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서 ‘그리피스 와이파이’까지

기고 ㅣ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

등록 : 2021-01-21 17:11 수정 : 2021-03-12 15:08

크게 작게

까치온이 설치된 도봉구 중랑천 산책로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방이 꽉 막힌 지금은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지만, 지난해 초 미국 출장을 갔다.

서울시 자가통신망 ‘스마트서울 네트워크’(S-Net)와 공공 와이파이 확충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4일간의 라스베이거스 세계가전박람회(CES) 서울관 운영을 마치고 귀국길에 로스앤젤레스(LA) 시청의 최고정보책임자(CIO)와 만나는 일정이 남아 있었다. 꽤 긴 회의와 면담을 마치고 인근의 그리피스 천문대를 방문했다. 기사분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우리 일행 셋만 올라가서 관람하고 내려올 때 전화해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천문대를 둘러보고 전화하려는데 연결이 안 되는 것이었다.

‘땅덩어리가 넓기는 하지만 엘에이 시내 유명 관광지에서 와이파이가 안 되지는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와이파이 가능 구역을 물어보니 마침 셔틀버스 정류장에 있다고 했다. 아마도 도요타에서 기부설치한 모양으로 ‘프리 와이파이 생스 도요타’(Free WiFi, Thanks Toyota)라는 문구의 안내판이 있었다. 도요타의 효과적인 이미지 홍보가 감탄스러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와이파이도 제대로 터지지 않아 황망했던 기억이 새롭다.

미국 제2의 도시에서 서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열악한 통신 여건을 보고 다양한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 <기생충>이 공공 와이파이 사업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면, ‘그리피스의 와이파이 사건’은 그 필요성과 확신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거대도시 엘에이가 모두가 선망하는 선진도시라고 하지만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상황 아닌가? 사람이 성장하면서 맞는 옷이 필요하듯 각 사회와 도시는 그 시대에 맞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대표적 인프라인 도로망은 로마 시대 가도처럼 국가의 공간적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고,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도시 경쟁력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세계는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쳐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스마트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도 그에 맞는 국가와 도시 차원의 인프라를 선제적, 효과적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는 기존 인류문명의 존재 방식을 위협하며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대면 방식) 사회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의 시대에 ‘격차와 소외의 심화’가 점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격차 문제는 ‘삶의 편리나 효율’ 차원에서 ‘삶 자체에서의 소외와 위협’의 문제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를 ‘우리가 부닥친 다양한 도시 문제에 대한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답을 찾고 실행하는 도시’라고 한다면 이를 위해서 최소한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사회를 선제 대비하는 스마트 디지털 인프라 구축, 새로운 제도와 도시 운영 시스템 확립, 디지털 사회문화와 시민역량 강화 등이 그것이다.


2019년 서울시가 미래 스마트도시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스마트서울 네트워크(S-Net) 추진계획’을 수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계획에 따라 성동, 구로, 강서, 은평, 도봉 5개 자치구에 자가통신망과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 설치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공공 와이파이 까치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20년 말에는 50여 개로 난립해 있던 서울시내 공공 와이파이 2만여 개의 식별자(SSID)를 SEOUL_Secure로 일원화해 이용 편의와 보안을 개선했다. ‘SEOUL_Secure’를 선택하고 아이디 ‘seoul’, 비밀번호 ‘seoul’로 설정하면 까치온이 설치된 모든 곳에서 자동 접속돼 더욱 편리하다. 올해에는 까치온 서비스가 14개 자치구로 추가 확대되며 공원·한강·고궁 등에도 까치온 핫플레이스가 조성될 예정이다. S-Net과 까치온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대전환의 발판이자 포용적 스마트도시의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