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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의원들, ‘시민의 눈’이 돼 서울시를 감사하다

등록 : 2020-11-26 15:27 수정 : 2021-01-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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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살펴본다 ❶

도시안전건설위원회·도시계획관리위원회·기획경제위원회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14일 동안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사진 맨 위부터, 도시안전건설위원회(위원장 성흠제)의 지난 10일 서남물재생센터 현장방문 모습, 도시계획관리위원회(위원장 김희걸)의 9일 서울주택도시공사 행정감사 모습, 기획경제위원회(위원장 채인묵)의 12일 서울산업진흥원 행정감사 모습.

“시의원들, 길 가다가도 문제 있다 생각되면 사진부터 찍어 보관”

“서울 빌딩 가연성 외장재 파악도 안돼”

“분양가 상한제 자치구마다 달라 혼선”

“늘어나는 중장년 주거복지 대책 필요”

1년 동안 모은 자료 행감 때 적극 표출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그리고 서울시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행정사무감사(이하 행정감사)가 지난 16일로 14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행정감사는 서울시의회가 행하는 작은 ‘국정감사’다. 서울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시민을 대표하여 시민의 눈으로 행하는 감사이다. <서울&>이 치열했던 2020년도 행정감사 현장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서울시에 소재한 30층 이상 고층건물 533개 동 중 어디에 가연성 외장재가 시공돼 있는지를 시의 안전총괄실에서 파악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지난 5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위원장 성흠제)가 소방재난본부에 대한 행정감사를 벌이는 현장. 이 위원회 소속인 홍성룡 의원(더불어민주당·송파3)이 서울시에서 가연성 외장재로 마감한 고층건물 현황 파악을 안 해온 점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축법이 개정돼 2018년부터는 가연성 외부 마감재료 사용 금지 적용 대상이 3층 이상 건축물이나 의료시설·교육연구시설·수련시설 등으로 확대됐지만, 문제는 개정된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존 건축물은 화재 발생 때 여전히 대형 참사 우려가 높다는 것입니다.”

홍 의원은 이어 해당 국실에 “가연성 외벽마감재 교체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해당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도 즉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의원은 이뿐 아니라 행정감사에서 △민간 건설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안전관리가 소홀한 점 △지진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서울시 직원이 4명에 불과해 지진 대응 역량이 취약한 점 △서울시 도로사업소 관할 지하차도 50곳 중 30곳이 73.6㎜/hr 이상 강우에 침수 위험이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모두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안전 관련 사항이다.

홍 의원은 이렇게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내용을 찾아내 행정감사 때 적극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평소 서울 시내를 오가다 문제가 있는 듯한 곳이 보이면 사진도 찍고, 서울시에 관련 자료를 요구해 쌓아놓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아마도 서울시의회 의원이라면 모두 평소에 시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익이 돌아갈까를 고민하면서 자료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의 행정감사는 108명의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주제 아래 이렇게 1년 동안 모아온 자료가 한데 모이는 장이다.

홍 의원이 속한 도시안전건설위원회와 함께 도시계획관리위원회(위원장 김희걸), 기획경제위원회(위원장 채인묵)의 행정감사에서는 시민들의 안전 문제와 주거 문제 등에 대한 시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행정감사 내내 이어졌다.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속 박순규 의원(민주당·중구1)은 9일 물순환안전국 소관행정감사에서 “서울시 물재생센터가 송풍기의 내구연한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사용해 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탄천물재생센터는 무려 34년을 사용해 언제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수 처리를 하고 있었다”며 “물재생센터 송풍기 한 대당 가격이 4억원으로 고가이기 때문에 내구연한을 과도하게 초과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송풍기 고장으로 인한 악취 발생과 하수 처리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같은 위원회 박기열 의원(민주당·동작3)은 5일 소방재난본부 행정감사에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3개월간의 구난 활동 근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 조당 근무해야 하는 분야별 인원이 정해진 규정대로 근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히 전문자격이 필요한 항해사나 기관사없이 근무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안정적인 구난 활동을 위한 인력 운영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같은 위원회 김태수 의원(민주당·중랑2)은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현장의 탈의실 등 편의시설 설계 반영률이 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의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행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안전사고 방지와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설치하도록 한 편의시설이 공사현장 488곳 중 102곳만 반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적어도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현장에서는 설계부터 탈의실 등 근로자의 편의시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주거·주택 문제 등이 많이 제기됐다. 김종무 의원(민주당·강동2)은 6일 열린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행정감사에서 지난 7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결정된 분양가 책정 심의 결과를 비교한 뒤 “동일한 건축비 항목이 자치구마다 다르게 반영되는 등 분양 상한가 산정이 일관된 기준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위원장 채인묵) 소속 의원들이 지난 12일 서울산업진흥원을 대상으로 행정감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최초로 분양가 상한제 심의를 받은 강동구 A빌라의 경우 필로티층 건축비가 반영되지 않았고, 친환경주택공사비는 부분 반영 되었으나, 서초구 B연립 심의에서는 해당 항목 모두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렇게 자치구마다 차이가 나면 분양가 상한제 도입 취지와 달리 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며 “합리적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운용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인 노식래 의원(민주당·용산구2)은 “10년 뒤에는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서울시 전체의 70%에 달할 것”이라며 서울시의 철저한 노후 건축물 관리 대비를 지적했다. 노 부위원장은 “서울시의 임의관리대상 건축물 54만여 동 중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약 46%”라며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건축물이 전체의 32.6%여서 10년 후에는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율이 70%에 육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부위원장은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관리하는 한편 노후 건축물의 정비를 활성화해 단계적으로 노후 건축물 비율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경제위원회에서도 주거 관련한 내용이 지적됐다. 서울특별시의회 포스트 코로나 대응 및 민생안정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장인 김인제 의원(민주당·구로4)은 중장년 주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서울의 중장년 1인가구가 계속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들에 대한 주거복지대책은 많지 않다”며 “보편적인 주거권 확보를 위해 청년층은 물론 40~50대 중장년 1인가구에 대한 주거복지대책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서울에 사는 40~64살 중장년 1인가구는 2016년 39만7385명에서 2019년 42만7274명으로 매년 1만 명씩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들에 대한 대책은 청년이나 고령자 등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커다란 주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이야기를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진한 서울시 사업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 가해지기도 했다. 도시계획관리위원회의 장상기 의원(민주당·강서6)은 10일 도시공간개선단 소관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행정감사에서 “마을 건축가들이 발굴·기획한 마을 정책 사업은 지난해 363건, 올해 545건에 이르지만, 그중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지난해 7건, 올해 4건에 불과하다”며 “사업을 발굴했으면 주민들과 공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경제위원회 이병도 의원(민주당·은평2)은 12일 서울산업진흥원 행정감사에서 “2020년 신규채용부터 인공지능(AI) 면접제도를 도입했지만, 신뢰성에 의문이 있는 기술을 활용하여 합격·불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적극 재검토를 요청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코로나19로 단체 필기시험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를 대체하고 채용 과정에서 부정 채용이나 출신지, 학력, 가족관계 등 불합리한 차별이 개입되는 것을 막고자 2020년 신규채용부터 ‘AI역량평가’ 제도를 도입·운영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현재 국내 AI 기술 수준에서 안면인식과 음성인식만으로는 감정상태를 완벽히 분석하기 어렵다”며 “AI역량검사의 결과로 합격 여부를 정해서 1차 면접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현행 AI역량평가 제도는 신중하게 재검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의회에서 오랫동안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박노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서울시의회의 행정감사에서 다루는 내용은 전 국가적 이슈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시민 삶과 직접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서울시민이 행정감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다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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