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웃음’으로 절망적 사회를 조롱한 중국 거장 유에민쥔 전시회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21년 3월28일)

등록 : 2020-11-19 14:26 수정 : 2020-12-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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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이 웃는 것을 그린다. 그것이 큰 웃음이든, 절제된 웃음이든, 미친 웃음이든, 죽을 듯한 웃음이든, 혹은 단순히 사회에 대한 비웃음이든.”

두 눈을 질끈 감고 치아가 모두 보일 정도로 입을 활짝 벌린 채 크게 웃는 얼굴들.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한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유에민쥔(웨민쥔)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도 이제 두 달 남짓 남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라는 재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한바탕 웃으며 끝을 향해 초연하게 한 발 떼고 싶은 마음을 전하는 전시가 열린다. 웃음이 메마른 시대에 ‘파안대소’를 그리는 유에민쥔의 국내 첫 개인전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가 내년 3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계속된다. 유에민쥔은 장샤오강, 왕광이, 팡리쥔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의 ‘사대천왕’으로 꼽힌다.

그의 대표작 <처형>(1995·사진)은 2007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달러(약 54억원)에, <궝궝>(1993)은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5408만홍콩달러(약 75억원)에 낙찰돼 당시 중국 현대미술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교사였던 유에민쥔은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껴 1990년,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했다. 그는 스스로 모델이 되어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실없이 웃는 얼굴을 반복적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크고 붉은 얼굴로 폭소를 터뜨리는 그림을 보노라면 공허하고 서글픈 마음이 들곤 한다. 혹자는 이것이 절망적인 사회를 역설적인 웃음으로 표현한 풍자 때문이라 말했다.

“만약 내 그림 속 인물들이 행복해 보인다면 그건 작품을 보는 사람이 행복하기 때문 아닐까요? 고독하거나 허무하게 보이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것도 오독이라고 규정짓고 싶지 않거든요.” 작품에 대한 그의 해석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시그니처(상징)가 된 웃는 얼굴부터 대규모 조형 작품과 최신작까지 많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하며, 하루빨리 코로나의 터널을 벗어나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장소: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료: 1만5천원 문의: 1899-9156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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