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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나눔발전소, ‘태양빛 전기’로 복지·환경 두 토끼 잡아

등록 : 2021-01-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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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지난해 신천동 빗물펌프장에 나눔발전소 5호 건립

태양광 발전소로 환경 지키고 11년간 11억4300만원 지원

송파나눔발전소 5호가 있는 송파구 신천동 신천빗물펌프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들이 하늘을 향해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습. 옆으로 2호선 전철이 지나가고 있다. 오건식 송파구 환경과 기후변화대응팀장이 21일 ‘송파나눔발전소 5호’가 새겨진 명패를 가리키고 있다.(아래 사진)

자치구 최초로 2009년 ‘기후대응 조례’ 만들어

“해마다 6329가구 1년 사용 전기 생산”

수익금, 국내 에너지 빈곤층 위해 사용

몽골·베트남 등 해외 11곳에 지원 손길

송파구 신천동 빗물펌프장 지붕 위에 올라서니, 빼곡히 들어찬 태양광 패널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하늘을 향해 드러누워 햇빛을 받으며 일광욕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이 탁 트인 한강 변에 위치한 터라, 태양광패널 너머로 2호선 전철이 한강 위에 놓인 잠실철교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사용 연한이 20년으로 잡혀 있지만, 잘 관리하면 30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건식 송파구 환경과 기후변화대응팀장은 지난 21일 태양광 패널을 가리키며 “규모는 작지만 발전 효율은 상당히 높다”고 했다.

송파구는 지난해 8월 신천빗물펌프장 지붕 위에 송파나눔발전소 5호를 만들었다. 송파나눔발전소 4호를 만든 지 7년 만이다. 오팀장은 “그동안 발전소를 만들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송파나눔발전소 5호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만든 발전용량 63㎾의 태양광 발전소다. 연간 87.3㎿h의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20년간 약 2억7천만원의 발전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 또한 20년간 804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호기 태양광 모듈은 1~4호기에 견줘 효율성이 높다. 4호기 설치 면적에 비해 5호기 설치 면적이 5분의 1 수준인데도 발전용량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는 이전보다 태양광 패널 제작 기술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태양광 발전설비에 250W 패널을 사용했으나 최근 기술 향상으로 310W 이상의 패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310W 패널은 1시간에 310W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패널을 가리킨다. 태양광 패널은 폭 1m, 길이 1.6m 이내로 제작되는데, 최근에는 기술력이 높아져 단위당 생산 전력량이 늘어났다.

송파나눔발전소는 태양광 발전 설비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공익 발전소이다. 송파구는 이를 통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적극 동참하면서 에너지빈곤층을 지원해, 환경과 복지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저탄소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송파구는 2009년부터 에너지 공익법인 ‘에너지 나눔과 평화’와 공동으로 송파나눔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구는 전남 고흥에 1호(2009년), 경북 의성에 2호(2010년), 송파구 장지동 자원순환공원에 3호(2012년)와 4호(2013년) 송파나눔발전소를 잇달아 건립했다.

태양광 발전시설인 송파나눔발전소 1~4호는 2020년 말 총발전용량(시간당 전력 생산량)이 1319.76㎾로, 1호 200㎾, 2호 921.6㎾, 3호 99.36㎾, 4호 98.8㎾이다. 이들이 1년간 생산하는 전력량은 총 1717㎿h에 이른다. 올해부터 5호에서 생산하는 연간 전력량 87㎿h를 합치면 송파나눔발전소가 1년간 생산하는 전력량은 1804㎿h로 늘어난다. 오 팀장은 “올해부터 송파나눔발전소가 생산하는 총전력량은 서울의 6329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고 했다.

송파구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동안 송파나눔발전소 1~4호기를 운영하면서 생산한 총전력량은 1만7804㎿h로, 93억4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한 이를 통해 모두 5115t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했는데, 이는 어린 소나무 183만9천 그루를 심은 효과와 맞먹는다.

송파구는 이렇게 송파나눔발전소 운영으로 얻은 전력 판매 수익금으로 에너지빈곤층 지원기금(기후변화기금)을 조성해 국내외 에너지빈곤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복지와 에너지 자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송파구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총 11억 4300만원의 기금을 국내 에너지빈곤층과 해외 에너지 자립 사업에 사용했다. 국내 에너지빈곤층 5358가구와 61곳에 9억8천만원, 몽골과 베트남 등 해외 11곳에 1억4천만원을 지원했다.

국내에서는 3억5천여만원을 들여 에너지 빈곤층의 공공요금 체납금 납부, 취약계층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사회복지시설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 에너지빈곤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구는 지난해 관내 에너지빈곤층 81가구에 2800만원 상당의 고효율 가전제품을 교체·지원했다. 또한 세탁기 21대, 냉장고 22대, 오리털이불 38채 등 각 가정에 필요한 맞춤형 제품도 전달했다.

오 팀장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으로 바꾸고, 재래식 조명을 엘이디 조명으로 바꾸면 당연히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다”며 “이를 통해 깨끗한 대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송파구는 송파나눔발전소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2013년부터 몽골과 베트남에 에너지 공급을 통한 마을 단위의 자립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는 2013년 몽골 울란바토르시 칭겔테이구 양묘사업센터와 마을학교에 2㎾급 태양광풍력 병합발전기 2기를 처음 건설했다. 이어 2014년 베트남 북부 라오까이성의 전기 미공급 학교인 나 네오 초등학교에 2.14㎾급 태양광풍력 병합발전기 2기를 건설했고, 2015년에도 베트남 라오까이성 단탕, 남세 초등학교에 역시 2.14㎾급 태양광풍력병합발전기 각 1기씩을 건설했다. 2016년 베트남 남부 빈푹성 동푸현의 디엠수이방, 디엠동부아 유아·초등학교 2곳에 3.1㎾급 2기, 2017년 역시 동푸현의 아인즈엉, 떤흥, 동띠엔 유아·초등학교 3곳에 3.1㎾급 3기를 건설했다.

오 팀장은 “해외 에너지 자립 사업을 펼치는 곳들은 송배전 설비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라 별도의 발전시설이 필요해 보급하게됐다”며 “마을 주민들이 대단히 고마워한다”고 했다.

“2008년 비영리단체인 ‘에너지 나눔과 평화’와 협약을 맺어 시작했는데, 이는 전국 지자체에서 유일한 모델입니다.”

송파구는 에너지 복지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에너지 나눔과 평화’는 운영과 관리를 맡아 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모범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오 팀장은 “마을 주민들이 소규모 협동조합을 만들어 발전시설을 운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하는 곳은 송파구가 최초”라고 했다.

송파나눔발전소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시작한 사업이라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송파구는 부족한 예산의 한계를 시민사회단체와 협약을 맺어 풀어냈다. 사회공헌 기업을 찾아다니며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초기 사업비를 기부받는 데 힘을 쏟았다. 또한 사업 초기 정부의 에너지 복지 사업이 법적 근거가 없어 일시적 시혜성 지원에 그치던 것을 2009년 자치구 최초로 ‘송파구 기후변화대응 조례’를 제정해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했다.

현재 ‘에너지 나눔과 평화’가 운영과 관리를 맡고, 송파구가 적립금으로 에너지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 팀장은 “‘에너지 나눔과 평화’에서 송파나눔발전소를 운영하는데, 비용을 뺀 나머지 수익금 전액을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고 했다.

송파구는 앞으로 송파나눔발전소를 지속적으로 확장해갈 계획이다. 구는 서울 도심에 태양광을 설치할 만한 공간 확보에 사실상 어려움이 있어 송파구와 자매도시를 맺은 자치단체와 협약을 통해 부지를 확보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오 팀장은 “서울에서는 5호기 크기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 건립해가고, 수도권에서 벗어난 지방 자매도시와 협약을 통해 규모 있는 발전소를 추가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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