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화원 서울 개설’ 위한 시민 이니셔티브 필요”

서울-모스크바 교류 30년 기획연재 ⑤ 마무리 좌담

등록 : 2020-10-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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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안전하고 편리한 개방적 도시

모스크바는 개방적 교육 등이 인상적

교류 통해 상호 장점 서로 배울 필요


모스크바의 한국문화원 2006년 개설

서울에는 아직도 러시아문화원 없어


2021년 서울-모스크바 자매결연 30년


시민 교류 확대 통해 개설 촉매 되길

서울-모스크바 교류 30년 기획연재의 마무리로 파벨 레샤코프 주한 러시아대사관 참사와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인 예카테리나 포포바 성균관대 러시아문화과 교수의 좌담을 싣는다. 2019년 한국에 온 레샤코프 참사는 모스크바대학 동양학부에서 한국 경제 등을 가르치다가 2013~2018년 주평양 러시아대사관에서 경제참사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포포바 교수는 1990년 헝가리 유학 당시 만난 한국 유학생과 결혼해 ‘제1호 한-러 결혼 커플’이 되었다. 1991년 남편을 따라 서울에 정착하면서 ‘서울시민’이 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울과 모스크바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상호 교류 확대를 통해 이런 장단점을 서로 배울 때 두 나라 모두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은 김창진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했다.

편집자


의 ‘서울-모스크바 교류 30년 기획연재’ 마무리 좌담에 참석한 파벨 레샤코프 주한 러시아대사관 경제참사(왼쪽부터), 예카테리나 포포바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사회를 맡은 김창진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가 9월28일 좌담 시작에 앞서 서울시 청사 앞에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은 ‘서울 칭찬’으로 좌담을 시작했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너무 편리하게 돼 있어서 못 가는 지역이 없어요. 어디 가든 편리하게 갈 수 있으니까 지금 강북에서 살지만 강남도 편하게 자주 가고 있어요.” 포포바 교수가 편리한 서울 대중교통을 강조한 뒤 문화의 매력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갔다. “다양한 문화 행사가 많아서 공연을 자주 보고 있어요. 더욱이 좋은 문화 작품을 그냥 거리에서 무료로 즐길 기회가 많아서 마음에 들어요. 일반 시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요.”

예카테리나 포포바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레샤코프 참사는 서울의 장점으로 잘 갖춰진 편의시설과 안전을 꼽았다. “서울 생활을 해보면서 우선 느끼는 게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교통도 편리하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가게와 카페 그리고 풍부한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치안이 잘 확보돼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8살짜리 아이들도 학교에 혼자 갔다 올 수 있을 정도입니다. 러시아에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꼭 데리고 가는데 말입니다.” 레샤코프 참사는 또 “러시아라고 하는 끝없는 평원이 있는 곳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산과 바다가 있고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자연에 경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국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고 한다. 포포바 교수는 “아이들한테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모든 학생이 코피가 날 정도로 공부하니까 심리적으로 아이들이 너무 힘든 것 같다”고 했다.

레샤코프 참사는 “이에 반해 모스크바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클럽이 수없이 많다”며 “문학 클럽, 연극 클럽, 역사공부모임 등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해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한국에 온 러시아 유학생들은 ‘러시아에 비해 한국 학생들 정신 연령이 낮다’고 평가한다고 한다. 대학에서 이들을 만난 포포바 교수의 전언이다. 포포바 교수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다”고 했다. 어쩌면 입시 중심 교육과 개방적 교육의 차이는 아닐까? 이런 러시아의 개방적 교육이 과학 강국 러시아를 만드는 힘일 수도 있다.

이런 각자의 강점은 교류 확대를 통해 상호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레샤코프 참사는 “한국과 러시아 사람들은, 소수 예외가 있지만, 대부분 서로 무관심하다”며 그 이유와 관련해 “무엇보다 두 나라 대중매체의 보도가 양적으로 너무 적고 부정적인 탓이 크다”고 했다. 레샤코프 참사는 특히 한국 언론의 러시아 기사가 “대부분 서구 언론의 부정적 기사를 반복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두 나라의 경제 교류는 수교 30년 역사에 걸맞지 않게 초라하다.

“한국이 러시아에 투자한 규모는 2019년 말 기준으로 263만달러인데, 이는 전체 한국인 해외투자의 0.5%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의 80%가 에너지와 관련돼, 한-러시아 통상관계는 국제 에너지 가격 등락에 의해 규모가 크게 좌우됩니다.”

파벨 레샤코프 주한 러시아대사관 참사

레샤코프 참사의 말이다. 그는 이어 “러시아에서는 한국과 하이테크·서비스 부문에서 조금 더 진전된 교류 협력관계를 맺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고 했다.

두 나라의 30년 된 상호 무관심을 깨우는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람들이 오가는 교류를 활발히 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조건은 상당히 갖추어져 있다.

“많은 한국 사람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가깝게 느끼고 있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한번 타보고 싶다는 마음 또한 대단합니다.”(포포바 교수)

“러시아에서 한국어 인기가 높습니다. 모스크바대 동양학부의 경우 한국어 전공 희망자가 평소 8명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20명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인기가 정점에 달하고 있습니다.”(레샤코프 참사)

두 사람은 서울-모스크바 자매결연 30돌인 2021년이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포포바 교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서울의 경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의 관광 안내 시설은 잘돼 있는데 러시아어는 없다”며 “러시아 사람들은 영어를 못해서 서울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러시아어 홍보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러시아 사람이 많이 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레샤코프 참사는 “2021년에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문화·예술을 1년간 폭넓게 선보이는 ‘러시아 시즌’이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라며, 이를 서울시에서도 주요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러시아 시즌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발레·오케스트라 등 400여 건의 문화공연을 1년간 지속적으로 여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일본(2017년), 이탈리아(2018년), 독일(2019년), 프랑스(2020년)에서 진행했다.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

포포바 교수와 레샤코프 참사는 두 나라의 교류 활성화가 내년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에 러시아문화원이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인 김창진 교수는 “모스크바에는 이미 2006년에 한국문화원이 개설돼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데 서울에는 지금까지 러시아문화원이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며 “심지어 푸틴 대통령이 문화원 개설을 약속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진척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교수는 한-러 문화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2004~2005년 개인적으로 홍대 앞에서 ‘러시아 문화의 집’이라는 민간 문화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레샤코프 참사도 “러시아에서는 이미 2018년 한국에 러시아문화원을 세우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미루어지다가 코로나 사태로 현재 추진이 안 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미적거림을 돌파할 시민들의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모스크바 자매결연 30돌인 2021년이 두 도시뿐만 아니라 한-러 관계 발전에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끝>

정리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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