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 내 주민 소통 공간, ‘집콕’ 이웃들에 큰 힘 됐어요”

서울&-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기획 ‘이웃이 경제다’ ③ 사회적 경제로 주민 일상을 바꾸는 ‘같이살림 프로젝트’

등록 : 2021-01-14 18:28 수정 : 2021-01-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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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거주 시민 스스로 문제 발견

주민-전문가 협업, 돌‘ 봄·먹거리’ 등 대응

‘협력과 연대’ 추구하며 이웃 끌어내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해결 방안 찾아


단지 내 팝업 카페 개설해 소통 힘쓰고

유용미생물균으로 상품 만들어 판매

가드닝 교육으로 마을 정원사도 키워


눈에 띄는 성공 사례들 속속 생겨나

2020년 가을 신금호파크자이에서 입주민 소통을 목적으로 문을 연 ‘신파자 팝업 카페’ 모습.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계절별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진행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었잖아요. 그 와중에 주민 소통 공간을 만들어 ‘집콕’ 하는 이웃들이 무기력하고 우울해지지 않도록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응원할 수 있었던 점, 입주민들로부터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힘이 됐다는 평을 들었던 일이 큰 보람이었죠.”

지난 5일 오후 정소현(45) ‘신파자 공활단’ 대표가 전화 너머로 힘주어 말했다. 신파자 공활단은 2016년부터 단지 안에서 자생해온 공동체 활성화 목적의 입주민 모임이다. 마치 무협지에 나올 법한 이름 같지만, 성동구 ‘신금호파크자이’에서 조합한 단어다.

신금호파크자이는 5년 전 성동구 금호동 일대 재개발 때 지은 신축 단지다. 입주 초기부터 주민을 위한 카페, 도서관 등 ‘소통 공간’이 없던 점이 불편함으로 꼽혀왔으나, 공간 운용에 드는 제반 비용이 수익자 부담 원칙인데다 공유 공간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등 이유로 마땅한 조성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여러 번 논의했지만, 실행 인력과 예산 문제가 컸어요. 고민 속에서 서울시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알게 됐고, 3년 계획으로 공동주택 내 문제를 지원한다는 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제안서를 냈죠. 공활단은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추진단으로 활동했고요.”

2020년 서울시와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만든 ‘같이살림 프로젝트’ 1차 사업에 선정된 신파자 공활단은 비로소 같은 해 9월 주민 공동 소통 공간 ‘신파자 팝업 카페’를 열 수 있었다.

‘같이살림, 하는 신파자씨’란 사업 명칭 아래 조성한 공간은 커피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었다. 1차 사업 목표로 흡연 문제나 층간소음, 반려동물 생활 문화 등 공동생활에서 겪을 만한 주거 문제를 자유롭게 얘기하는 공론장이자 단지 안 경력단절자와 취업 취약자(임대동)를 대상으로 일자리도 제공하는 소통 공간을 추구했다. 카페 수익은 공간 유지와 또 다른 유휴 공간 활성화 등을 위한 입주민 공공 자산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공간사업을 도모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 오픈’ ‘면역력 증강’ ‘핼러윈 시즌’ 등 주제별로 바꿔 운영한 팝업 카페에 대한 주민 피드백이 좋았어요. 현재는 사업 2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입주자 온라인 카페에서 사업 공유회를 시작했어요. 카페 회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네이버 폼 등을 활용한 설문조사를 해서, 지난해 사업의 장단점을 정리하는 단계예요.”

이처럼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사회적 경제로 주민 일상을 바꾼다’는 큰 줄기를 바탕으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서울시민들이 스스로 생활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내 더 나은 시민 살림을 만들어가겠다는 사업이다.

왜 공동주택 단지일까. 2018년을 기준으로 공동주택은 서울의 대표적 주택 유형이다. 현재 서울시 가구의 62.8%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노인회 등 다양한 자치기구도 구성돼 있다. 주민들과 전문가가 협업해 주민 공통의 생활 문제인 ‘돌봄, 먹거리, 환경, 건강’ 문제에 대응하고 ‘협력과 연대’를 추구하는 동안 동네 이웃을 주요 경제 단위로 끌어낼 수 있어 사회적 경제의 새로운 성장모델로 꼽은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프로젝트 실행 주체이자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주민조직’과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코디네이터’를 주축으로 먼저 ‘같이살림 추진단’을 구성하며, 여기에 지역지원기관·지역활동가·자문단으로 구성한 ‘같이살림 지원단’과 사업의 종합적 지원과 모니터링, 성과 공유를 담당하는 ‘광역지원단’(일상창작예술센터)이 지원군으로 나선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행정 분야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는 기업 성장 토대 마련을 담당해 긴밀하게 협력한다.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1차 추진 기간(2020년 3월18일~12월31일) 동안 11개 자치구 20개 단지가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차 추진 기간(2020년 9월1일~12월31일)에 7개 자치구 9개 단지가 추가로 참여해, 총 15개 자치구 29개 단지가 지난해 12월까지 예정한 사업을 마쳤다. 이 결과 사업 2차 단계로 진입한 2~3년 차 단지에서 구체적인 실효성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관악구 관악산휴먼시아 1, 2단지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대표 사례다.

2020년 가을 관악산휴먼시아 1, 2단지 생활 동아리 활동 현장.

관악산휴먼시아 1, 2단지는 2019년 주민 워크숍으로 ‘친환경 건강아파트’란 의제를 발굴해 EM(유용미생물균) 교실을 만들고 직접 만든 EM 시제품 등을 단지 내 ‘꿈시장’에서 판매하는 등 사업 1차 단계를 거치는 동안 입주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어 2020년엔 ‘다목적실을 활용한 주민 공동체 활성화’를 의제로 2차 단계에 진입해 EM 상품에 전문성을 갖춰나갔다. 또한 입주자 온라인 카페를 열어 비대면 시기 입주자 회의를 열어 소통을 이어가고, 주민을 대상으로 환경보호 등을 위한 생활동아리 4개를 만들어 운영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증가했잖아요. 재활용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안타까웠던 와중에 뜻이 있는 주민들과 아이스팩 모으기, 무료나눔 운동, 재활용백 만들어 소상공인들과 나누기 등을 진행했어요. 온·오프라인으로 공동체 플랫폼을 만들어 활성화해나간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참여 주민 중 한 사람인 김인숙(54) 지구 살리기 공방 동아리 대표의 말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비산먼지 해결을 위한 환경 실천’을 의제로 두고 2018년 시범사업을 포함해 올해 사업 3년 차를 맞은 경우다. 아현동 재개발로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주민 건강을 해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뒤 가드닝 교육으로 마을 정원사를 키워 정원을 직접 디자인·관리하고, 업사이클링 교육과 어린이 식물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 사회경제 모델 수립까지 나아가는 중이다.

한편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다. 지역 단위 공동체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특성상 ‘주민공동시설’을 운영하는 단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업 역시 중단과 시작을 반복하는 등 때마다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웃과 함께,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삶을 모색하게 됐다는 건 기회라고 봤어요. 생태계와 공동체에 관심 있는 주민들과의 만남에서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사람에게서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신연숙(53)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주민모임 대표의 말이다.

2020년 여름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을 정원사들이 단지 안 정원을 가꾸고 있다.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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