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시, 한국형 ‘그랑데바’ 도입…코로나 해결 방안 시민참여 ‘봇물’

시민이 직접 정책 주도하는 서울시민회의, 8월까지 10회 릴레이 토론

등록 : 2020-07-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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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민참여 수준 넘는 새로운 형태

‘시민 역학조사 보조원 양성’ 등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 백출

최종 선정된 내용, 서울시 정책 반영


지난 6월28일 1차 서울시민회의 주제별 회의에 참여한 시민들, 온라인과 오프라인 참여자 간 소통을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세금, 공공지출 절감, 민주주의를 주제로 대국민 토론회 ‘그랑데바’(Le Grand Débat national)를 열었다. 2018년 11월 ‘유류세 18% 인상안’을 두고 `노란 조끼’ 시위가 시작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당시 온·오프라인을 통해 약 3개월간 진행된 이 토론회에 참석한 인원만 약 193만 명, 이 과정에서 편지와 메일로 국민 의견 2만7374건이 접수된 결과, 프랑스 정부는 소득세 감면 등을 발표했다.

프랑스식 토론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국민이 정책에 참여하는 프랑스 대국민 토론회 ‘그랑데바’처럼 서울시에서도 시민이 정책에 참여하는 회의가 진행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서울시민회의’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시민회의는 기존 정책 수준의 시민 참여 프로세스를 넘어 시민이 직접 제안, 숙의, 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다. 구체적으로는 그해 가장 화두가 된 이슈에 대해 성별·연령 제한 없는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된 서울시민회의 위원 3천여 명과 분야별 전문가, 서울시 공무원이 참여한다. 이번 회의는 서울시민회의 1차 주제별 회의를 시작으로 서울시민회의를 통해 오는 8월30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정책 공론장이 이어질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의 집단지성을 모으는 방식도 달라져야 했다. 현장 참여는 행사장 수용인원의 10% 수준인 50명으로 제한됐다. 방역지침을 준수한 최소인원 50명이 오프라인에 모이고, 나머지 시민위원 200여 명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의견을 나눈다. 특히 온라인 토론에서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진행 촉진자)가 소그룹 토론을 이끌며 정책 제안을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위원들은 <티비에스>(TBS) 유튜브 생중계를 보면서 실시간 댓글로 소통할 수 있다.

지난 6월28일 진행된 1차 서울시민회의 주제별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서울'이라는 화두 아래 ‘시민참여형 방역체계 구축 방안' ‘한정된 의료자원 공급분배 우선순위'를 주제로 한 온·오프라인 숙의·공론이 이뤄졌다. 이 회의에서 시민위원은 ‘시민참여형 방역체계 구축’과 관련해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의료진의 피로 누적, 음압병상 부족 등을 우려하는 지점으로 꼽았다. 이밖에도 공공보건의료 자원 부족으로 인한 현 방역체계 지속의 어려움, 사용한 마스크 길거리 무단투기, 코로나19 사태 피로감으로 인한 방역수칙 무시 등 방역 대책에 대한 시민 참여 의식 부족을 걱정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위원은 시민 방역 전문가 양성,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방역 대책 마련, 방역 빈부격차 해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 해소를 위한 심리방역 대책 마련,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질서 정립을 위한 시민 토론 등 다양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시민위원은 시민참여형 방역체계 구축과 관련 현장 최일선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의 피로 누적을 해소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시민 역학조사 보조원 양성'을 제안했다. 감염병 역학조사를 보조하고 현장 의료진을 돕는 역할이다. 현직에서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으로활동 중인 일부 시민위원들은 “시민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닌 방역 전반을 공동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시민참여형 방역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한정된 의료자원 공급분배 우선순위’와 관련해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누구에게 먼저 차례가 돌아가야 할까'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많은 시민이 의료진을 최우선 공급 대상으로 꼽았으나, 임산부나 사회취약계층에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난 11일에는 ‘코로나19가 바꾼 우리의삶'을 주제로 2차 온라인회의가 진행됐다. 세부적으로는 이번 온라인회의에선 ‘비대면(언택트·untact),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위

한 우리의 준비' ‘코로나 사각지대 돌봄 공백 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자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위원인 김의영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최경주 서울시 정책기획관, 이태동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이 전문가로 참여했다.

이 회의에서는 농어민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공공직거래 장터 신설, 재난긴급생활비 신청방법 개선 필요, 실직자와 청년 구직자 경력개발을 위한 비대면 능력개발 교육 실시, 이직 지원 등에 대한 정책 제안이 제시됐다. 서울시민회의는 실시간 중계된다. 지난 회의도 유튜브를 통해 재시청할 수 있다. 현재 시청 가능한 회의는 1차 주제별 회의 생중계(youtube.com/watch?vl21PAL4z02c), 2차 주제별 회의 생중계(youtube.com/watch?vr54C-VzVcTI)가 있다.

`3차 온라인회의’는 25일 오후 3시에 한다. 이어 관련 주제별 회의는 7월30일 저녁 7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이날 ‘감염병 예방과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생활 방역과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시민 실천 방안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일회용품 사용 허용 범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8월9일 오후 2시30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코로나 시대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인권과 개인의 자유, 방역 및 안전과의 조화 문제, 감염병 위기에서 집회시위 문화,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의 동선 공개, 디지털 감시(안심밴드) 등 사생활 제한·공개의 결정 기준과 결정권에 대해 논의한다. 아울러 지구촌 시민의 연대와 협력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차별과 혐오(국적, 성적지향, 종

교, 직업 등)를 지구촌 시민의 연대와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한다. 서울시민회의는 8월30일 시민회의 총회에서 최종 정책을 뽑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민회의를 통해 시민이 만드는 서울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회의는 행정가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그간 행정이 생각하지 못한, 그리고 행정에서 간과하던 부분을 정책으로 만드는 데 그 의미가 있다”며 “시민회의는 시민이 직접 삶의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시민과 나누며 시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을 만드는 새로운 실험”이라고 말했다.

1차 주제별 회의에서 의견을 내고 있는 시민들.(왼쪽) 1차 주제별 회의 온라인 참여자가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1차 주제별 회의에서 의견을 내고 있는 시민들.(왼쪽) 1차 주제별 회의 온라인 참여자가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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