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타종 못한 보신각종, 1월 미래유산 선정돼

서울시, ‘여의도공원’과 하근찬의 단편소설 ‘전차구경’도 함께 선정

등록 : 2021-01-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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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각종, 1953년부터 제야에 타종

여의도공원, 1999년 1월에 재탄생돼

‘전차구경’, 지하철이라는 신문물 다뤄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금박연 등 24곳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총 488개

서울시가 최근 24개의 서울미래유산을 추가한 데 이어, 1월의 미래유산을 발표했다. 1월의 미래유산에는 ‘보신각 타종’
과 ‘여의도공원’,

지난해 세밑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 있는 보신각종은 울리지 않았다. 보신각종이 제야에 울리기 시작한 195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67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한 해 마지막날 자정에 은은한 종소리를 내주었지만, 지난해 우리 사회를 덮친 코로나19가 그 종소리마저 막아 이미 만들어놓은 영상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거의 모든 것을 멈추게 했어도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일상을 그리워하듯, 보신각종이 울리지 않았어도 보신각종에 대한 서울 시민의 그리움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서울시에서도 이에 따라 때맞춰 올해 첫 1월의 미래유산으로 ‘보신각 타종’을 선정했다.


서울시는 보신각 타종을 1월의 미래유산으로 선정한 배경으로 “‘보신각 타종’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를 담아 진행하는 대표적인 신년 행사로 오랜 시간 동안 해마다 서울 시민들과 함께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월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미래유산이 제야에 치는 보신각 타종이라는 것이다.

서울미래유산은 시민들의 기억과 감성을 담은 근현대 서울의 유산으로 2013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서울시는 해마다 미래유산을 추가 선정했으며, 달마다 그달과 관련된 미래유산을 ‘이달의 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1월과 관련이 있는 미래유산으로 보신각 타종과 함께 도심 속 시민의 쉼터인 ‘여의도공원’, 하근찬의 단편소설 ‘전차구경’을 함께 꼽았다. 여의도공원은 1999년 1월 24일 개장했고, ‘전차구경’은 1976년 1월 <문학사상>에 발표됐다.

그리고 하근찬의 단편소설 ‘전차구경’

이 뽑혔으며, 새로 선정된 미래유산에는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이 가운데 여의도공원은 현대사의 아픔과 함께한 굴곡 있는 역사를 가졌다. 여의도공원은 1916년 일제에 의해 비행장으로 개발된 곳이다. 이후 해방 뒤 1971년까지는 비행장과 공군기지 등으로 활용됐고, 1972년에는 ‘5‧16 광장’으로 조성돼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리는 장소로 활용됐다.

여의도공원은 1997년부터 진행된 광장을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의 결과로 탄생했다. 여의도공원은 현재 도심 속 허파이자 시민의 쉼터로 기능하고 있다.

‘전차구경’은 처음 지하철을 마주한 시민의 감정을 기록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이 1974년 8월15일 개통됐으니, 개통 뒤 2년이 채 안 된 시절이다. 소설가 하근찬은 ‘전차구경’에서 특유의 향토성 짙은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지하철이라는 신문물을 접하는 조주사와 손자의 하루 여행기를 다룬다. 작가는 이를 통해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아쉬움과 허전함을 토로하며, 옛 시절 인간미 넘치던 모습에 대한 그리움을 전한다. 서울시는 이 소설이 당시 서울의 풍경과 지하철 개통 등 서울의 역사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달의 미래유산’과 관련된 카드뉴스와 흥미로운 읽을거리는 서울미래유산 누리집(futureheritage.seoul.go.kr)의 ‘이달의 미래유산’ 게시판과 서울미래유산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서울미래유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신각 타종 행사를 온라인으로 관람하고 새해 소망을 댓글로 남기면 추첨으로 50명에게 케이크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한다. 이벤트는 지난 4일 시작돼 오는 12일까지 계속되며, 당첨자는 15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2월27일 24개의 서울미래유산을 새로 선정했다. 새롭게 선정된 서울미래유산은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호미화방, 금박연(금박공예 공방) 등이다. 이로써 현재 서울시 미래유산은 모두 488개에 이른다.

금속공예 공방인 금박연, 1975년 문을 연 호미화방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는 1970년 건립 당시 클럽하우스였지만 1973년 어린이대공원 개장에 따라 교양관으로 사용됐다. 2011년 건축물을 철거하려다 나상진 건축가의 작품임이 발견되어 원형을 보존하면서 주변의 자연을 건물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호미화방은 1975년부터 홍익대학교 앞에서 미술인의 보급창고로 사랑받아온 화방이다. 이 화방은 미술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판화 프레스기를 자체 제작하는 등 미술계에서 상징적인 화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밖에 영화 <접속>에서 남녀주인공이 스쳐 갔던 좁은 계단으로 큰 인상을 남겼던 ‘부루의 뜨락’도 함께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부루의 뜨락은 건물 4층 전체가 음반가게이며 특히 클래식 엘피(LP)를 전문적으로 취급하여 중고 LP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 밖에 철종 때부터 이어져온 금박공예전문점인 ‘금박연’과 1966년 개업해 이희호·김옥숙 등 영부인들이 자주 찾았던 이리자 한복도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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