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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뽑은 마을 사업 1순위는 문화

14개 동 마을 의제 총 291개… 복지, 환경, 교육이 뒤이어

등록 : 2016-07-07 14:46 수정 : 2016-07-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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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를 마을 문제로 만들어 함께 답을 찾는다.’

주민들이 주체가 돼 마을의 문제를 찾고 스스로 개선에 나서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시가 7월부터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의 하나로 시작하는 ‘마을계획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사업의 확대에 앞서 지난해부터 시범 사업을 해 왔다. 금천구(시흥5동, 독산1동, 독산4동), 도봉구(방학1동, 방학3동, 창2동), 성동구(마장동, 금호1가동, 행동1동, 성수1가2동), 성북구(종암동, 동선동, 길음1동, 월곡2동)의 14개 동이 시범 사업 마을로 선정됐다.

 

마을의 환경에 맞는 안전 문제 제기 눈길

시범 사업에 선정된 동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을계획단을 꾸리고 마을사업 전문가, 주민센터 공무원 등과 힘을 합쳐 마을계획 만들기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가 마을총회다. 마을계획단이 발굴한 의제들의 우선순위를 주민들이 결정하는 자리다. 지난달 28일 성북구 동선동을 끝으로 14개 동의 마을총회가 모두 끝났다.

 

마을계획단이 그동안 발굴한 의제는 모두 291개로 집계됐다. 이 의제들을 문화, 복지, 환경, 안전, 교육, 기타 등 6개 분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문화가 75건(25.7%)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복지가 74건(25.4%)이었으며 환경 73건(25.1%), 안전 50건(17.2%), 교육 13건(4.5%), 기타 6건(2.1%)순이었다.


문화 의제가 많은 것은 ‘더불어 살기’에 대한 바람이 무엇보다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민들은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 마련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즐기는 성수동 마을축제’(성수1가2동)나 ‘주민이 모여 마을을 비추는 바람개비 마을 조성’(종암동) 등이 좋은 사례다.

어르신 쉼터, 아이 보육 등 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동선동 자원봉사단’(동선동), ‘독산1동 마을봉사단’(독산1동)처럼 주민이 직접 복지 사각지대에서 이웃을 돕는 봉사단 추진 계획이 여러 곳에서 주요 의제로 선정됐다. 환경 분야에서는 벽화로 담벼락 개선하기, 깨끗한 거리 만들기가 공통된 의제였다. 환경 개선으로 걷고 싶은 거리,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 이웃 간 갈등을 줄이자는 뜻이다.

의제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안전 분야였다. 우리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의 눈높이로 풀어내려는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오르막길이 많은 시흥5동은 겨울철 염화칼슘 보관함을 주택가에 확대 설치해 낙상사고를 예방하자는 제안을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독산1동은 보행자가 다니기에 위험 요소가 많았던 네거리 정비가 주요 실행 의제로 뽑혔다. 마을계획단은 이 밖에도 시야가 막힌 길에 반사경 설치하기, 동네 안전지도 만들기 등 주민 일상과 밀접한 안전 문제를 짚어 냈다.

그렇지만 안전 분야는 문화, 복지에 견줘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이에 대해 시흥5동 양미정 마을사업 전문가는 “주민 스스로 쉽고 빠르게 바꿀 수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선택했기 때문인 것 같다. 폐회로티브이(CCTV) 설치나 도로 정비 등은 주민이 나서지 않아도 정부나 지자체가 해결하고 있는 문제라 의제로 많이 뽑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봉구, 성동구는 지난달 마을총회를 열어 의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주민투표를 했다. 성북구는 현장 투표를 마치고 온라인 투표도 했으며, 금천구는 주민투표 대신 의제를 소개하는 자리로 마을총회를 대신했다.

올해 방학 3동 주민들은 발바닥 공원의 인공 연못에서 녹조화와 악취를 마을 의제로 뽑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두 주민이 인공연못을 점검하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마을계획 사업의 핵심은 ‘우리’

마을총회를 진행한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많은 주민이 참여해 축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총회에서는 의제 소개와 투표 외에도 주민들이 직접 꾸민 연주회, 공연, 발표회 등이 마련돼 오가는 주민들도 자연스레 참여하는 자리가 됐다. 방학3동은 총회 참석 인원을 전체 주민의 1%로 예상했으나, 3%가 넘는 1144명이 참여해 대성황을 이뤘다.

14개 동은 마을총회에서 정해진 우선순위를 반영해 7월부터 세부 의제 해결을 위한 예산 마련 과정에 들어간다. 서울시가 각 마을에 지원하는 750만 원을 바탕으로 삼고, 부족한 예산은 주민참여예산사업에 공모하거나 구 사업비 확보 등으로 풀어 갈 예정이다. 예산이 확보되면 내년 1월부터 실행에 들어간다. 캠페인처럼 비용이 들지 않거나 비용 부담이 적은 의제는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실행한다.

서울연구원의 부연구위원인 안현찬 박사(도시계획학)는 마을계획 사업의 핵심이 ‘우리’에 있다고 설명한다. “자원봉사가 남을 돕는 활동이라면, 마을계획은 ‘나’를 돕는 일입니다. ‘나’의 문제를 공유해 해결 방안을 ‘우리’가 함께 모색하니, 혼자서는 찾지 못하던 방안이 마련됐습니다. 마을총회는 개인 문제를 공론화해 생산적 논의를 거쳐 푸는 과정이지요.” 올 하반기에 새롭게 시작하는 14개 자치구 35개 동의 마을총회가 기대되는 이유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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