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부유해지는 길 아닌 마을이 부유해지는 길 찾아나서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 대상 ㅣ 강서구 가양2동 ‘주사위 협동조합’

등록 : 2020-12-10 16:13 수정 : 2020-12-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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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만들어진 주민 공동 단체

17년 ‘뜻 모아 힘 모아’ 협동조합 변신

참여 주민, 매월 한 차례 정기회의 진행

주민 대상 건어물 등 판매 기금 모아

공동체 회복 위한 마을 활동 비용 사용


매년 축제 열고 다양한 봉사활동 펼쳐


쓰레기장 된 ‘소리길’ 생태공원 만들고

매월 1회 잡초와 쓰레기 제거 등 관리

정월에 오곡밥, 가을에 호박죽 나누며

‘이웃이 소중한 마을’ 만들려 노력중

강서구 가양동 가양4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해 6월 아파트 운동장에서 오감축제를 열어 풍물놀이를 하고 있다.

‘주사위’는 2005년 강서구 가양동 가양4단지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만든 단체로, 지역 사회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마을 공동체,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마을 활동을 전개해왔다.

주요 활동으로 ‘주사위 협동조합’ 설립·운영, 가양4단지 생태공원 ‘소리길’ 조성·관리 등을 진행했다. 주민 공동체 활동으로 대보름 파티, 오감축제, 선풍기 세척, 호박죽 나눔, 환경 캠페인, 생명존중·생명사랑 캠페인 등을 해왔다. 이처럼 임대아파트 주민 공동체는 행복하고 건강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주사위 협동조합은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힘을 모아 서로 돕는다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만들게 됐다.

2017년 발기인 총회를 시작으로 주민들에게 냉장·냉동식품(만두, 냉면 등), 건어물, 유용미생물(EM) 비누 등을 저렴하게 팔아 연 300만~400만원 수익을 올렸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소리길 관리, 대보름 파티, 오감축제, 생명사랑 축제 등 지역 주민 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을 활동 비용으로 전액 사용했다.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모였을 때는 매우 혼란스럽고 어려웠다.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이 낯설었고 혹시 잘못된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이런저런 사유로 협동조합 설립에 찬반 의견이 나뉘었고 고민이 많았다. 안순옥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우리가 해오던 것을 보다 공식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니까 조금은 어렵더라도 해보자”며 회원들을 설득했다. 마침내 2017년 11월 주사위 협동조합이 첫발을 내디뎠다.

이윽고 2018년 4월에는 강서구청에 정식으로 협동조합을 등록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주사위 협동조합은 다양한 마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사위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주민 16명은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모여 정기회의를 한다. 회의를 통해 소리길 관리, 환경 캠페인, 생명사랑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주사위 협동조합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냉장·냉동식품, 건어물, 유용미생물 비누를 판다. 판매 장소는 마을꿈방앗간(복지관 쉼터), 단지 내 그늘 쉼터, 팔각정 등 다양하다. 수익금은 마을 공동체를 위해 지역 사회에 환원한다. 특히 유용미생물 비누는 순수 유기농 오일로 만든 건강비누이다.

가양4단지의 생태공원인 소리길은 월 1회 정기 제초·청소 등 수시로 관리한다. 주민들은 소리길에 와서 도심 속 자연에서 힐링하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10여 년 전 소리길은 원래 쓰레기장이었다. 주사위 회원들이 외부공모지원을 받아 친환경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약 1억원을 지원받아 지금의 환경공원 소리길을 만들었다. 이후로 현재까지 매월 잡초·쓰레기 제거 등을 하며 지속적으로 소리길을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대보름 파티는 매년 정월에 주민들과 오곡밥과 부럼을 나누며 한 해 동안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일 년에 한 번 우리 조상들은 대보름에 모여 함께 쥐불놀이도 하고 오곡밥을 나누어 먹었다. 지금은 그리운 추억이 되었지만 선조들은 공동체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함께 새해를 맞으며 반가운 얼굴로 덕담을 전하며 한 해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하는 목소리는 이웃의 소중함과 함께하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정성 들여 준비한 오곡밥과 부럼, 귤 등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다.

오감축제는 가양4단지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먹거리, 마실거리, 나눌거리, 즐길거리 등을 중심으로 마을 축제를 열고 소외된 어르신, 장애인, 아동, 다문화 가족 등 주민 간 관계를 회복하고 유대를 강화한다. 선풍기 세척은 홀몸 어르신과 장애인 가정의 선풍기를 세척해드려 청결하고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

호박죽 나눔은 매년 가을 호박이 무르익는 계절에 호박죽을 만들어 주민들과 나누며 정을 쌓는 행사다. 가을이 깊어질 시기 날씨는 추워지고 낙엽이 소복소복 쌓여갈 때 따뜻한 정성과 마음이 담긴 호박죽 한 그릇은 추운 겨울을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준다.

생명존중·생명사랑 축제도 개최한다. 지역 사회에는 혼자 사는 어르신 등 독거 주민이 매우 많다. 입주민 중 약 40%나 될 정도다. 혼자 살면 외로움과 사회적 단절 등으로 고독사 혹은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 주사위 회원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생명존중, 생명사랑 캠페인을 연다. 몇 달간 소중하게 만든 수제비누와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등 주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구를 만들어 집집마다 방문해 전달하고 단지 내 운동장에 모여 함께 캠페인을 진행한다. 참여한 주민들은 우리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과 마을에 감사하고 함께하는 소중함을 경험하게 된다.

주민들에게 경제적 문제는 심각하고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이며,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해내고 이를 마을 자산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은 한 개인이 독점적으로 부유해지는 것이 아닌 마을과 마을 주민이 함께 부유해지는 것으로, 단지 주민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준다.

또한 협동조합 수익금은 주민들이 다양한 마을 활동을 전개하는 밑거름이 된다. 다양한 마을 축제, 마을 행사, 어려운 이웃 돕기, 환경 개선, 생명사랑 축제 등 크고 작은 ‘마을의 장’을 열어 서로 모르는 주민들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이웃 간 관계가 깊어지게 만든다. 주민들이 자주 모이고 함께하는 동안 마을 주민으로서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지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경험하게 된다.

주민이 직접 마을의 주인으로 마을 축제를 열고 동대표, 부녀회, 복지관, 주민센터, 관리사무소 등과 협업해 공동체의 장을 만든다. 이는 주민들의 주인 의식을 높이고,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주사위는 주민들이 함께하면서 이웃이 소중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있지만 함께 힘을 모아 멋지게 극복해갈 것이고 이를 위해 서로에게 힘과 지혜가 되어줄 것이다. 함께 조금만 힘을 내어 서로 돌보아 더불어 사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자.


“환경·생명존중 캠페인 꾸준히 펼쳐가겠습니다”

인터뷰 | 안순옥 이사장

지난 11월23일 가양4단지 종합사회복지관 사무실에서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 현장실사단의 질문에 답변하고있는 안순옥 주사위 협동조합 이사장(왼쪽)과 최명옥 총무(가운데).

“그냥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자랑 삼아 한번 알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

안순옥(68) ‘주사위 협동조합’ 이사장은 3일 행복둥지 공모에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 무척 기뻤다고 했다. 안 이사장은 “우리가 한 일이 조그만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조그만 일이 아니더라”며 “상상 밖으로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총무 최명옥(67)씨도 “날아갈 것 같다”며 좋아했다.

안 이사장은 2003년 강서구 가양2동 가양4단지 아파트로 이사 온 뒤 2005년부터 주민단체 ‘주사위’ 활동을 했다. 그는 2016년부터 회장을 맡아 하다, 협동조합을 구청에 정식으로 등록한 2018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씨는 봉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2008년 주사위에 가입했다. 2016년부터 총무를 맡아 안 이사장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주사위는 ‘주민참여로 행복한 4단지 만들기 위원회’의 줄임말이다.

2005년 가양4단지 아파트 통장들이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에서 주사위를 만들었다. 안 이사장은 “처음에는 아파트 단지에 쓰레기도 많고 삭막했다”며 “솔선수범해서 쓰레기도 치우고 예쁘게 아파트를 가꾸려고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좀 더 체계를 갖출 필요성을 느껴 2017년 11월 ‘주사위 협동조합’을 만들어 2018년 활동을 시작했다. 주사위 협동조합은 건강한 주거환경 조성과 지역 주민의 공동체성 회복을 통한 행복한 삶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17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월 30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리는데, 마을 행사나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가양4단지는 1998가구가 입주한 영구임대아파트이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장애인 거주 비율이 높다. 안 이사장은 단지 내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 부모 대신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동화를 읽어주는 등 교육 지원 활동을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상금을 받으면 제초기·삽 등 소리길 관리를 위한 다양한 도구와 비누 제작을 위한 재료를 구매할 계획입니다.” 안 이사장은 “소리길을 계속 관리하려면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고, 좀 더 많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비누를 만들 수 있는 도구와 재료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마음대로 활동을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안 이사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소리길 청소, 환경 캠페인, 생명존중 활동 등을 꾸준히 펼쳐왔지만, 아파트 주민들끼리 대면해서 할 수 있는 큰 행사를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함께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내년에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안 이사장은 내년에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생명존중 캠페인 등 홀몸노인을 위한 일을 많이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현장실사 윤은지·윤창섭 한국사회주택협회 회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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