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하던 미래, 시간선 여행하니 명확하게 그려져요”

김보근 선임기자의 리더십코칭센터 주최 ‘엔엘피아 코칭 프로그램’ 참가기

등록 : 2020-07-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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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마스터코치 지도 프로그램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코치들 찾아와

자신의 과거에서 긍정적 리소스 찾고

미래 성공 그릴 때 활용하는 게 열쇠


“미래의 자신이 되어 현재의 자기를 바라보니 어떠십니까?” 지난 5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의 한 강의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코칭연맹(ICF) 마스터코치(MCC)인 박창규(79) 코치가 강원 춘천에서 온 새내기 이경미 코치에게 차분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강의실 한가운데에 서 있던 이 코치는 한국코치협회(KCA) 인증코치(KAC)다. 마스터코치의 말이 끝나자 이 코치는 강의실 바닥을 지그시 바라봤다. 바닥에는 아무런 표지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상기된 표정이 되었다. 이 코치에게 그 바닥은 그냥 평범한 바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바닥에 자기 인생의 주요한 사건들을 마음의 눈으로 그려놓았다. 즉, 바닥에는 이 코치 인생의 주요 사건들이 시간 순서에 따라 배치된 시간선(타임라인)이 그려져 있었다. 이 코치는 자신의 마음의 눈으로 그 시간선을 좇아 인생 전체를 여행했다. 그를 통해 자기 마음속에 어떤 긍정적 자원(리소스)이 있는지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그려보는 데 활용했다. 서울뿐 아니라 춘천·대전·전주 등지에서 온 10여 명의 코치 등이 참여한 이번 교육은 박창규 마스터코치가 대표로 있는 ‘리더십 코칭센터’에서 마련했다. 리더십 코칭센터는 한국 최초로 국제코칭연맹 마스터코치가 된 박 대표가 선별한 좋은 코칭 내용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코칭은 그동안 비즈니스 코칭, 라이프 코칭, 커리어 코칭, 청소년 코칭 등 다양한 분야로 크게 확산하는 실정이다. 상담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코칭은 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가기를 꿈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이 이번에 참여한 강좌 이름은 ‘엔엘피아(NLPia) 코칭 프로그램’(7월3~5일)이다.

지난 7월3~5일 리더십코칭센터가 진행한 ‘엔엘피아(NLPia) 코칭 프로그램’ 마지막날 이번 프로그램에 참석한 코치들이 자신이 그린 시간선을 들고 박창규 국제코칭연맹 마스터코치(뒷줄 오른쪽 넷째), 석진오 마스터 코치(뒷줄 왼쪽 넷째)와 함께 밝게 웃고 있다.
‘엔엘피아 코칭 프로그램’은 신경-언어 프로그래밍(Neuro-Linguistic Programming)을 뜻하는 ‘엔엘피’를 코칭에 적용했다. 엔엘피는 1970년대 미국의 리처드 밴들러와 존 그린더에 의해 공동 개발된 실용심리학의 한 분야다. 생각과 언어가 바뀌면 행동도 바뀌게 된다는 큰 전제하에, 인간 행동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200여 개 기법을 종합해놓은 지식 체계다. ‘엔엘피아 코칭 프로그램’은 이 가운데에서 코칭에 유용한 분야만을 뽑아 3일 일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엔엘피아 코칭 프로그램’은 시각·청각·촉각(VAK)을 이용한 라포르(공감대·친밀감) 형성 방법, 자기 마음속에 있는 유용한 심적 자산(리소스) 찾기, 자기 내면의 가장 풍부한 상태(리소스풀한 상태)를 체험하고 언제든지 꺼내서 활용하게 하는 앵커링(닻 내리기), 긍정적 의도 찾기, 기대 목표 설정하기, 자아 핵심 찾기 등 코칭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엔엘피아 코칭 프로그램’ 진행 모습.
시간선 여행은 이런 여러 기법을 종합해내는 ‘엔엘피아 코칭 프로그램’의 꽃이다. 아래 그림을 참고해 시간선 여행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참가자가 자기 인생의 주요 사건을 시간선을 따라 배치하는 것이다. 가령 과거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대학 입시에서 떨어지고 재수한 것이라고 하자. 참가자는 재수 기간을 성실히 보낸 끝에 다음해에 목표로 했던 대학에 무난히 합격한 경험을 갖고 있다. 참가자는 이 기억을 회상하며 자기가 ‘성실함’이라는 주요한 내적 자원(리소스)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참가자는 이 일뿐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자신에게 ‘창의성’과 ‘도전 정신’ 등 또 다른 좋은 내적 자원도 있음을 확인한다. 이제 참가자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 뒤 미래를 내다본다. 미래의 시간선에는 자신이 앞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의 목표들이 놓여 있다. 예를 들어 참가자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벤처기업을 운영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하자. 참가자는 이 목표에 적합한 자신의 내적 자원을 점검해본다. 자기 내면에 있는 ‘성실함’과 ‘도전 정신’을 확인하고, 그것이 벤처기업 운영에서 주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참가자는 더 나아가 10년 뒤, 20년 뒤 더 큰 목표도 자신의 내적 자원을 활용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중요한 사건을 떠올릴 때나 미래의 목표를 상상할 때, 시각과 청각과 촉각을 모두 활용하면서 생생한 느낌이 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앞으로 운영할 벤처기업을 상상할 때, 그 기업의 사무실 구조, 직원들의 토론 소리 등을 구체적으로 느껴볼수록 자신의 미래를 더욱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 엔엘피아 코칭 프로그램은 앵커링 작업을 통해 이렇게 미래의 성공 모습을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미래의 성공 모습을 떠올리면서 손뼉을 치는 등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손뼉을 치는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될 때 반대로 미래의 성공 모습이 떠올라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주게 된다. 대전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는 이여희(35)씨는 프로그램을 마친 뒤 “저의 꿈이 명확하고 생생하게 그려져서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어떤 내면적 자원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그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조금은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창규 코치는 “코로나 사태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젊은 세대가 이 ‘시간선 여행’을 활용해 조금이나마 미래를 밝게 전망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 경우 너무 먼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2~3년 뒤 자신의 모습을 목표로 삼아 시간선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박창규 코치.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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