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정릉시장 식당·카페·세탁소의 환경 사랑…“아이스팩 모아요”

등록 : 2020-09-17 15:50

크게 작게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온라인 장보기가 크게 늘었다. 신선식품에 따라온 아이스팩도 집 안에 쌓여간다. 아파트 단지에 전용 수거함이 없으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데 개수가 많으면 망설여진다.

강동구 등 일부 자치구들은 지역 기업, 시민단체 등과 협업해 동 주민센터에서 아이스팩을 모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감염병, 이상 장마와 폭우 등 기후변화 위협을 느끼며 환경 보호 실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공간에서 손쉽게 아이스팩을 재활용할 수 있는 활동도 생겨나고 있다. 아이스팩을 재활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북구 정릉시장의 카페(슬로카페 달팽이), 식당(청년식당 문간), 세탁소(우리동네세탁소) 등 세 곳이 마을 장터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마을인시장)과 손잡고 이달부터 아이스팩 재활용에 나섰다. 이들은 동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정릉천을 깨끗하게 가꾸기 위한 활동을 몇 년 동안 함께 해왔다. 지난달 모임에서 아이스팩을 모아 필요로 하는 정릉시장 상인들에게 나눠주기로 뜻을 모았다.

가게마다 아이스팩을 모을 바구니를 놓아뒀다. 바구니는 마을장터 때 쓰는 걸 활용했다. 각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구니 사진을 올렸다. 열흘 만에 100여 개씩 모았다. 주로 가게를 찾는 동네 주민들이 오가며 서너 개씩 바구니에 넣고 갔다. SNS에서 보고 택배로 10여 개를 보내기도 했다. 문간은 거래처인 동네 정육점에 전달했다.(사진) 달팽이 카페에서 모은 아이스팩은 협동조합 마을인시장에서 가져가 정릉시장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정육점 등 상인들은 “개당 400원씩 돈을 내고 샀는데 동네 주민들이 모아 무료로 줘 도움이 된다”며 좋아했다.

성북구청 직원들도 아이스팩 모으기에 함께했다. 홍보과 직원들이 중심이 돼 100여 개를 모아 16일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으로 타격받은 장위시장을 찾았다. 구청 직원들은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상인들에게 아이스팩을 전달했다. 동네 가게들의 아이스팩 모으기 활동은 계속 이어진다. 성북구청은 시장 상인회 등이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아이스팩을 받아 가는 방식 등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 진행할 계획이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청년식당 문간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