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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품에 ‘정성’ 담아 어르신께 기부”

지역 봉사활동 펼치는 학교 밖 청소년 목공 동아리 ‘피노키오 프로젝트’

등록 : 2021-01-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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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기관 ‘바라지’ 소속 청소년들

3년 전부터 지역에 목공품 전달 활동

이곳에 와서 방황 끝, 꿈과 진로 찾아

“어르신 좋아하는 모습 보니 뿌듯해요”

학교 밖 청소년 봉사 동아리 ‘피노키오 프로젝트’의 김명승(오른쪽)·신예은씨가 14일 양천구 신월3동 살레시오 미래교육원 내 목공방에서 홀몸노인에게 기부할 가구를 만들고 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책임감을 느끼죠.”(김명승) “나 자신이 뿌듯해져요.”(신예은)

14일 양천구 신월3동 살레시오미래교육원 내 목공방에서 김명승(20·내발산동)·신예은(19·화곡동)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가구를 만들어 기부하면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했다.

양천구 학교 밖 청소년들로 구성된 가구 제작 동아리 ‘피노키오 프로젝트’가 지난해 12월 맞춤 가구를 제작해 신월3동 홀몸노인들에게 기부했다. 종이상자 위에 텔레비전을 올려놓고 생활하던 홀몸노인에게 서랍형 침대와 텔레비전을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을 만들어줬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저소득층 가정에 침대와 신발장, 7월에는 편백나무 도마 90여 개도 만들어 기부했다.


‘피노키오 프로젝트’는 살레시오미래교육원이 운영하는 대안교육기관 ‘바라지’의 목공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이자 봉사 동아리이다. 현재 모두 8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명승씨는 2020년부터 피노키오 프로젝트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목공을 가르치는 천주교 살레시오회 수사의 권유로 목공을 시작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9년 5월 말, 적성과 맞지 않아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이곳으로 왔다. “당시에는 뭘 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이곳에 와서 새로운 꿈을 찾았죠.” 김씨는 “목공을 비롯해 제빵, 미술 등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꿈인 그는 오는 3월 한 대학의 인테리어디자인학과에 입학한다.

신예은씨는 바라지 청소년운영위원회 위원장이다. 일반 학교의 학생회장인 셈이다. 신씨는 2019년 봄,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마자 학교를 그만뒀다. “학과는 적성에 맞았는데 학교 분위기가 안 맞았죠.” 2019년 11월 이곳으로 온 신씨는 지난해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입 준비를 해, 3월이면 한 대학의 시각정보디자인과에 입학한다.

피노키오 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꾸준히 지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지난 3년 동안 지역 아동센터를 비롯해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과 홀몸노인 가정에 맞춤 가구를 제작해 기부했다.

2018년 7월 새날지역아동센터에 놀이장을 만들어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8월에는 소년소녀가장 가정에 캐릭터 서랍장을 만들어 기부했다. 11월에는 다문화가정에 다용도 침대,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도 주방용 선반을 만들어 기부했다.

2019년에는 새날지역아동센터 책상 보수를 시작으로 푸른나래 지역아동센터에 책장을 만들어 기부했다. 여름에는 신월3동 주민센터에 화단 상자와 벤치도 만들었다. 10월에는 새날 지역아동센터에 식탁 5개를 만들어 기부했다.

“가구를 예쁘게 만들어 보내는 게, 자식 잘 키워서 시집보내는 기분 아닐까요.”

신씨는 가구를 만들어 기부하는 것을 딸을 출가시키는 부모 마음에 빗대어 표현했다. 그는 남에게 주기 아까울 정도로 애정을 쏟아 정성껏 목공품을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만들어 주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침대 배달 간 날, 할머니가 문밖으로 나와서 만원을 챙겨주시더라구요. 곧바로 선생님한테 도로 뺏겼습니다. 그래서 마음만 받았죠. 하하.”

신씨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목공품을 만들어 가져다주면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손자나 손녀 같은 마음에 용돈을 챙겨주려는 할머니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괜찮습니다”라며 극구 사양한다고 했다. 김명승씨는 “목공품을 전달할 때마다 좋아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마음도 다시 따뜻해진다”고 했다.

“아이들은 단지 목공품을 만들어 전달하는 게 아니라, 삶의 에너지나 기쁨 등 많은 것을 전달하는 것 같아요.”

김성은 바라지 길잡이교사는 “주로 홀몸노인 가정에 목공품을 기부하는데, 아이들이 찾아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척 반기고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목공품을 기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신월3동 주민센터에 연락해 곧바로 시작하게 됐는데, 아이들이 목공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 무척 기뻤다”고 했다.

김명승·신예은씨는 2월 말 이곳을 떠나, 학교 밖 청소년 생활을 접고 대학생이 된다. 김씨는 대학에서 과대표나 학생회장을 해보고 싶어 한다. 신씨는 계획 세우는 걸 잘 못하지만, 그래도 닥치는 대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래도 두 사람은 봉사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바라지에 좋은 후배들이 오면 좋겠습니다. 제도권 학교를 나온다는 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죠.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해 좋게 봐줬으면 합니다.”(김명승)

“방황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여기는 학교보다 많이, 넓게 볼 수 있습니다. 사회의 안 좋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신예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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