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여금, 강남·북 균형발전 위해 써야

등록 : 2020-10-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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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남 1970>이 있다. 강남 개발이 막 시작되던 197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의 허허벌판 강남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다. 이후 강남은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속도로 발전하는 서울 최초 신도시가 된다.

당시 강남은 정부의 경제개발계획 아래 도로가 깔리고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등 ‘천지개벽’이 이뤄진다. 또한 서울시도 ‘도시개발촉진에 따른 서울특별시세의 과세면제에 관한 특별조례’를 제정해 강남 지역의 각종 취득세를 면제하고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듬뿍 주었다.

그래도 강북 인구의 강남 유입이 원활하지 않자, 강북 명문고를 강남으로 옮겨 인구 이동을 촉진해 오늘날 강남 도시의 탄생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처럼 강남은 다른 지역 자원이 투입되고 대대적인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강남 개발이 이뤄지는 동안 상대적으로 강북은 개발 영역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강북에 있던 각종 공기관과 기업이 강남으로 이전까지 했다. 그 결과 50년 동안 강남·북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였다.

교통 분야는 강남·북 불균형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424개 동 가운데 170곳(40%)이 걸어서 10분 안에 도시철도역 접근이 어렵다. 이런 동들이 집중된 지역이 서북권이다. 반면 전철역이 3개 이상 있는 동은 103곳(24%)이다. 여기에 서초구 12곳(전체 18개 동의 67%), 강남구 14곳(전체 22개 동의 64%)이 포함된다.

최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서는 공공기여금 사용 범위 광역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강남 지역의 대규모 개발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을 서울 전역 어디서나 쓸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1970년대 서울의 모든 자원을 지원해 만들었던 신도시 강남. 이제 세월이 흘러 강남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공공기여금을 투입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 지역 인프라에 투자하는 일은 ‘강남·북 균형발전’이란 면에서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닐까 싶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북부 지역 최대 교통 현안인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의 건설 비용을 자치구가 서울시에 납부하는 공공기여금으로 일부 책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강남과 분당을 연결하는 노선인 신분당선은 현재 강남~용산 구간이 일부 착공돼 진행되고 있는데, 은평구 독바위역과 은평뉴타운역을 거쳐 삼송역까지 연결되는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못했다.

1970년대 영동대교와 한남대교 등 강남·북을 잇는 다리가 건설되고 경부고속도로의 종착역이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이 되면서 서울시 교통의 중심으로 떠오른 강남. 교통 인프라가 강남 발전을 견인했듯이 이제 서북부 지역의 열악한 교통난을 해소하는 신분당선 연장 사업은 기울어진 강남·북의 교통 발전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서북부 주민들은 은평뉴타운과 경기도 고양시, 앞으로 3기 창릉 신도시 등 신도시 공동주택 가구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광역 교통대책이 전무하다 보니 교통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서울 서북부와 강남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어 빠르게 연결하는 교통편은 꼭 확보해야 할 지역의 숙원 사업이다.

서울 자치구 공공기여금을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에 사용하는 것은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가성비 높은 투자이다. 현재 서초구 등 강남 지역 자치구에서는 공공기여금이 강남 개발 때 발생하는 교통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북부 지역에서 강남으로의 출퇴근 인구가 늘어나고 그들의 편익이 확대된다면 강남 지역 자치구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본다.

50년 전 농촌이었던 강남은 땅(국토의 0.04%)값이 부산 전체를 합친 땅값보다 더 비싼 곳으로 변했다. 서울이 키워낸 강남이 이제 화답할 때다. 강남 벨트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사용처를 전체 서울을 위해 통 크게 환원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1970년대와 2000년대 반포 지역 모습.(왼쪽부터)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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