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도의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성공 모델 만들 것”

구민이 주인이 되는 행정 펼치는 박겸수 강북구청장

등록 : 2020-10-15 16:28 수정 : 2020-10-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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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면적 60%가 숲, 40% 주거 공간

고도제한, 유휴공간 없어 개발 취약

서울시·국토부 도시재생 사업 연계

2022년까지 추진해 발전 기반 마련


역사문화 특화 세부사업 착착 진행

우이 가족캠핑장 1단계 내년에 개장

산악전시관, 인공암벽장도 문 열어


도시농업 체험장 2년 내 조성 목표


꽁초 수거 보상제 등 환경오염 대응

46년 된 구청사 청사진 마련에 최선

7일 인터뷰에 앞서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청사 2층 옥외공간에서 청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뒤편에 ‘구민이 주인 되는 행정으로 강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겠습니다’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박 구청장은 “초심을 유지하며 그간 추진해온 정책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힘을 쏟고, 46년 된 청사를 바꿀 청사진을 임기안에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구민이 주인 되는 행정으로 강북의 미래를 연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10년 전 첫 임기를 시작하면서 내건 구정 비전이다. 이 비전은 구청 청사 외벽에 대형 펼침막으로 지금도 걸려 있다. 초심을 유지하며 세 번째 구청장 임기 후반기를 맞은 박 구청장의 면모를 보는 듯하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차근차근 추진해온 정책의 열매를 맺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서울&>은 7일 오전 박 구청장을 강북구청 집무실에서 만나 그간의 정책 추진 성과와 앞으로의 역점 사업에 대해 들었다.


“주민 참여가 행정의 핵심이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10년간의 구청장 임기에서 절절히 깨달은 거라며 힘줘 말했다. 특히 도시재생 사업에서 주민 주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느끼고 있다. “강북형 도시재생의 핵심은 주민이 계획하고 추진하며 구는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강북구는 지리적 여건 탓에 개발에 취약하다. 면적의 60%가 북한산, 북서울 꿈의 숲, 오동근린공원 등과 같은 숲이다. 나머지 40%도 대부분 주거 공간으로 공공이 활용할 유휴공간이 한 평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한산 경관 보호를 위해 삼양로에서 우이동까지는 높이 20m 이내의 최고고도지구 제한을 받는다. 면적의 30%가량이다 보니 주민 불편과 불만이 적지 않다. 강북구가 도시개발 정책으로 도시재생에 무게를 두고 추진한 이유이다.

강북구는 삼양동 주거환경 관리사업부터 시작해 수유1동, 인수동, 우이동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지원 사업을 연계해 2022년까지 예산을 확보해 추진한다. 사업은 크게 네 분야에서 진행된다. 4·19사거리와 우이동 유원지 일대 근린재생사업, 삼양동·인수동 등에서의 주거환경 관리사업, 장미원 골목시장과 수유1동·인수동 골목길의 희망지 사업과 골목길 재생사업, 수요자 맞춤형 주택공급 사업 등이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불가능했던 공간 마련이 이뤄지기도 했다. 구청이 지역에 둔 창고나 보관소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유1동에서는 구청의 자재 창고를 옮겨 내년엔 생태공원이 생긴다. 박 구청장은 “마른 수건 짜듯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보니 해결 방안이 보였다”며 “잠만 자는 곳에서 생활하는 동네로 탈바꿈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동네 특색에 맞는 도시재생 사업은 사는 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 박 구청장은 “도시재생은 동네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계획하고 추진하며, 구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강북구 동네 곳곳에서 변화가 차례차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유1동, 인수동 등에선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위한 온라인 주민 공청회가 최근 잇따라 열렸다.

주민 주도 도시재생 과정은 주민자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수유1동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는 지난 9월 ‘2020 서울공동체상 활동부문’ 상을 받았다. 보다 좋은 지역을 만드는 데 기여한 마을 모임에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해마다 주는 상이다. 동네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웃들과 함께 천천히, 꾸준히 만들어가는 데 노력하고 있음을 인정받은 셈이다.

강북구는 역사문화 관광자원이 많다. 박 구청장은 구의 미래를 위해 첫 취임 때부터 역사문화 특화 사업을 추진했다. 구는 북한산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역사문화관광도시 꼴을 만들어오고 있다. 박 구청장은 “살아 있는 역사 교육 장소이자 도심지의 체류형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려 한다”고 했다.

내년 봄에는 우이동에 가족캠핑장을 1단계로 개장한다. 캠핑 사이트(31면), 숲 체험관,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잔디마당 등을 조성한다.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구의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관광 코스인 너랑나랑우리랑 산책로 중간에 있는 소나무쉼터 주변에는 진달래 도시농업체험장이 들어선다. 2022년 조성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내년 봄 건립될 국제 규격의 인공암벽장은 우이동 만남의 광장 인근 유휴부지에 들어선다.

북한산 인수봉으로 가는 주요 등산 코스와 연결되는 우이동 유원지사업(옛 파인트리)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구는 사업장 터 일부 기부채납된 장소를 활용해 산악체험전시관을 만든다. 현재 운영과 콘텐츠 개발을 위해 엄홍길휴먼재단과 논의하고 있다.

시민 접근성과 편의성을 개선하는 과제도 풀어가고 있다. 2017년 우이신설 경전철 개통은 접근성 문제 해결의 첫 실마리가 되었다. 경전철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심각했던 일대의 주차 문제가 다소 해소되었다. 구는 노후주택을 매입해 소규모 주차장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 계획도 착착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차원의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한 사업 추진으로 서울시인재개발원이 수유동으로 이전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시평생교육원이 미아동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로 옮겨온다. 박 구청장은 “지역균형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지역 활성화를 가속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서울시의 더 적극적인 강북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막대한 재원을 쏟아 강남지역 개발이 이뤄졌듯이 이제는 격차 해소를 위해 강북지역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8년 정부가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방자치는 주민 삶이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자치 입법권·행정권·재정권·조직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박 구청장은 코로나19 위기가 한편으로는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고 본다. 그는 “지역에서 방역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며 “지방자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21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던진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박 구청장은 생각한다. 해양오염의 주범인 미세플라스틱의 80%가 담배꽁초에서 나온다. 지난해 구는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를 내놓았다. 꽁초를 수거해 온 강북구민은 1g(꽁초 두세 개 분량)당 10원을 보상(1인당 최대 월 지급액 3만원)받는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었다. 코로나19로 시행을 연기한 상황이다.

그는 이 제도로 담배꽁초 구청장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환경과 주민 건강을 지키는 작은 노력이라며 “강북구를 넘어 전국에서 담배꽁초를 모아 분리 배출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2018년 전국 지자체장 가운데 처음 수소차를 관용차로 썼다. 현재 장차관과 시·도지사들이 친환경차를 관용차로 사용하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한 셈이다.

박 구청장은 34년째 강북구에서 살며 정치인생을 걸어왔다. 1994년부터 서울시의원을 두 차례 지냈다. 2010년 민선 5기 강북구청장으로 주민의 선택을 받았다. 민선 6기, 7기 구청장직을 잇달아 맡았다.

선수 제한(3회 연임 금지) 규정으로 이번 임기가 마지막인 그가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새 청사의 청사진 마련이다. 강북구청 청사는 1974년 세워졌다. 1995년 3월 도봉구에서 강북구로 분구하면서 도봉구청 청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노후화가 심해 해마다 보수 수리비가 1억~2억원가량 든다. 좁은 공간 때문에 건설안전교통국(미아동)과 보건소(번동)는 외부에 흩어져 있다. 주민들도 불편하고 행정 효율성도 떨어진다.

현재 새 청사 마련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놓았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주민들과 협의하고 주민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주민들에게 살아 있는 공간으로 평가받는,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신청사를 꼭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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