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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조사·사례관리 통합’ 성과”

공공 보호체계 관련 복지부 우수상 받은 노원구의 아동보호 전담팀 김한기 팀장

등록 : 2021-02-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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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자체 최초 보호전문기관 운영

관련 공무원 교육, 고용 안정에 힘써

피해 아동 쉼터 직영, 예방활동도 펼쳐

“학대신고 한 건도 허투루 대하지 않아”

1월19일 노원구 중계동 노원아동보호전문기관 치료실에서 김한기 아동보호팀 팀장이 공공 아동보호체계를 만들어온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치료실은 의사 표현이 어려운 아이들이 피겨를 이용해 모래놀이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그려내는 공간이다.

노원구가 지난해 12월 공공 중심 아동보호체계를 선도적으로 준비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한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보건복지부 포상을 받았다. 구는 2018년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에 나섰다. 그해 9월 아동보호팀이 정식으로 꾸려졌고, 이듬해 7월 아동보호 전담팀을 구성했다. 현재 학대 조사 공무원(5명), 사례관리 전문인력(5명, 상담원·심리치료사), 보호담당 공무원, 보호전담요원 그리고 총괄팀장 모두 13명이 일하고 있다.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친권자의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과 책임자의 권한·의무, 혐의자에 대한 제재 등을 강화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하지만 현장에선 공공의 역할 강화와 예산이 따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최하위 수준임에도 노원구가 공적 아동보호 체계 마련에 노력과 재원을 아끼지 않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1월19일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노원아동보호전문기관을 찾았다. 노원아동복지관 3층에 아동보호팀과 드림스타트팀이 있고 상담실, 검사실, 치료실을 갖췄다. 상담이나 검사가 이뤄질 때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음악이 흘러나온다. 5평가량 치료실 안 7개 진열장에는 수백 가지 피겨가 가득 차 있다. 방 가운데에는 모래놀이 시설이 놓여 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아이들이 피겨를 이용해 모래놀이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그려내는 공간이다.


아동보호팀을 3년째 맡아온 김한기(56) 팀장은 “조사와 사례관리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 학대 판정, 사례관리, 사후 관리, 종결 전 과정을 팀원들이 한자리에서 같이 하고 있다. 조사 공무원들은 100여 시간 교육받는다. 조사 전담 공무원이 아동학대 조사 때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자문 제공도 준비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사례 한 건 관리에 최소 9개월 이상 걸리고, 대상자와 지속해서 만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는 사례관리자의 근무연수는 평균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힘든 직무에 고용 불안정성도 큰 탓이다. 노원구는 2년 이상 근무한 사례관리자들의 고용형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가고 있고, 인력 충원도 준비하고 있다. 예산은 복지부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금으로는 부족해 구비로 부담할 계획이다.

학대 피해 아이들을 위한 쉼터도 2019년 7월 마련했다. 서울시에서 직접 3곳을 운영하지만, 자치구 가운데는 유일하다. 복지부의 쉼터 조성비 지원금에 구비 2억원을 추가해 규격 요건을 맞췄다. 구는 보육시설 안 학대 피해 아동 입소 공간과 일시 보호시설 등을 늘려갈 예정이다. “구청장님이 강한 의지를 갖고 앞장서 추진해 가능했다”고 김 팀장이 전했다.

아동보호팀은 2019년부터 2년 동안 4500여 회 사례관리 서비스를 지원했다. 조사는 2천여 회 이뤄졌다. 접수된 신고 건수는 700건 정도다. 노원구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다. 특히 지난해는 직전 해에 견줘 35%가량 증가했다. 서울시 평균 증가율 7.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신고 건수 증가엔 그간의 아동학대 예방활동의 영향이 있었다. 감염병 확산 이전에는 캠페인과 교육을 적극적으로 했다. 어린이날 행사 등에서 부스를 마련해 캠페인을 펼쳤다. 지역 공동주택의 관리비 게시판, 고지서에 포스터를 넣었다. 찾아가는 예방교육도 30여 회 실시했다. 약 3천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그는 “아동학대 의심만으로도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주민들의 신고 참여율이 높아져 초기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는 비대면 홍보로 바꿔 진행하고 있다.

김 팀장은 공직생활 30년 차 사회복지직 공무원이다. 취약계층 복지 업무를 주로 해오다 아동보호팀을 맡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지만 귀하게 찾아오는 보람도 있다. “처음엔 학대 의심 부모가 조사와 사례관리를 거부하다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해가며 가정을 회복해갈 때, 정신장애 한부모 가정의 아이를 다시 학교에 보냈을 때 뿌듯했다”고 그는 말했다.

아동보호팀 업무는 민원도 매우 많고 대응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모든 계층 가정에서 생긴다. 부모 직업이나 학력도 다양하다. “가정사인데 왜 개입하냐”며 오히려 화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압력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는 “제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게 신고 한 건도 허투루 다루지 말자고 팀원들과 함께 항상 다짐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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