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권 최고 중심지’라는 꿈 실천하는 ‘미스터 동대문’

성장에서 교육·복지·문화로 정책 넓혀가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등록 : 2020-09-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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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원사업 ‘청량리역 주변 개발’ 박차

배봉산 둘레길·숲속도서관 만들어

협상력 발휘, 서울대표도서관 유치

구청 1층 새단장해 서가·쉼터 조성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게 틈새 지원

지역 공동체 ‘보듬누리’ 안착 위해 노력

동대문구문화회관 새단장 내년 마치고


자치구 최고 수준 교육경비 지원 지속


“미래 위해 지방분권 시급해…개헌돼야

남은 임기 최선 다해 유종의 미 거둘 터”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17일 오전 인터뷰에 앞서 구청 1층 ‘동대문책마당도서관’을 소개하고 있다. 민선 7기 후반기에 그는 청량리역 주변 개발을 본격 추진하는 등의 성장 정책과 함께 교육·복지·문화 영역에 더 힘을 쏟으려 한다.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책임진다.’ 4번째 구청장 임기를 보내고 있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의 신념이다. 마지막 임기의 반환점을 돈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25년여 추진해온 청량리역 주변 개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교육·복지·문화 영역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은 17일 오전 구청 1층 ‘동대문책마당도서관’에서 유 구청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역점 사업에 대해 들었다.


청량리 일대 재개발은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의 대표 사업이다. 25년 전인 1995년 서울시 시의원 때 논의를 시작해, 민선 2기 그리고 5~7기 네 번의 구청장을 하면서 마침내 사업이 본격화했다. 그는 “지역의 숙원사업을 임기 내 해결해가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유 구청장은 “청량리4구역(속칭 ‘청량리 588’ 일대)의 세입자들이 나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제2의 용산참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지난해 여름 고가사다리차를 타고 세입자들의 옥상 농성 현장에 올라가 직접 중재하기도 했다. “최선을 다해 도울 테니 나를 믿어달라”고 설득해 3시간 만에 같이 내려왔던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가 청량리역 주변 개발을 굳은 의지로 추진해온 데는 지역 전체 파급효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량리역 주변 개발과 13개 노선으로 철도 교통망이 확충되면 동대문구가 동북권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라며 “이는 청량리를 포함해 일대와 동대문구 전체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보상 문제에 대해 사업 주체에 조정을 권고하고, 어떻게든 풀려 하는데 아직 해결되지 못해 답답함이 남아 있다”고 털어놓았다.

성장 정책과 더불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 인프라 개선도 차근차근 해왔다. 배봉산 둘레길(5개 구간) 조성 계획은 민선 5기인 2011년 시작했다. 2012년 서울시 예산을 확보하고 다음 해부터 해마다 한 구간씩 공사했다. 서울시 예산을 못 받은 해는 특별교부금을 활용해 이어왔다.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들었지만, 기존 수목을 최대한 살리며 공사했다. “전국의 둘레길을 두루 다닌 한 주민이 배봉산 둘레길이 그중에서 최고라고 말해 뿌듯했다”고 했다.

공사를 시작한 지 6년 만인 2018년, 정상부에 공원(옛 군부대 터)을 만들었다. 22억원을 들여 만든 공원은 사방이 탁 트여 해맞이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숲속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인기가 높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평균 1천 명이 다녀갈 정도였다.

전농재정비촉진지구에 학교·문화 부지 문제를 매듭짓는 것은 그의 민선 7기 공약이다. 10년 전부터 주민들은 학교 유치와 종합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요구해왔다. 교육청은 학생 수요 문제로 학교를 새로 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5천여 평의 넓은 터가 10년간 그대로 방치됐다.

유 구청장은 특유의 협상력으로 지난해 12월 서울대표도서관 사업을 유치했다. 서울대표도서관은 권역별 시립도서관과 자치구 공공도서관을 통합 지원한다. 현재 서울도서관 면적의 약 3배에 이르는 연면적 3만5천㎡의 세계적 규모다. 2025년 개관을 목표로 하며 총사업비 2252억원이 든다. 서울대표도서관에는 문화시설도 일부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추가적인 문화시설 확충은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이뤄내려 한다”고 했다.

구청 1층에 공공도서관(동대문책마당도서관)과 주민 쉼터를 지난 6월 열었다. 20년 된 건물을 새로 단장해 기존 민원실과 창고를 재배치했다. 도서관 303㎡, 쉼터 350㎡에 장서 1만여 권을 갖췄다. 예산은 16억원이 들었다. 도서관 뒤쪽에는 공유문화를 실천할 수 있는 나눔 서가도 꾸몄다. 주민들은 기증한 책 수만큼 읽고 싶은 책을 가져갈 수 있다. 현재 서가엔 1600여 권이 꽂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때만 해도 책을 읽고 차 한잔 즐기는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곳이다. “내년엔 구청 앞마당도 정원으로 꾸며 주민들 쉼터로 만들려 한다”고 했다.

동대문구에는 전통시장 20여 곳이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많다. 유 구청장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과 더불어 구비로 긴급대출에 중점을 두고 추경을 편성해왔다.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려운 이들을 중심으로 대출과 이자를 1년간 우선 지원하고 있다. 3차례 걸쳐 9월 중순 현재 긴급대출 지원 실적은 102억7800만원에 이른다.

동대문구형 복지공동체 ‘보듬누리’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안 마련에도 중점을 둔다. 10년 차를 앞둔 보듬누리는 복지망을 촘촘하게 만들어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는 사업이다. 처음엔 구청 직원들이 일대일 결연해 1377가구를 대상으로 추진했다. 직원들은 결연자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가정을 방문해 어려움을 살폈다. 재능기부 방식으로 주민들도 참여하면서 결연 가구 수가 3배가량 늘었다.

주민 1500여 명이 참여해 재능기부, 자원봉사, 후원금 출연 등으로 소외계층을 돕는 희망복지위원회도 만들었다. 동대문구에 선풍기 없는 집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이들의 역할이 컸다. “오래 하다 보니 참여 주민들의 피로가 쌓이는 것 같다”며 “힐링 프로그램 등으로 동기 부여를 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 한다”고 했다.

동대문구문화회관이 있는 촬영소 고개는 1960년대 한국 영화 촬영 중심지였다. 구는 동대문구문화회관을 영화 전시·체험관으로 새단장하고, 주변을 ‘영화의 거리’로 조성한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지원하는 서울시 공모사업에 참여해 올해 1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 예산을 활용해 아동·청소년 예술교육센터가 지역에 들어서게 한다. 내년에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는 아동·청소년 예술교육센터를 두고 3층에는 마을방송센터를 조성해 여러 연령대 주민이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 분야 투자도 이어간다.

교육은 지역 발전의 핵심 조건이며 효과가 나오는 데 10~20년 걸린다.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구는 올해 교육경비보조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학력 신장 프로그램, 대학 진학과 취업률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 구청장은 “자치구 가운데 재정자립도는 16위인데 올해 교육경비 지원 예산은 3위다”라며 “아이들 교육하기 좋은 동대문구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답십리동에서 34년째 사는 유 구청장은 ‘미스터 동대문’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풀뿌리 정치인이다. 재야 민주화 운동을 거쳐 30대 초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해서 30여 년 동안 동대문에서 7번의 선거에 나왔다. 그 가운데 5번 당선돼 20년간 지방자치 목민관으로 지내고 있다.

그는 “지방자치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고 한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지역의 자치단체장인데 예산과 권한은 중앙에 쏠려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지방분권이 시급하며 21대 국회에서는 분권 개헌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청장을 네 번이나 했지만, 여전히 힘든 자리라고 그는 말한다. 인터뷰 뒤 21일 오전 청량리청과물시장에 화재가 발생해 유 구청장은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 자리에서 유 구청장은 “상인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복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21개월 남은 임기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 한다. 유 구청장은 “동대문구의 변화를 끌어낸, 동대문구의 새로운 꿈을 열어준, 그리고 최선을 다한 구청장으로 주민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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