 놓이는지 본다. 하차 벨이 누구든 누를 수 있는 높이에 있어 아이들도 쉽게 누른다.

2권 <재봉틀 할머니>는 지역 시민사회가 면마스크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줬던 사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부족한 마스크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할머니는 재봉틀로 면마스크를 만든다. 할머니는 손주에게 ‘면마스크가 환경엔 어떻게 좋은 건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말투로 이야기해준다.

이번 그림책 시리즈는 센터가 2017년부터 해온 시민단체 변화 사례 아카이브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센터는 지난 4년 동안 기획위원회를 꾸려, 160여 건의 사례를 모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단체 활동의 사회적 성과를 알려왔다. 이들 사례를 영상, 카드 뉴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퍼뜨리는 방안을 시도했다. 지난해 초 기획위원회에서 그림책 아이디어가 나와 진행하게 됐다. 유일영 변화지원실 팀장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이 사회 구성원들을 위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시리즈 명을 ‘너를 위해서’라고 지었다”고 했다.

그림책 원고는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해 동화작가의 감수를 받았다. “이게 뭐예요? 이건 뭐지? 뭐야” 등 아이들이 자주 쓰는 반복 표현이 즐거움을 더해준다. ‘우다다다’ 등 의태어·의성어를 써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우리 사회가 바꿔가야 할 모습을 담기도 했다.

유 팀장은 “저상 버스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것은 거의 보기 드물지만, 아이들 시선에서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를 끄는 아빠 등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비치도록 표현했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림책 발간을 반겼다. 더 많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기록하고 알려야 하는데, 많은 단체가 직접 하기엔 어려운 게 현장 상황이다. 이계정 참여연대 시민소통국장은 “그림책,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 사례를 확산해 시민 공감대와 참여의 장이 넓혀졌으면 한다”며 “활동가 입장에서 이런 그림책이 나와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김재우 민주주의기술학교 연구원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불편이나 문제를 정부나 시민사회단체 역할로 풀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며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변화의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림책은 피디에프(PDF) 파일로 서울시공립유치원에 전자우편으로 보내질 계획이다. 센터는 앞으로도 영상, 카드 뉴스, 그림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 사례 아카이브 활용을 이어가려 한다. 기존 ‘퍼스트펭귄’ ‘액션도미노’ ‘후원해볼까’ 등의 시민참여 캠페인을 올해는 횟수를 늘리는 등 좀 더 활성화할 예정이다. 정란아 센터장은 “시민단체의 활동이 생활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거라는 인식이 높아졌으면 한다”며 “1시민 1단체 후원 문화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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