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돗물, 선제적 관리와 투자 절실한 이유

등록 : 2020-08-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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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어느 때보다 수돗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상수도와 같은 기반시설은 아쉽지만 일반적으로 시민의 눈에서 멀어질수록 일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1t에 565원. 매일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 어디서든 저렴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만날 수 있는, 이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눈에 띄지 않는다.


인천 수돗물 사태, 전문 인력 중요성 드러내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는 7월9일 시작돼 20일 가까이 진행됐다. 환경부 조사 결과, 인천 공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 과정의 운영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통한 스마트 상수도 관리를 논하는 지금, 가장 기본적인 관리운영에서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은 상수도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전문 인력’이 문제다.

“서울시 수돗물에서도 유충 발견이 의심된다”는 7월19일 언론 보도 이후 “우리 집 수돗물에서도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서울시는 2010년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를 시작으로 10년의 고도정수처리시설 운영 경험이 있다. 2016년부터는 모든 정수센터에 식품공장 수준의 위생관리 기준인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22000)을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한때 수돗물에 대해 식품안전경영시스템 도입이 과하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제는 환경부가 서울시를 모범 사례로 인정했고, 전국 정수장에 도입을 장려하고 있기까지 하다.


수도사업소가 ‘기피 실·국’ 소리 듣는 이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합동 정밀 조사를 했고, 수돗물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시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수질 검사는 물론, 필요할 경우 현장에서 정밀 역학 추적 조사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바로 공개했으며, 그에 따른 조치 사항을 안내해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 이런 일이 신속히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상수도 계통의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이 있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는 수도사업소 8곳이 있다. 각 사업소에는 수질 검사를 담당하는 ‘수질팀’ 직원이 보통 6명 정도 되는데 가장 적은 곳은 4명이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민원을 응대하고 있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수돗물 품질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기대감, 강도 높은 민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수질 사고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수도사업소와 정수센터 등은 서울시 직원들이 기피하는 실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지적된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역시 늘 안고 있던 문제였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경험 있는 인력이 점차 사라져가는 문제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50대 이상 직원이 절반…인력 젊어져야

수온 상승을 포함한 환경오염은 날로 심해지는데 시민들의 기대와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 서울시 상수도가, 상수도의 인력이, 그리고 시설물이 늙어가고 있다.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확장을 시작한 상수도 시설물은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 노후화가 이미 시작됐다. 올해 7월 기준,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중 50대 이상 직원 비율은 48%에 가깝다. 서울시 평균으로 보자면 50대 이상 직원 비율이 보통 34%인 것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앞으로의 상수도는 인력 면에서도 시설 면에서도 젊어져야 한다. 시설물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시설물을 늙지 않게 해야 하고, 젊은 인력이 충원되고, 현장을 알고 노하우를 갖춘 상수도 전문 인력이 많아져야 한다.

위기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수돗물 사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신뢰는 유리거울과 같은 것이어서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는 결코 돌아올 수 없다. 선제 관리와 투자가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뚝도아리수정수센터 전경. 1908년 9월1일부터 12만5천 명에게 하루 1만2500t을 급수하며 국내 근대 상수도의 서막을 열었다.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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