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통해서 서울 곳곳을 미술관으로!

기고 ㅣ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

등록 : 2021-03-04 16:27 수정 : 2021-03-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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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로 노들섬 선착장에 만들어진 수상문화공간 ‘달빛노들’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한강 노들섬에 반짝이는 보름달이 떴다. 일렁이는 한강의 물결과 환한 보름달이 조화를 이루는 공공미술 작품 ‘달빛노들’이다. 노들섬에 방치돼 있던 선착장에 설치된 ‘달빛노들’은 보름달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지름 12m 원형 메탈에 각기 다른 크기의 구멍 4만5천 개를 뚫었다. 빛이 이를 통과해 한강 위에 형상을 비춘다.

특히 밤에는 작품 안에 설치된 조명에서 빛이 흘러나와 아름다운 야경을 선보인다. 달 모양 구조물 안에는 한강과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2층 높이의 전망 데크와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계단 등이 있어 소규모 공연도 열 수 있는 수상문화공간이다.

이 작품은 방치되거나 버려진 공간을 예술 명소로 바꾸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1970년대 이전 서울시민의 휴양지였던 ‘노들섬’의 의미와 달에 대한 한국인의 기원적 정서를 담았다. 또한 바람이 많이 불고 수위 변화가 큰 환경적 특성을 고려해 시민들이 물 위에서 안전하게 휴식과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출퇴근길에 한강 다리를 건너다보면 ‘달빛노들’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는 시민을 종종 보게 된다. 미술관을 방문해 전시 하나 마음 편히 감상하기 힘든 코로나 시대, 일상에서 만나는 미술작품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면서 일상 공간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공공미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도시 전체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만드는 ‘서울은 미술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역에 예술작품이 있는 정원을 조성한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부터 용마폭포에 담긴 시민의 추억을 바탕으로 제작된 시민참여 작품 ‘타원본부’, 군사방어 목적으로 설계돼 50년간 숨겨져 있던 지하공간을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시킨 ‘홍제유연’ 등 시민 일상공간에 예술적 상상력이 담긴 공공미술을 설치해왔다.

지난해에는 3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코로나19 서울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코로나19로 미술계가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미술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서울 곳곳에 참신한 작품을 설치해 ‘예술인 지원,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공개모집을 해 1500명의 작가를 선발했고, 추가 심사로 100명을 선정해 ‘작품기획안 온라인 전시회’도 열었다. 이 중 최종 34개 작품을 선발해 ‘서울시-문체부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연계해 올 연말까지 서울 곳곳 공공장소에 설치할 예정이다.


올해 설치될 작품 중에는 설치 장소 주민들과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주민공동체 활동이 결합한 작품도 있다. 이처럼 서울시 공공미술은 시민 목소리와 각 지역 특성을 담고자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는 앞으로도 ‘공공미술의 주인은 시민이며, 예술의 이름으로 시민 일상을 방해하지 않는다’라는 2016년 발표한 ‘서울은 미술관’ 선언문에 명시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품 기획 단계부터 지역 주민의 삶에 집중해 지역과 어우러지는 공공미술 작품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서울의 공공미술은 서울의 매력을 살리고 시민들에게 공감받는 ‘공공을 위한 도시미술’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싶은 날, 유람선을 타고 ‘달빛노들’에 내려 ‘삭-초승달-상현달-하현달-그믐달’로 이어지는 조명 예술과 탁 트인 한강 야경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 곳곳에서 만나는 공공미술 하나가 시민 여러분의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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