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매일 걷고 싱겁게 먹으니 혈압·당 ‘뚝’”

광진구, 주민 아이디어 모아 만성질환자 위한 비대면 건강교실 운영

등록 : 2020-09-10 16:29 수정 : 2020-09-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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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취약계층 위한 코로나 선제 대응

8주간 걷기 기록, 교육자료 퀴즈 풀면

주마다 채소·과일 5종 꾸러미 선물

‘코로나 블루’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

8월27일 오후 광진구 자양보건지소 입구에서 주민 황영심씨가 수료증과 건강꾸러미를 받고 있다. 황씨는 만성 질환자를 위한 비대면 건강 교실에 참여해 8주 동안 걷기 기록하기, 교육자료 보고 퀴즈 풀기, 염도계 사용해 식단 조절하기 등을 한 뒤 혈압과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몸도 날씬해졌는데 선물까지 받으니, 너무 신나요.”

8월27일 오후 광진구 자양보건지소 입구에서 황영심(73)씨는 수료증과 건강꾸러미를 받으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그는 지난 8주 동안 보건소가 마련한 만성질환자 비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남편과 새벽 4시께 일어나 뚝섬한강공원을 찾아 10바퀴정도 돌았다. 틈만 나면 동네를 걸었다. 하루 평균 1만6천 보를 걷다 보니 어느새 혈당, 혈압이 쑥 내렸다. 허리 협착증으로 다리가 저리던 것도 야외 운동기구를 꾸준히 이용하면서 덩달아 나아졌다. 황씨는 “프로그램을 너무 잘 만들어줬다”며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어 힘들었던 몸이 걷기로 건강해지니까, 기분도 좋아지고 감염 걱정도 덜 한다”고 했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위험이 크다. 실제 코로나19 사망자의 97%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구 보건소들은 만성질환자를 포함한 건강 취약계층을 위한 코로나 선제 대응 비대면 프로그램 운영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황씨가 참여한 광진구 자양보건지소의 만성질환자를 위한 비대면 건강 교실도 그 가운데 하나다. 프로그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민 아이디어를 모아 진행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자양보건지소는 지난 4월 서면회의 방식으로 주민건강위원회를 열었다. 만성질환자 비율이 광진구에서 가장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효과적인 비대면 건강관리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은혜 자양보건지소 주무관은 “‘마을 안길 나 혼자 걷기’로 걸음 수를 기록하게 하고, 운동과 식단 조절을 돕는 교육자료를 만들어 보내주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주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교육자료를 보고 간단한 오엑스 퀴즈를 풀면 선물을 주기로 했다. 선물은 초등학교 꾸러미를 응용해 동네 시장에서 산 채소와 과일 5종류를 주는 거로 의견을 모았다. 홈 스트레칭과 올바른 걷기 방법을 알려주는 포스터도 만들어 나눠주기로 했다.

5월부터 단계별로 만보기를 나눠줬다. 7월에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염도계 대여도 곁들였다. 주 1회 건강상담 전화, 주 2회 건강생활 실천 정보 문자 서비스도 덧붙였다. 1기는 38명이 참여했다. 3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이 주무관은 “대부분의 고령자가 열심히 참여해 눈에 띄는 건강 개선효과를 봤다”고 했다.

참여자들은 주마다 각자 시간을 정해 겹치지 않게 보건지소를 찾았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키며 진행했다. 걷기 일지와 오엑스 퀴즈 답지를 내고 건강꾸러미를 받아갔다. 친환경 종이봉투엔 포장일과 섭취 기간, 구입처가 적혀 있다. 이 주무관은 “채소, 과일이 맛있으면 구입처를 찾아가서 사는 참여자들도 있어 자연스레 골목 시장 홍보로도 이어졌다”고 했다.

친구 소개로 1기에 참여한 최정순(77)씨도 매일 새벽 5시20분에 건국대나 어린이 공원을 찾아 거의 2시간씩 걸었다. “혈당과 혈압 수치가 좋아졌고, 특히 보건지소가 빌려준 염도계로 음식을 훨씬 싱겁게 먹게 됐다”고 한다. 최씨는 “이제는 걷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 지루하다”고 했다. 황씨와 최씨 모두 “걷는 습관이 길러져 앞으로도 만보기 차고 ‘쭉’ 걸을 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2기는 52명이 참여해 진행되고 있다. 이 주무관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보건지소 업무 부담이 적잖아 다음 기수 모집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주민들이 계속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했다. 70여 명이 지원해 코로나 감염 위험도가 높은 질환자를 우선으로 뽑았다. 11월까지 두 달 간격으로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광진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 등 ‘코로나 블루’를 겪는 주민들을 위한 비대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몸건강 맘건강 힐링교실’에는 주민 30명이 8~9월 두 달 동안 참여한다. 참여자들은 구청 누리집에 있는 마음건강 설문지 검사에서 점수가 높게 나온 주민이다.

이들은 원예치료와 건강체조 실천을 위한 힐링 교실 꾸러미를 배달받았다. 광진 시니어클럽 ‘아차산 택배’가 배달을 맡아 어르신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의미도 덧붙였다. 꾸러미 상자에는 쌈 채소를 키울 수 있는 미니 화분과 배양토, 씨앗 2종(상추, 적겨자),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밴드가 담겨 있었다. 참여자들은 비대면으로 주 1회 진행 상황을 알리고, 전문가와 마음건강상담을 한다. 방문상담은 원하는 경우 직접 찾아가 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장애인을 위한 ‘집콕 재활운동’, 건강 요리 나눔(배달)사업 등의 비대면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모든 행정이 코로나에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 건강 사각지대 주민들을 챙기기 위해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구민들의 적극적인 아이디어 제안을 기대했다.

황영심씨와 최정순씨가 마을 안 걷기를 하는 모습.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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