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반려동물 챙기자 반려인도 ‘함박웃음’

강동구, 코로나19 자가격리 가구에 반려동물 안심사료 지원

등록 : 2021-01-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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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와 배변패드 등 5만원 상당 물품

유기동물분양센터 ‘리본’ 직원이 전달

올해도 반려견·반려묘 가구 계속 지원

반려인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기뻐”

허윤석 리본센터 총괄매니저가 15일 강동구 성내3동 리본센터에서 코로나19 자가격리 가구 반려동물을 위한 안심사료 옆에서 반려동물을 안고 있다.

“강아지도 배려받았다는 마음은 값으로 매길 수 없잖아요. 그래서 상당히 기분이 좋았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이경미(51)씨는 자가격리 기간에 강동구청에서 주는 강아지용품을 전달받았다. 이씨는 15일 “기업의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남편에게 다녀온 뒤 2주 동안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지자체에서 반려동물까지 배려해준 덕분에 무척 기뻤다”고 했다.

노령견 웰시코기를 키우는 이씨는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강동구가 시행하는 ‘자가격리 가구 반려동물


안심사료 지원’에 대한 내용을 안내받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가 상담받은 이틀 뒤 대문 앞에 강동구가 보낸 강아지 사료와 기저귀가 도착했다. 이씨는 “자가격리하면서 인터넷으로 생필품을 비롯해 강아지용품을 사지만, 지자체에서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터라 기쁨이 더 컸다”고 했다.

강동구가 2020년 4월 코로나19 극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시작한 자가격리 가구 반려동물 안심사료 지원(멍냥이 굶지않개)에 대한 시민 반응이 좋다. 물질적인 지원을 받아서라기보다 함께 사는 반려동물도 배려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는 4가구 중 1가구꼴로 전체 가구의 25% 정도이다. 강동구는 반려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 대상이 돼 반려동물이 사료, 배변패드 등 각종 용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글로벌 반려동물 식품 전문기업과 협업을 시작했다. 강동구는 지난해 네슬레 퓨리나의 지원을 받아 반려견과 함께 사는 50여 가구, 반려묘와 함께 사는 10여 가구에 반려동물 사료(한 마리당 2㎏)와 간식, 배변패드(100장들이 1포) 등 반려동물 용품을 지원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평균 5만원꼴로 지자체가 자가격리 가구에 지원하는 10만원에 견줘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정미 강동구 사회적경제과 반려동물팀 주무관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반려동물과 반려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마침 네슬레 퓨리나에서 후원하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강동구의 자가격리 가구 반려동물 안심사료 지원 사업 중심에는 유기동물분양센터 ‘리본’이 있다. 리본은 2017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만들어진 카페형 유기동물 분양센터이다.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유기견 분양과 교육을 통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 만들어졌다.

구는 네슬레 퓨리나에서 지원받은 물품을 리본에 보관하다가 지원 신청이 들어오면 리본 직원이 직접 배달해준다. 허윤석 리본센터 총괄매니저는 “이번 안심 사료 정책에 고마워하는 반려인이 많다”며 “물질적 도움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챙겨준다는 데 큰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반려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건강한 보호자 아닐까요. 마음이든 몸이든요.”

허 총괄매니저는 ‘건강한 반려인’은 유기동물이 생기지 않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반려동물 관련한 많은 행사가 취소됐다”며 “그래도 안심사료 사업을 통해 반려동물 가정에 그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했다.

강동구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반려동물을 담당하는 팀을 만들어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다른 지자체보다 높다. 그래서인지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다양한 반려동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동물복지 정책도 잘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가격리 가구 반려동물 안심사료 지원은 이런 강동구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 위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반려동물 가구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정미 주무관은 “국가 재난에 준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칫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며 “자가격리에 적극 협조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마음껏 밖으로 다니지도 못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불편하죠. 재택근무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는 시민도 늘고 있습니다. 안심사료 지원처럼 인간과 동물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계속 필요해요.”

강동구의 반려동물 안심사료 지원은 올해도 계속된다. 구는 반려견과 함께 사는 40여 가구, 반려묘와 함께 사는 60여 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정미 주무관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반려동물이 없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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