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2단계 재정분권 추진안’에 거는 기대

기고 ㅣ 금재덕 서울시립대 행정학 교수

등록 : 2020-08-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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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연방제 수준의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재정분권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2에서 7:3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국정과제를 수행하고자 지난 7월, 2단계 재정분권 추진안을 발표했다. 아직 구체적이고 정확한 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기능재배분과 재원조정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한다.

사실 2018년 1단계 재정분권이 추진된 뒤 한동안 공백 상태가 있어 2단계 재정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심하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2단계 안이 발표된 것은 지방재정 실무자와 연구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염려도 된다. 왜냐하면 전국 모든 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재정분권 논의에서 전과 달리 중앙정부가 열린 자세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기능재배분과 재원조정안 포함 예측

특히 전국의 모든 광역·기초자치단체가 국고보조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복지·보건 등과 같이 전국 모든 지자체가 공통으로 수행하는 국고보조사업이 있는가 하면, 대도시의 경우 도시교통과 재생·문화 등에 국고보조사업이 집중돼 있거나 농어촌의 경우 그들 지역에 특화된 국고보조사업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2020년 본예산에 편성된 세부사업을 기준으로 수행하는 국고보조사업이 640여 개, 국비와 시비를 포함해 예산은 12조7천억원이 넘는다. 이어 2020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국비 2조8천억원을 포함해 예산이 5조8천억원 이상 추가 편성됐다.

서울시 예산의 4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서울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다른 지자체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심각하다. 국고보조사업 비중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지자체가 재정적으로 중앙에 의존하고 있고, 중앙정부의 일선 행정기관으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정부, 열린 자세로 지자체 의견 수렴해야

이런 점에서 정부의 기능조정안은 중앙정부 일선 행정기관으로서의 지방정부 역할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행정 서비스는 원칙적으로 가까운 지자체가 제공하고, 광역이나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에 한해 보충적 수준에서 제공해야 한다. 이를 ‘보충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칙에서 보면 대부분의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울러 지방에서 중앙으로 역이양해야 할 국고보조사업도 많다.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해당하는 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것들은 명백히 지방이 아니라 중앙이 수행해야 할 기능이다.


지자체 자율성 보장 쪽으로 기능이양 필요

기능이양은 재원조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방소비세 인상에 의한 재정조정안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지방소비세는 광역시·도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초자치단체는 소외될 수밖에 없고, 소외된 기초자치단체들은 불만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서울시와 인천시·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도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지방소비세가 인상되더라도 인상분의 3분의 1 이상을 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출연해야 하고, 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소속 기초단체들에 조정교부금으로 교부해줘야 한다. 노후화된 지하철과 전동차 교체, 상하수도 인프라 등 타 시·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재정지출 소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3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지자체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보다 과감한 기능이양과 함께 재원조정안을 마련해 2단계 재정분권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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